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문화+서울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사람과 사람

3월호

책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과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소설가의 논픽션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미국과 한국의 대표 소설가 제임스 설터(James Salter)와 박완서의 논픽션 모음집이 시기마저 비슷하게 출간됐다. 존재와 삶에 대한 물음에 쓰는 행위로 답하며 많은 독자에게 사랑 받아온 그들 이 준비한 부록 같은 선물이다.

관련이미지

기록함으로써 존재한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 | 제임스 설터 지음, 최민우 옮김 | 마음산책

2015년 6월 세상을 뜬 미국의 소설가 제임스 설터(1925~2015)의 논픽션 모음집.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피플》 《에스콰이어》 《뉴요커》 《파리 리뷰》 등에 쓴 기사와 인터뷰 등이 실려 있다. 설터가 집필한 논픽션 가운데 최고의 글을 모은 책이다.
책에 실린 기사, 에세이, 인물 소개는 세상과 사람들, 특히나 무언가를 이루고자 열정적이고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에 대한 그의 끝없는 관심이 무척이나 넓고 깊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책이 독자에게 어떻게 읽힐지, 어떤 의도로 다가가길 원하고 쓰인 것인지 파악하는 게 북 리뷰를 하는 또 다른 이유라 할 때 이 책은 꽤나 반복적으로, 그러나 지루하지 않게 힌트를 준다. 책은 설터의 문학적 연대기이자 인생의 정수라 할 기록을 보여줌과 동시에 설터의 ‘쓰는 행위’에 주목하고 있다.
설터는 쓰는 행위를 통해 세계를 진실로 존재하게 한다. 설터는 자신이 쓰는 행위를 끝없이 반복하는 이유에 대해 “그러지 않으면 그건 존재하지 않게 되어버린다는, 존재한 적도 없게 되고 만다는 위험에 처할 테니까”라고 말한다. 우리가 보고 경험한 모든 게 잊힐 것임을 아는 그는 기록하는 행위를 통해 사라져가는 세계의 쓸쓸함과 영구불변하게 남을 세계 모두를 기억해 낸다. 기록을 통해 우리가 이 세계를 왜 사랑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가 한 행위들, 입 밖으로 뱉어낸 말들, 지냈던 도시, 살아낸 삶 모두를 한데 끌어들여 책의 페이지로 옮겨야 한다는 고집이 이해된다.

작가의 거울이 된 ‘쓰기’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2011년 1월 세상을 뜬 소설가 박완서(1931~2011)의 책에 실린 ‘작가의 말’을 한데 묶은 책. 소설 · 산문 · 동화 등 단독으로 출간한 도서에서 작가가 직접 작성한 서문과 발문을 한데 엮은 것이다.
집필 후 매번 느낀 소회와 감정은 과하지 않고, 그렇다고 억지로 감추었다는 느낌을 주지도 않는다. 솔직함과 담백함이 묻어 있는 성실한 고백은 글 앞에서 주저하고 슬퍼하며 때로는 희망을, 때로는 절망을 느꼈을 작가의 모습이기도 하다.
“잘난 척하는 것처럼 아니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지금 지쳐 있고 위안이 필요하다, 기껏 활자 공해나 가중시킬 일회용품을 위해서 이렇게 진을 빼지 않았다는 위안이.”(박완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작가의 말’에서) 연대순으로 ‘박완서의 말’을 싣되, 재출간 · 개정판 · 개정증보판을 함께 다루어 박완서의 초기 · 중기 · 후기 문학을 한 호흡에 읽는 재미도 있다. 독자마다 책을 읽어내는 방식과 울림을 받는 지점이 다르지만, 박완서의 문학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첫 열쇠로 이 책을 가늠해 보는 것엔 이의가 없을 것이다.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볼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박완서 《그 여자네 집》 ‘작가의 말’에서)
첫 번째 책부터 마지막 책까지 거의 모든 작가의 말 끝부분에는 책을 함께 만든 이들(출판사)에 대한 진심 어린 고마움이 표현되어 있다. 박완서의 성실한 감사의 기록으로, 이 책이 조금 더 다정하고 친근하게 우리 곁에 다가오는 이유기도 하다.
가끔 작가들의 등단작과 당선 소감을 읽다 보면 오히려 당선 소감이 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등단작의 우수함과는 별개로, 기교와 화려한 수사(修辭) 없이 솔직담백하게 자신의 심정을 털어낸 글이 독자의 가슴에 더한 울림으로 다가온다는 의미에서다. 이 책이 그렇다.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IT팀
사진 제공 마음산책, 작가정신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