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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6월호

뮤지컬 <썸씽로튼>과 연극 <어나더 컨트리> 시대를 ‘뛰어넘어’ 한국 찾아오는 초연작
가깝게는 1930년대로, 멀리는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16세기로. 과거의 영국을 향해 떠나는 여행과도 같은 작품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썸씽로튼>과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주제나 분위기는 상반되지만 오늘날 한국 관객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썸씽로튼>은 상상 가능한 허구의 세계를 바탕으로 시종일관 웃음을 이끌고, <어나더 컨트리>는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1 뮤지컬 <썸씽로튼>.

인류 최초의 뮤지컬 제작기 <썸씽로튼> 내한공연 6. 9~6. 30,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만약 셰익스피어 시대의 런던이 1930년대의 브로드웨이와 비슷했다면 어땠을까? 재미있지 않았을까?” 황당하지만 그럴싸한 질문의 종착지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헌정하는 뮤지컬 <썸씽로튼>이다.
셰익스피어가 당대부터 인기 있는 대스타였다면, 그와 같은 시대에 활동하던 작가들은 상대적으로 더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하지 않았을까. 셰익스피어를 어떻게든 이겨보려 고군분투하던 닉과 나이젤 바텀이라는 가상의 극작가 형제가 이 뮤지컬의 주인공이다. 바텀(bottom: 엉덩이, 아래)이라는 이름이 보여주듯 두 사람은 성공적인 극작가가 되기엔 가망이 없어 보인다.
닉이 선택한 현실 타개책은 예언가를 찾아가 미래에 가장 인기 있는 공연 장르를 묻는 것이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조카뻘 된다는 이 예언가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훗날 공연계를 뒤흔들 것이라 예언한다. 두 형제는 대사가 아닌 노래로 극을 전개시킨다는 발상을 뒤집는 장르 만들기에 도전한다.
극은 재기발랄하다. 유머를 잃지 않고 번뜩이는 언어유희를 사용한다. <레미제라블>, <렌트>, <코러스 라인>, <위키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 뮤지컬 마니아라면 익히 알고 있을 작품의 넘버와 대사, 장면들을 일부 패러디해 관객을 환호하게 만든다. 당대 최고 톱스타로 등장하는 셰익스피어의 소설과 시 문구도 위트 있게 차용한다. 무엇보다 뮤지컬이면서 뮤지컬 자체를 비틀고 꼬집는 방법으로 웃음을 유발한다.
<썸씽로튼>은 캐리 커크패트릭·웨인 커크패트릭 형제가 20여 년 전부터 상상해오던 이야기다. 셰익스피어의 그늘에 가려진 극작가들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풀어내겠다는 그들의 꿈은 2015년 브로드웨이에서 마침내 실현됐다. 월트디즈니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하며 경험을 쌓은 캐리와 영국의 극작가인 존 오 페럴이 공동으로 극을 썼고, 작곡가이자 기타리스트인 웨인이 이 작품의 작사와 작곡을 맡았다. 현지에서는 개그의 남발이 다소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400년 만에 브로드웨이에서 가장 웃긴 코미디’라는 극찬도 함께 받았다. 미국 공연 이후 첫 해외 투어 도시로 서울을 찾는다.

2 연극 <어나더 컨트리>

시간과 공간을 넘어선 청춘의 이상과 좌절 <어나더 컨트리> 5. 21~8. 11,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청춘들이 겪는 고뇌와 사랑, 그를 통한 성장은 시공간을 초월해 공감을 자아낸다.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193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하지만 2019년 한국 관객들에게도 와닿는 질문을 던진다. 억압적인 학교와 사회,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국가와 이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유효하다.
영국 명문 학교 재학생인 가이 베넷과 토미 저드는 학교의 이단아같은 존재다. 권위적인 기숙사에서 자유분방한 가이와 마르크스주의에 빠져든 토미는 마음속에 갈망하는 ‘어나더 컨트리’가 있다. 그들은 국가란 불변하는 것이 아니며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청춘들이 겪는 성장과 좌절은 물론 당시의 문학과 철학까지 풀어낸 작품이다.
실제 1930년대 영국은 대공황기였고 유럽엔 파시즘 광풍이 불었다.
양극화로 치달은 계급사회는 청춘들에겐 부조리의 극치였다. 가이와 토미 역시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극작가 줄리안 미첼이 빚어낸 캐릭터다. 가이는 영국 캠브리지 대학에서 공산주의 사상에 매료돼 ‘캠브리지 5인방’이라 불렸던 학생 중 가이 버제스를 모티브로 했다.
명문가 자제로 태어나 외무부 장관의 보좌관으로 들어갔으나, 국가 기밀을 소련에 넘겨 망명하게 된 인물이다. 토미는 영국의 시인이자 공산주의자인 존 콘 포드를 모티브로 했다. 조지 오웰, 헤밍웨이 등 파시즘에 반대하는 문화예술인들과 함께 스페인 내전에 참전했다가 전사한 영웅적 인물이다.
<어나더 컨트리>는 1982년 런던에서 초연된 후, 1984년에는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개봉됐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배우 콜린 퍼스가 1983년 연극 <어나더 컨트리>의 가이 역으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고, 영화에서는 토미 역을 맡아 이후 이름을 널리 알렸다.
국내 초연인 연극 <어나더 컨트리>는 전 배역을 공개 오디션으로 진행했다. 가이 베넷 역에 이동하, 박은석, 연준석, 토미 저드에 이충주, 문유강 등이 캐스팅돼 ‘명작은 시대를 초월한다’는 명제를 몸소 보여준다. 이 작품으로 연출에 도전하는 김태한이 문학자인 커닝햄으로 무대에 선다.

글 양진하_한국일보 기자
사진 제공 엠트리뮤직/에스앤코, 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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