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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호

올해에도, 극장에서, 세월호 기획, 하기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세월호 기획공연

2022년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세월호 기획공연(이하 세월호 기획)이 8회차를 맞이해 4월 7일 개막했다. 혹자는 “올해에‘도’ 세월호 기획을 ‘왜’ 진행하는지” 물을 수 있다. 세월호 기획은 꽤 명료한 답변을 가지고 있다. 지난 8년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세월호 참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을 여전히 우리가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세월호 기획이 그 본질적 기획 취지에만 기대왔던 것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내가 기획팀으로 참여한 최근 3년(2020~2022)에 한정해 세월호 기획의 변곡점과 2022년 세월호 기획 <2022∞세월호>를 소개하고자 한다.12015년 혜화동1번지 6기 동인으로부터 출발한 세월호 기획공연은 세월호가 우리에게 무엇이며 세월호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지(2015), 세월호 이후의 연극은 무엇이며 극장은 어떠해야 하는지 질문했으며(2016), 세월호로부터 파생, 상상될 수 있는 연극적 이야기를 선보이거나(2017), 고전 희곡, 문학, 철학 텍스트 등을 원작으로 세월호 이후 재구성된 우리의 세계를 사유했다(2018). 2019년 활동을 시작한 7기 동인은 사회적 참사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으며 여전히 우리가 ‘마땅히 있어야 할 자리’가 무엇인지에 질문하는 <2019 세월호: 제자리>를 통해 관객을 만났다.

4·16가족극단 노란 리본 <기억여행>

세월호 기획은 그 연속성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혜화동1번지 연출 동인들이 다년간 세월호 참사를 주제로 탐색해 왔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개별 작품들을 살펴보면 큰 키워드로 묶을 수 있는 유사성을 발견할 수도 있다.
지난 3년간 세월호 기획의 몇몇 작업은 세월호 참사를 다루기 위해, 다른 사건이나 상실의 경험을 ‘경유’하는 경향을 보였다. 일례로 쿵짝프로젝트의 <디디의 우산>(2019)은 1996년 한총련 연세대 사태를, 래빗홀씨어터의 <보팔, Bhopal(1984~ )>(2019)은 1984년 인도 보팔 가스누출 참사를 등장시킨다.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희곡 역시 마찬가지 경향을 보인다. 허선혜 작가의 <괴담>(2022)은 원전 사고의 느린 폭력을, 김윤식 작가의 <고인돌 위에 서서>(2022)는 수몰된 마을과 사고로 인한 상실 이후의 시간을 그린다. 우회하거나 경유하는 방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달리 보면, 이러한 작업들의 경향은 세월호 참사가 촉발한 감각일지도 모른다. 세월호 참사라는 맥락 안에서 또 다른 참사나 상실을 성찰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세월호 기획을 매년 찾았던 관객이라면, 작업의 연속성 속에도 미묘한 변화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조원재 작가는 앞서 언급한 <보팔, Bhopal(1984~ )>의 스핀오프 작업으로 <7일>(2022)을 신작으로 선보인다. 2019년 버전은 가스누출 참사 당시 상황과 피해를 주로 전달했다. 반면, <7일>은 참사 직후 남아 있던 독극물을 소진하기 위해 일주일의 시간을 보내고, 긴 시간 그 일을 외면해 온 인물을 그리는 데 치중하고 있다. 0set프로젝트의 <저 너머로의 발걸음>(2022) 역시 <기록의 기술>(2020), <거리두기>(2021)를 잇는 연속 작업이다. 0set프로젝트는 세월호 유가족 당사자의 목소리들을 ‘더 잘 듣기 위한’ 방식으로서 ‘이동’을 선택해 왔다. 이번 작업은 안산 화랑유원지를 향하며, ‘지금 여기’를 바꾸고 ‘저 너머’를 향하는 발걸음을 관객들과 함께한다.
한편 혜화동1번지 7기 동인의 경우, 매해 세월호 작업을 선보이면서 ‘세월호로 연극하기’에 대한 자기 성찰을 작업에 반영한 듯 보인다. 프로젝트그룹 쌍시옷의 <스물여섯>(2022)은 20분가량의 1인극 <스물다섯>(2021)을 두 사람의 관계 맺기로 발전시키는데, 이 작업은 생존자 학생을 만나며 그 고통에 닿을 수 없음을 자각하는 ‘나의 고백’으로 변화됐다. 쿵짝프로젝트의 <툭>(2022)은 추모 공간 안에서 진정한 애도가 무엇인지 묻는다. 나는 극 중 추모 공간인 ‘서천꽃밭’을 조성하는 과정이 우리가 세월호 참사를 연극으로 만드는 일과 유사하게 느껴졌다. 결은 다르지만, 엘리펀트룸의 <세월호 학교>(2022)가 관객을 어린이로 상정한 맥락 역시 작업자의 성찰로 읽을 수 있다. 그간 세월호 기획은 ‘8세 이상’이라는 관람 연령을 습관처럼 기재해 왔지만, 정작 극장은 어린이 관객을 맞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다. <세월호 학교>는 세월호 참사라는 주제와 극장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어린이 관객과의 소통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2019년 이후 매년 함께해 온 4·16가족극단 노란 리본의 작업은 세월호 기획의 중심이자 버팀목이다. 이번에 선보인 <기억여행>은 세월호 참사 이후 ‘세월호 엄마’로 활동해 온 유가족들이 직접 지난 여정의 의미를 발견하고 그것을 서사화한다. 이들은 마주하는 세상의 혐오에 손을 내밀고 끝내 그것을 껴안는다. 그간 세월호 참사를 다룬 수많은 연극이 힘들었던 지점은 고통의 재현 불가능성이었다. 이 모든 시간을 견뎌온 ‘세월호 엄마’들은 정공법으로 그 가능성에 도달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진이_독립기획자. 사람이 만나는 장소로서 극장을 배우고 있다. soggeto@naver.com 사진 이미지 작업장_박태양

※본 원고는 지면 관계상 편집됐습니다. 원문은 웹진 [연극in]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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