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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3월호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과 <적벽>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무너뜨리다
시조와 판소리. 현대 뮤지컬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시조와 판소리를 뮤지컬에 접목해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작품들이 있다. 시조에 힙합을 결합한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과 판소리에 현대무용을 더한 <적벽>이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20~30대부터 노년층까지 다양한 세대로부터 인기를 얻었다. 국내 창작 뮤지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두 작품이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다시 무대에 오른다. 후자는 비극적 인물을 통해 따뜻함과 정의를 말한다. 색다른 두 판타지에 흠뻑 빠져보시길.

※ 이번 호에 실린 공연 · 행사 등 일정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하여 변경 또는 취소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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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시조를 랩으로, ‘조선 스웨그(swag)’가 폭발한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 |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2. 14~4. 26)은 지난해 초연임에도 입소문이 나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관객들의 요청으로 막을 내린 지 6개월 만에 앙코르 공연으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설정 자체가 기발하고 독특하다. 시조를 짓고 읊는 것이 금지된 조선 시대에 15년 만에 ‘전국 시조 자랑’이 열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얼굴에 탈을 쓴 채 정체를 감춘 비밀시조단 ‘골빈당’은 이를 기회 삼아 조선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려 한다. 자유롭게 시조를 읊는 세상을 꿈꾸는 ‘단’ 과 비밀을 감추고 있는 시조꾼 ‘진’은 그 중심에 선다.
시조를 소재로 삼았지만 극 전개가 빠르고 리듬감 있게 진행된다. 시조에 강렬한 비트와 중독성 강한 선율을 더해 랩으로 재탄생시킨 덕분이다. 시조의 압운과 힙합의 라임이 비슷한 점에 착안한 것이다. 서로 경쟁하며 번갈아가며 랩을 하는 힙합 배틀처럼 시조 배틀이 한바탕 벌어진다. 춤도 전통무용에 국한되지 않는다. 비보잉, 스트리트 댄스, 발레 등을 결합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품은 이를 통해 백성들의 ‘한’을 ‘흥’으로 승화시킨다. 자유롭게 시조를 읊으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분출할 수 없었던 백성들의 한은 쌓이고 쌓여 커다란 위력을 지닌 흥으로 발산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작품을 본 관객들이 힙합 용어 ‘스웨그’(swag · 자기만의 스타일 또는 멋)를 차용해 “조선 수액(스웨그를 우리말로 변형시킨 말)이 폭발한다”는 감상평을 남기기도 했다.
놀랍게도 참신하면서도 세련된 무대를 만든 제작진 대부분은 신인이다. 우진하 연출가 · 박찬민 작가 · 이정연 작곡가가 서울예대 공연창작부 재학 중 수업 과제로 만든 작품이다. 이후 공연기획사 ‘PL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상업 뮤지컬로 재탄생시켰다. 배우들도 대부분 신인이다. 단 역엔 이휘종 · 양희준 · 이준영이 캐스팅됐으며, 진 역은 정재은 · 김수하가 맡았다. 패기 넘치는 젊은 창작진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신명 나는 뮤지컬에 ‘제대로 놀았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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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적벽>

‘익숙한 새로움’을 내세우다 <적벽> | 정동극장

웅장한 판소리 합창에 현대무용 군무가 결합된 뮤지컬 <적벽> 역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처럼 대학생들의 색다른 도전으로 시작됐다. 2016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등에서 상을 휩쓴 중앙대 전통예술학부 학생들의 <적벽무>가 원작이다. 대본과 연출을 맡은 전통예술학부 정호붕 교수가 이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갔다. 2017년 초연 때부터 호평을 받아 매년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매김했다.
<적벽>은 관객에게 ‘익숙한 새로움’으로 다가간다. 소재는 친근하게, 무대는 기존 판소리 공연과는 전혀 다른 색깔의 뮤지컬로 만들었다. 이야기는 많은 사람이 잘 알고 있는 ‘적벽대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유비 · 관우 · 장비가 형제의 의를 맺는 장면, 조조에게 대항하기 위해 제갈공명을 찾아가 삼고초려하는 장면, 조조 군대와의 전쟁 등 친숙한 내용이 이어진다. 내용 자체는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하지만 한국적인 해석이 가미됐다. 특히 유비 · 관우 · 장비의 인간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2인 중심의 판소리 공연과 달리 배우 21명이 한번에 쏟아내는 판소리 합창은 이 작품의 백미다. ‘적벽가’는 통성(배에서 위로 바로 뽑아내는 성음)이 많아 소리꾼에겐 어려운 판소리로 꼽힌다. 그럼에도 시원하게 소리를 내지르는 배우들의 에너지가 무대를 가득 메운다. 이를 듣고 있노라면 거대한 전장의 한복판에 온 것만 같은 느낌도 든다.
부채를 활용한 현대무용도 화제가 됐다. 배우들은 각자 흰색과 붉은색의 부채를 반복해 접었다 펼치는데, 이것만으로도 하나의 리듬이 만들어진다. 부채는 배우들의 몸짓과 어우러져 군사들의 창과 방패가 되고, 조조 군대를 멸하기 위한 화공(火攻)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동남풍이 되기도 한다. 또 불타오르는 전장을 완성하는 불 자체가 돼 온 무대를 붉게 물들인다.
전통 판소리를 기반으로 한 작품임에도 파격적인 캐스팅도 내세웠다. 올해 공연에선 젠더프리 캐스팅(성별과 관계없이 배역을 정함)을 선보인다. 조조 역을 소리꾼 안이호와 박인혜가 연기한다. <적벽>은 그렇게 전통 공연이 가야 할 길과 새로운 미래를 제시한다.

글 김희경_한국경제신문 기자
사진 제공 PL엔터테인먼트, 정동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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