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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 OF SEOUL

12월호

성폭력반대 공연예술인의 날 평등한 창작환경을 꿈꾸며 ‘대학로 새로 밟기’

2019년 10월 12일, 차가운 바람과 맑은 날씨의 주말 오후 대학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하 성반연)이 주최하고 성반연 플랜삼일이 주관하며, 서울문화재단, 삼일로창고극장이 후원하는, ‘성폭력반대 공연예술인의 날’ 연대 퍼포먼스 ‘대학로 새로 밟기’를 위해 퍼포머들과 진행자들이 모였다.
‘대학로 새로 밟기’는 예술청(구 동숭아트센터) 야외에서 시작되어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서울연극센터, 소나무길, 마로니에공원, 그리고 다시 예술청 실내까지 이어졌다. 각 장소에 위치한 배우들의 낭독지점을 지나 그 장소들을 연결하는 대학로 거리를 따라 걷는 형식이었다. 각 지점의 배우들이 질문을 던지고 연대하는 사람(관객)들이 질문에 대한 답을 피켓에 작성했다. 그리고 그것을 가슴에 들고 함께 걷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동형 스피커를 필두로 움직이게 되었는데, 성폭력 반대에 연대하는 내용의 텍스트들이 공연예술계 현장에서 작업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대학로 거리에 크게 울려 퍼졌다. 이 행사에 연대하는 공연예술인들이 대부분 참여자가 되었다. 배우들의 선언, 혹은 자기 고백 식의 텍스트들이 발화될 때 그 순간, 그 공간에서, 그곳에 있는 사람들과 공감과 위로, 연대감이 형성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행인들은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스피커 소리를 듣고 반응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일행들과 함께 가던 길을 비켜주고, 잠시 서서 퍼포머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아, 시끄러워!” 하며 짜증내는 사람도 있었으며, “나, 이거 알아. 동성애 그거”라며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찰나의 순간에 행인들에게 들리는 텍스트의 한 부분, 그리고 피켓에 적힌 내용들이 그들에게 어떤 생각이 들게 할지 궁금증이 들었다. 깊이 있게 들리지 않더라도, ‘날씨 좋은 주말에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만 인식되어도 의미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시간 15분가량의 퍼포먼스가 끝난 후에는 공연예술계의 다양한 창작자들이 모여 대화하는 토크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관계, 영향력, 침묵, 고통, 권력 등에 대해 너무나 오랜 시간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관성 때문에 우리가 느끼는 감각과 인식은 쉽게 흐려지고, 약해지고, 의심하기 쉽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발화의 시간, 공감의 시간, 인정의 시간 및 행위는 타성에 젖지 않고, 새로이 정의 내리고 확신을 가지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타인을 설득하는 것보다도 무엇이 옳고 그른지 스스로 내성을 키우는 데 있어서 말이다. 많은 이들의 인식이 변화되어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는 날을 꿈꾸며, ‘대학로 새로 밟기’ 퍼포먼스에서 질문하고 답해진 피켓의 내용으로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성폭력에 반대하는 예술인으로서, 나는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솔직해지고 싶다.”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 발화하겠습니다.”
“다양한 이야기와 작은 목소리를 더 많이 읽고 듣기.”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부고발을 했지만, 주변으로부터 외면받았고, 그것은 짙은 트라우마가 되었습니다. 다시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젠더 다양성을 위해 연대하고 사랑하겠다.”

성폭력에 반대하는 예술인으로서, 나는 지금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

“침묵하지 않는 사람과 함께 손잡는 사람.”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고 생각을 몸으로 움직이며 삶을 실천하려고 꾸물거리는 사람.”
“나는 폭력을 방조한 사람입니다. 무지를 인식하고 변화하려고 노력하려고 합니다.”

성폭력에 반대하는 예술인으로서, 우리는 10년 뒤에 어떤 공연예술계를 꿈꾸고 있는가?

“차별과 위계 없는 성폭력 없는 평등한 공연예술계를 꿈꿉니다.”
“폭력과 차별에 민감하고 섬세히 대응하는 예술계.”
“누구의 목소리도 무시되지 않는, 희생과 울분과 헌신 없이도 ‘예술’을 할 수 있는 곳.”
“안전하고 성평등한 창작환경에서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모든 참여자의 의견이 반영되는 평등한 공연예술계.”

글 전선우_<천국호텔>, <달랑 한 줄>, <영지>,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여름에 하는 연극>, <1984> 등에 출연한 공연예술 배우 이다. mysonu@naver.com
사진 제공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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