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며 쉬어가는 공예의 숲 공예품 전시·판매 공간 ‘MA_POREST’
유리벽 안쪽에 진열된 예쁜 소품들과 작은 탁자에 둘러앉아 무언가를 만드는 데 열중한 사람들이 지나가는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젊은 창작자를 지원하고 대중과 함께하는 공예 문화의 숲을 이루기 위해 싹을 틔운 MA_POREST는 ‘연트럴파크’의 새로운 명소로서 시민을 만나고 있다.
공간에 전시된 공예품
오직 MA_POREST에서만 만날 수 있는
홍대입구역에서 가좌역으로 이어지는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은 도심속 산책로의 특색이 두드러지는 곳이다. 푸른 숲의 공원을 중심으로 길 양쪽에 즐비한 상점을 구경하다 보면 누구라도 걸음이 느려질 것이다.
이 길을 천천히 걷다가 이면도로로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가게들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골목마다 숨어 있는 카페·음식점·공방·편집숍을 찾아내는 것이 연남동의 진짜 매력을 즐기는 법이다.
젊은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공방거리는 경의선숲길 연남동 구간에서도 사진 찍기 좋은 스폿으로 통한다. 개성 있는 그림과 꽃으로 장식한 벽, 쨍한 원색 페인트로 칠한 상점들이 이색 풍경을 만들어낸다. 짙은 회색의 콘크리트 구조에 1층 외벽 대부분이 통유리로 만들어진 건물은 연남동 공방거리의 작지만 개성 넘치는 가게들 사이에서도 눈에 띈다. 마포구 공예 문화의 숲을 표방하는 공간 MA_ POREST가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MA_POREST는 마포구가 2020년 11월에 개관한 마포공예센터의 공예품 전시·판매 공간이다. 같은 건물 3층은 마포공예센터 사무실과 교육장으로 사용하고 1층은 MA_POREST로 조성했다. MA_POREST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공예 작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입점비와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연남동처럼 임차료가 비싼 곳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판매 기회를 가질 수 있어 작가들의 관심이 높고 참여도 활발하다. 그런 만큼 MA_POREST는 짧은 시간에 다양한 상품 구색을 갖추고 연트럴파크의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유리 벽면을 향해 진열된 공예품들은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예쁜 소품을 좋아하는 젊은 손님이 많지만 중장년층의 반응도 뜨겁다. 귀여운 강아지와 고양이 모양의 도자 수저받침을 보고 딸에게 선물하고 싶다며 들어온 중년의 신사는 어느새 단골이 됐다. 가격이 제법 나가는 러그는 판매 직원도 예상하지 못한 히트 상품이다. 한땀 한땀 공들여 만든 물건의 완성도도 훌륭하지만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 오직 MA_POREST에서만 만날 수 있는 창작물의 가치를 알아보는 소비자가 적지 않다는 뜻이다.
MA_POREST 전경
창작의 씨앗을 틔우고 나무를 키우다
투명한 유리벽 안쪽에서는 공예품 전시·판매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를 위한 공예체험교실도 열린다. 도자기·금속·가죽·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공예를 배우고 자기만의 작품을 완성할 수 있는 수업이 매주 화·목요일 오후 1시와 3시에 두 차례 진행된다. 마포공예센터와 작가들의 협업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으며 부담 없는 비용 5,000원으로 참가할 수 있어 매번 일찌감치 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4인 안팎의 소규모로 진행되는 이 수업과 별도로 ‘찾아가는 체험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주민 10명 이상 단체로 신청하면 강사가 현장을 방문해 수업을 진행한다.
마포공예센터가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크게 체험교육과 창업교육으로 나뉜다. 창업교육은 작가들의 작업을 사업화하는 데 필요한 문서 업무부터 재무·세무·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창업 지원과 일반인이 공예를 배워 창업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전문가 양성 과정이 있다. 마포공예센터는 지역의 창작자를 양성하고 판매를 촉진하며 더 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여 마포구만의 공예 문화를 꽃피우는 거점으로서 MA_POREST의 역할을 설정하고 교육·판매 외에도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친다. 오는 3월에는 공방 지원을 위한 공모를 시작할 예정이다. 창작자들이 상품과 브랜드를 홍보할 수 있도록 한 곳당 100만 원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자치구에서 문화예술인을 직접 지원하는 형태의 사업은 흔치 않다. 마포구로서도 마포공예센터와 MA_POREST를 개관하면서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이 컸다. 마포구 문화예술과의 정지현 주무관은 “자치구와 센터, 작가들이 함께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운영을 모색하고 있다. 지원 대상도 관내에 공방을 갖고 있는 조건으로 엄격히 제한을 두기보다 마포구에서 활동할 수 있는 모든 창작자를 대상으로 기회를 확대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MA_POREST라는 이름은 중의적이다. 마포의 쉼, 공예의 숲이라는 뜻을 동시에 부여한 이름이다. 공예를 통한 일상 속 휴식과 충전의 공간이자 누구라도 창작의 씨앗을 발견해 공예라는 숲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공간이다. 작가와 시민이 함께 싹을 틔우고 나무를 키우는 열린 공간으로서 더욱 울창하게 우거질 MA_POREST의 계절을 기다려도 좋을 듯하다.
글 김문영 객원 기자 | 사진 제공 MA_PORE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