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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10월호

<서울거리예술축제 2018> 예술감독 김종석'따로 또 같이' 연대하는 시민축제를 꿈꾸다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세종대로 일대는 거대한 무대가 된다. <서울거리예술축제 2018>이 열리는 것. 김종석 예술감독(용인대 연극학과 교수)은 2013년부터 6년째 이 축제의 큰 그림을 그려왔다. 그는 시민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닌 공연의 주체로 받아들이고, 예술이 시민의 삶을 바꾸는 순간을 이끌어낸다. 서울의 공간성과 역사성에 주목한 거리예술축제를 만들고자 하는그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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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예술과 일반 무대공연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면 ‘공간’일 텐데요, 영국 유학 시절 공간에 관심을 두면서 접하게 된 중세극이 큰 자극이 되었다고요.

원래 서강대에서 신문방송을 전공했는데,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극 이론에 관심을 갖게 됐죠. 1996년 영국으로 유학을 가 연극 공간에 대한 논문을 쓰면서, 실제 생활과 연극적 공간이 어떻게 어우러지는지를 공부했어요. 한데 영국에서 셰익스피어 연극보다 먼저 토대가 되었던 것이 중세극이에요. 상인들의 일상 공간과 극적인 공간이 항상 병렬해서 간다는 점, 또 연극 주제로 사회 통합과 갈등을 이야기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죠. 요크라는 중세 도시에서 펼쳐진 중세극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3박 4일간 각 길드가 48개 장면을 맡아 공연했죠. 이런 중세극은 1970년대 전후의 유럽 대안연극과 연극 운동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극장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 연극을 경험하지 못한 관객들을 찾아가 새롭게 연극을 선보이는 움직임이 시작된 거죠.

2010년 안산거리극축제를 맡으면서 국내에서 거리예술축제 감독으로 활동을 시작하셨는데요. 연출에서 예술감독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영국 유학을 마치고 2002년에 귀국했어요. 이후 극장에서 작품을 연출하고 학교에서 강의도 했죠. 마을 주민 2,000명이 2년 동안 준비해 만드는 공동체 연극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5년 임수택 선생님을 중심으로 한국거리극연구소가 생겼어요. 창립 심포지엄에서 논문을 발표했는데, ‘파운드 스페이스’라고, 극장뿐만 아니라 야외 공간에 주목한 이른바 ‘발견된 공간’에 대한 내용이었어요. 그 인연으로 임수택 선생님이 2010년 안산거리극축제 예술감독에 저를 추천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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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올해 개막작으로 선정된 스페인 단체 ‘라 푸라 델 바우스’의 <휴먼넷>.

2 김종석 감독이 총연출을 맡았던 2014년 개막작 <나비! 돌아오다>.

3 축제 마지막 날을 화려한 불꽃으로 장식할 예술불꽃 화랑의 <길_Passage>.

4 2018년 해외 공식 초청작인 폴란드 극단 KTO의 거리극 <시간의 향기>.

그런데 그렇게 맡게 된 첫 거리극축제가 무산되고 말았죠?

2010년 천안함 사건이 터져 축제가 취소됐어요. 허무했지만 심기일전해서 해외 사례를 보러 다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11년 안산거리극축제를 프로그래밍했죠. 같은 해 서강대 50주년 기념 공연으로 캠퍼스 전체를 활용해 중세극을 재현해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국내 거리극 단체와 서강대 동문들, 재학생 등 1,000명과 함께 <미라클>이라는 작품을 공연했는데 크게 성공했어요. 그 뒤로 지금까지 거리공연이나 축제와 연관된 일을 하고 있죠.

주로 실내극 연출을 하다가 거리축제를 맡았고, 국내 선례가 없어 어려움이 많았을 텐데, 힘이 되어준 이들이 있나요?

처음 안산거리극축제를 맡았을 때 어려움이 많았어요. 다시는 하기 싫을 정도로…. 공무원과의 충돌과 갈등이 가장 힘들었죠. 야외에서, 큰 도로에서 공연해야 하니 수많은 사람들과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했어요. 예술가인데 협상가 역할을 해야 하니 마음의 갈등이 심했어요. 그때 무대 디자이너인 아내(이유정)가 “이 관객이, 이 공간이 우리의 꿈 아니었나, 아무리 좋은 작품을 하더라도 어떻게 단번에 1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볼 수 있겠나, 이런 출연진, 관객, 공간에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냐”고 하더라고요. 그때 마음을 다잡았죠. 최근 딸아이에게 “이제 진짜 내 연극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쉬어도 연극계는 잘 돌아가요. 하지만 아빠를 정말 필요로 하는 곳은 거리예술축제 아니에요?”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수긍했어요. 막내는 말수가 적은 편인데, 제가 기획한 축제를 보고 아빠가 자랑스럽다며 안아주더라고요. 요즘은 같이 일하는 스태프들, 그리고 현장 관객의 반응이 큰 힘이 됩니다

거리예술축제는 야외 행사라 돌발 상황도 많지 않나요?

아시다시피 축제 공간들이 실제 ‘촛불혁명’의 현장인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세종대로 등과 겹칩니다. 촛불혁명 이후에 처음 열린 작년 축제에서 영국 팀이 공연할 때, 끝 무렵에 서울광장으로 태극기 부대가 난입했던 적이 있어요. 엄청난 스피커 음량 때문에 방해를 받았는데, 관객들이 지지 말라고 큰 박수로 박자와 리듬을 유지해주는 거예요. 그냥 박수가 아니라 백그라운드 음악의 리듬을 만들어서, 그 박자를 따라 계속 공연할 수 있게요. 난입해오는 시위대를 관객들이 막고 공연을 지켜내는 걸 보면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국 팀도 “세계를 다니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관객은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2013년 서울거리예술축제 예술감독을 맡은 후로 축제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나요?

축제는 시간과 장소가 일정해야 지속성을 갖고 관객들이 기억해서 찾아와요. 그전에는 장소가 한강이었다가 광화문 일대였다가 시청광장이었다가, 막 바뀌었어요. 2013년에 제가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개최 시기는 10월 첫째 주 주말로 정례화한다” 그리고 “메인 공간은 시청광장, 광화문광장, 청계광장을 중심으로 한다”고 선언했어요. 대신 이외에도 매년 새로운 공간을 개발해 그 공간의 역사와 의미에 맞는 공연을 배치하기로 했습니다. 덕수궁 서울시립미술관 일대, 서촌 등 매년 새로운 장소를 편입시키면서 공간에 담긴 이야기를 찾고 있어요. 마을을 콘셉트로 하고 창동, 망원동, 길음동 등지로 해외 팀들이 찾아가는 공연을 기획했는데 시민들이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작년에는 재생공간에 초점을 맞춰 문화비축기지, 서울로7017 등도 장소에 포함시켰어요. 올해는 돈의문 박물관마을 등 근대역사 유적지, 무교로 일대 골목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해외 유명 공연팀 초청뿐 아니라 국내 공연단체 성장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진행하나요?

거리예술 경험이 많고 역량이 뛰어난 단체를 초청해서 국내 팀과 함께 공연을 만드는 국제 협업 공연을 추진해요. 2015년에 프랑스의 ‘컴퍼니 아도크’라는 단체가 요양원에서 탈출한 노인들의 이야기를 거리극 <아름다운 탈출>로 만든 적이 있습니다. 80대 노인들이 거리로 나와 식판을 들고 춤추면서 “나는 아직도 사랑할 수 있고 노래할 수 있다, 나를 입양해달라”고 노래하는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프랑스 배우, 은퇴한 한국 배우, 일반 시민 등 40명의 노인들이 덕수궁과 청계천 일대에서 식판을 들고 춤추면서 연극을 하는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어요. 2015년에 제작한 한국·호주 공동 창작극 <프레임 시프트>라는 작품도 영국, 시드니, 폴란드 등지에서 호평받고 있고요. 2017년 한국과 프랑스 청년들이 공동 워크숍을 통해 그들의 고민을 담아 만든<비상>이라는 연극도 기억에 남습니다.

축제 참가작 중 직접 총연출한 작품도 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2014년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해에 만든 개막작 <나비! 돌아오다>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축제에서 큰 예산은 해외 팀을 초청하는 데 쓰이는데, 국내 팀에는 그런 큰 예산을 제공할 기회가 없었어요. 그래서 국내 팀만 연합해서 대형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1억 원 정도의 예산을 준비해서 4개 단체가 함께 대형 퍼포먼스를 만들었습니다. 불꽃 공연, 플라잉 퍼포먼스, 무용 공연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했는데, 당시 관객들은 하늘에 뜬 노란 연꽃 속에서 심청이 내려오는 장면과 인당수가 된 서울 상공에서 배가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큰 감동을 받더라고요. 심청이 노란 나비가 되어서 돌아오는데,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이 적힌 서울도서관 벽면에 나비의 실루엣이 앉은 거죠.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움이 있지만, 유족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던 작품입니다.

개막작과 폐막작을 포함해 올해의 기대작을 추천한다면요?

해외 유명 공연단체와 국내 전문단체, 시민, 이렇게 세 주체의 컬래버레이션으로 공연하는 개막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스페인 단체 ‘라 푸라 델 바우스’의 <휴먼넷>을 기반으로 국내 공중공연 팀 ‘창작중심 단디’와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대형 작품입니다. 올해 축제 주제인 ‘따로 또 같이’를 구현하는데, 시민 48명이 공중으로 날아오르고 한국과 스페인 측의 두 단체가 서울광장에서 퍼레이드와 무용 공연을 함께 펼칩니다. 한편 프랑스 영상 인스톨레이션 단체 ‘콩플렉스 카파르나움’이 지난 8월 말 입국해 화가를 지망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워크숍을 진행했는데요. 이를 기반으로 폐막작을 만들 예정입니다. 또 다양한 서울시민들을 인터뷰해 서울도서관 벽면의 미디어 파사드에 라이브로 투사하고, 폴란드의 대표적인 거리극 단체 KTO가 <시간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광화문광장에서 근대화 과정을 성찰하는 공연을 펼칩니다. 마지막 날 세종대로에서 진행하는 예술불꽃 화랑의 불꽃 퍼레이드 <길_Passage>도 아주 멋진 공연입니다. 그간 극장에서 호평을 받았던 모던테이블의 <다크니스 품바>도 새롭게 야외 공연으로 선보이는 기대작입니다. 그 외에도 해외에서만 볼 수 있는 유명 작품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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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연계한 포럼도 열린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함께 ‘공공예술에서의 예술적 경험이 어떻게 축제에 작용하는가’를 주제로 포럼을 진행합니다. 거리예술은 프랑스 68혁명에서 출발했습니다. 예술이 극장 밖으로 나오면서 사회와 만나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는지, 유럽의 사례와 시민들이 시민예술가로 축제에 참여하면서 일어난 변화와 그 지향점을 함께 토론하는 자리입니다. 저희가 6년 동안 해온 서울거리예술축제는 요약하면 ‘거리예술공연축제’ 그리고 ‘시민참여축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민 2,000명이 참여하는 퍼레이드와 시민예술공작단 등 시민이 거리예술에 직접 예술가로 참여하는 기회를 제공하는데, 어떤 의미와 한계가 있는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에 대해 토론하는 국제 심포지엄이 열립니다. 특히 아시아에서 가장 큰 국제예술마켓인 서울공연예술마켓(PAMS)이 축제 마지막 날 열리는데, 국내 공연팀이 해외에 진출할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또 유럽 거리예술연합회 시르코스트라다(circostrada) 대표 15명이 입국하는데, 이들을 위한 전문가 프로그램으로 한국과 서울의 거리예술의 역사를 소개하고 관련 기관을 방문합니다.

거리예술축제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시민의 비중이 높아 인상적인데요.

거리예술은 일상적 공간과 허구적 공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흔히 서양에서는 축제라고 하면 일상에서 벗어나는 걸 떠올리지만, 저는 축제란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우리 공간에 존재하는 소중한 의미, 우리가 지나친 것을 새롭게 발견하도록 하는 것이 축제죠. 시민 퍼레이드를 하더라도 그냥 스쳐지나가는 게 아니라 이들이 공연에 어떤 형태로 포함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모험이죠. 그들에게 제공하는 예술적 경험이 일시적인 문화적 체험이 아니라 이를 통해 일상을 바꿀 수 있게 하려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예술적 경험이어야 해요.

세종대로에서 진행되는 놀이형 프로그램이나 고정형 거리공연도 궁금합니다.

‘끝.장.대.로’는 축제의 하이라이트로, 세종대로를 막고 진행하는 기획 프로그램이에요. 세종대로 바닥에서 300명의 가족이 미대생과 함께 분필아트를 체험하고, 테이프로 거리에다 그림을 그리기도 해요. 도미노에 하고 싶은 말을 쓰고 넘어뜨리는 프로그램과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깃발에 쓰는 ‘깃발전’도 준비했습니다. 행사 홍보를 위해 ‘길동이’라는 이름의 자원봉사자 500여 명이 팟캐스트 등 뉴미디어를 통해 자발적 홍보에 동참하고 있어요.

올해 축제 주제인 ‘따로 또 같이’를 통해 구현하고 싶은 이상이 있다면요?

‘따로 또 같이’란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혼재된 서울이라는 도시를 상징하는 주제입니다. 청년, 중년, 노인 등 다양한 세대가 공존하고, 해외 관광객과 이주민 등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목소리를 내지만,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지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의 다양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연대·통합하자는 의미의 주제를 정했죠. 특히 작년부터 시작된 남북 평화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지금까지 ‘우리’라는 것만 생각했지, 나와 다른 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생각할 기회가 없었잖아요. 다름을 확인하고 인정하면서 그걸 바탕으로 연대가 이뤄지는 축제가 되었으면 합니다.

글 고경원 자유기고가
사진 손홍주
사진 제공 서울거리예술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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