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의 시간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삼일로창고극장 <창고개방>
남산 밑자락, 중구 삼일대로에 자리 잡은 삼일로창고극장은 1975년 개관 이후 소극장 운동을 이끌어온 역사적 가치를 지닌 소극장이다. 2013년 서울시 미래유산으로 지정됐음에도 극장은 재정난으로 지난 2015년 폐관했고, 서울문화재단이 리모델링해 2018년 다시 극장 문을 열었다. ‘예술현장과 함께하는 극장’ ‘동시대 창작 플랫폼’을 모토로 현장 예술가들과 함께 민관 거버넌스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2021 <창고개방> 포스터
2019 <24시간연극제> 현장
삼일로창고극장은 2018년 일곱 번째 재개관을 맞이하며 ‘불사조 같은 극장’ ‘재개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같은 해 처음 시도해 관객을 불러 모은 프로젝트 <창고개방>을 이제는 삼일로창고극장의 대표 기획 프로그램으로 불러도 될 듯하다.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와 집합 금지로 인해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한 <창고개방>은 다시 극장에서 만날 날을 기다렸다. 모이는 일이 불편하고 불안한 시대에 삼일로창고극장은 다시 모이는 공간으로서 극장의 문을, 창고의 문을 연다. 2021년의 <창고개방>은 오래도록 극장이고 싶어 하는 삼일로창고극장의 소망을 담아 다시 한번 극장의 문을 여는 기획 프로그램이다. 극장의 문을 열기 위해, 창고의 문을 열기 위해 공연·전시·쇼케이스·워크숍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준비했고, 이를 통해 환대와 협력·존중을 실험하고자 한다. 2021 <창고개방>은 극장을 거점으로, 극장의 가능성을 다각화하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놀고 싶은 사람 여기 여기 붙어라
<개더링>은 모임과 환대를 키워드로 극장에 모이는 일, 극장에 모으는 일을 다각적으로 모색한 기획이다. 공연창작자 김문희가 연출한 공연 <우주에서 살아남기>(11.5~7, 오후 5시)와 시각예술가 고요손이 연출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 <요한 고트프리트 친Johann Gottfried Zinn>(11.12~14)이 관객을 맞이할 예정이다. 공연 <우주에서 살아남기>는 삼일로창고극장 곳곳을 이동하며 퍼포먼스를 펼치고, 전시 <요한 고트프리트 친>은 감정을 체화하고 기억을 수집하는 과정을 담은 시를 낭독한다.
“우리는 귀엽고, 극장의 밤을 좋아했습니다. 모이는 일이 불편해진 시 대입니다. 극장은 다시 모읍니다. 극장의 문을, 창고의 문을 개방하며.”
가면은 필요 없어
<부캐대전>은 창작자·예술노동자의 본캐본래의 캐릭터가 아닌 새로운 캐릭터를 자랑하고 발견하는 장이다. 워크숍 형식으로 진행하는 본 프로그램은 예술-예술가들의 활동을 달리 보고, 자기 안의 숨은 캐릭터를 찾는다. 부캐부가적 캐릭터는 이상하고 귀엽고 재미나다. 소박하고도 유쾌한 부캐의 활약을 응원하며 극장은 소박한 딴짓을 벌인다.
문화기획자 김해리가 스토리 디렉터를 맡고, 창작자 곽혜은·김진솔·장비치·하소정이 워크숍을 진행한다. 11월 16~19일 오후 8시에 열리는 <부캐대전> 워크숍 프로그램은 우드카빙, 신체 트레이닝, 이야기가 있는 조향 등 서로 다른 색깔로 다채롭게 꾸며 참여자를 모집한다.
삼일로창고극장의 입구
삼일로창고극장의 144시간은 여러분의 것입니다!
<24시간연극제>(11.16~21)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다. 공모를 통해 모인 30명의 창작자가 6팀으로 나뉘어 24시간 만에 준비한 15분 내외의 짧은 공연을 선보인다. 제한된 환경과 주어진 시간 내 동료로서의 서로를 발견하고 다양한 창작의 씨앗을 발견하는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 제한된 시간과 환경에서 창작을 경험하는 색다른 시간이자, 창작자 개인이 또 다른 동료를 확인하는 만남의 자리다. 매일 하나의 주제를 선정해 온·오프라인에서 창작 결과를 내보이고, 오프라인 공연장에서 15분 내외 공연을 발표한다. 공연장에서 우리가 여전히 교류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앞으로의 창작에 힘이 될 새로운 씨앗을 함께 찾는다.
“오늘 극장의 밤에 다시 오신 관객 여러분. 오늘 극장의 밤에 다시 오실 여러분, 우리는 귀엽습니다. 극장의 밤을 사랑했습니다. 여러분의 극장이 될 수 있도록, 주어진 극장의 시간을 온전히 잘 지켜나가는 첫 번째 준비로, 함께 극장의 밤을 환히 밝혀나가겠습니다.”
삼일로창고극장
주소 서울 중구 삼일대로9길 12 | 운영 화~일 오전 9시~오후 6시
문의 02-3789-9640 | 인스타그램 @samilro_theatre_
글 김주원 배우, 삼일로창고극장 운영위원 | 사진 서울문화재단 삼일로창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