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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0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서울문화재단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싶어요.

오래전부터 저만의 특색 있는 독립서점 운영을 꿈꿔왔습니다. 공간을 구하는 것부터 홍보, 관리, 운영까지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까요?

저는 헬로인디북스 책방지기로, 독립출판물 서점을 5년 동안 운영하고 있습니다. 간혹 책방을 열고 싶다며 이런저런 문의를 해오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독립출판물은 잘 모르지만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에 책을 놓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애정이 있어도 책방을 꾸리기 힘든데 알지도 못하는 독립출판물을 왜 가져다놓으려 할까? 미디어에 비친 독립출판물과 동네책방이 재미있고 낭만적으로 보여 충동적으로 결정한 건 아닌지 우려스럽기도 하고요. 한데 질문하신 분은 오래전부터 책방 운영을 꿈꾸셨다니, 우려보다는 무엇이든지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책방을 운영한 지 이제 겨우 5년째이고 아직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제가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지난 5년간 운영하면서 겪은, 후회되는 일들을 말씀드리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뭘 그렇게 후회하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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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은 꼭 지키기

저 혼자 운영하는 책방이지만 이 공간의 주인은 저 혼자가 아니에요. 입고된 책의 제작자가 1,500여 명이고, 하루에 책방을 찾아주는 손님만 수십 명이에요. 제작자는 제가 꾸린 공간을 믿고 책을 맡겨주었고 이 공간을 보기 위해 일부러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도 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하는 공간이기에 약속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죠. 가장 기본은 운영시간을 엄수하는 것! 그리고 운영 안내에 명시된 정산 주기나 재입고 방법 등을 철저히 지키는 것! 변동 사항이 있을 때는 미리 고지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그렇게 신뢰가 쌓이면 책방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힘이 생겨요.
그런데 저는 지난 5년간 청소도 못한 채 부랴부랴 책방 문을 열고, 지치면 일찍 문을 닫고, 정산은 밀려서 하고, 월 운영 안내 메일도 제때 보내지 못하고 있어요. 그 불신이 오랜 기간 쌓여 “책방에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어요”, “제 책에 먼지가 쌓여 있네요”, “책방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소식을 못 들은 지 오래됐어요” 등의 말을 듣게 되었죠. 이렇게 직접 말해주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거예요. 닫힌 책방 앞에서 짜증을 내며 다시는 오지 않거나,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책방에 실망하며 다시는 책을 맡기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겠죠. 순간순간의 불성실이 쌓이면 사람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도 결국 사람이 무서워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러니 약속은 꼭 지켜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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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파는 곳임을 잊지 않기

혼자만의 책방이 아닌 만큼 책방의 지역 선택은 매우 중요합니다. 책의 종착지가 서가여서는 안 되고, 책은 독자의 손에 닿아야 해요. 혈액이 순환하듯 책이 돌아야 제작자도 책방도 건강해집니다. 무조건 팔아야 해요. 그러므로 우선 접근성이 좋은 동네를 알아보아야 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책방을 닫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유동인구가 많은 연남동 골목으로 이전했기 때문이에요. 문을 열어두면 사람들이 알아서 들어오니 운이 좋은 셈이죠. 책 매출만으로 책방을 유지하고 있어요.
연남동에 오기 전에는 유동인구가 없는 동네에서 1년을 보냈어요. 문을 열어놔도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죠. 사람을 불러 모으기 위해 영화 상영, 북 토크, 드로잉 등의 행사를 자주 했어요. 그렇게 1년을 버틸 수 있었죠. 사람들이 찾아오기 힘든 지역이라면 특별한 콘셉트가 있어야 합니다. 한 사람을 위한 책 처방을 해주는 책방처럼요. 그 책방에서만 볼 수 있는 책이 있거나 매력적인 행사를 열어야 해요. 온라인 스토어를 튼튼하게 구축하고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책방이 건강해지려면 어떻게든 책을 팔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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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는 노하우

회사에서 시키는 일 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서 책방을 열려는 거잖아요. 마음이 가는 건 다 해보세요. 평소 좋아하던 독립출판물의 제작자에게 행사를 제안하고 아침 일찍 브런치 모임을 만들거나, 다 같이 모여 책 제본을 배우는 것도 좋아요.
아마도 어떤 날은 아무것도 하기 싫을 거예요. 손님이든 매출이든 다 신경 쓰기 싫어서 집에 가고 싶은 날도 있을 거고요. 저는그런 침체기를 자주 겪는 편인데 그럴 때마다 저를 끌어올려주는 건 좋은 책과 좋은 제작자예요. 충동적으로 독립출판물 책방을 열었다면 이미 질렸겠죠. 하지만 독립출판물을 사랑하는 독자로서 이 일을 시작했기 때문에 좋은 책이 입고되면 흥분돼요. 이 책을 손님에게 어떻게 소개하지? 제작자에게 이런 행사를 하자고 제안해볼까? 에너지가 생겨요. 그렇게 침체기에서 벗어나지만 또 몇 달 후에는 기분이 가라앉고, 그러한 상황은 반복됩니다.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운영을 잘하지는 못했어요. 다시 돌아가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고 후회하지만 책방을 시작한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아요. 그 어떤 직업을 가졌을 때보다 행복하고, 책방지기가 천직이라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일인 만큼 특별한 행사도 많이 하고 온라인 스토어도 열어 더 재미있게, 더 열심히 운영할 수 있을 텐데, 다시 말하지만 저는 잘 운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제가 지치지 않는 나름의 노하우예요. 제가 가진 에너지 안에서 꾸준히 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제가 견딜 수 있는 일일 운영시간을 정해놓았고 온라인에 쏟을 에너지를 아껴 오프라인 손님들에게 친절하려고 하는 등의 노력이요. 잘나가는 책방과 비교하지 않고 저만이 만들 수 있는 책방을 유지하려고 하는 것도 지치지 않는 노하우입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되니까 우선 시작하세요!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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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이보람 헬로인디북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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