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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1월호

청소년의 쓸모 있는 경험을 모색하는 예술교육
서울예술교육센터 공간 소개

용산구에 자리한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청소년이 다양한 예술 경험을 통해 삶의 감각을 깨우고 생각의 지평을 확장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탐색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청소년을 가르치고 훈육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관찰하고 경험하며 다양한 가치를 그려나가고자 한다. 일상과 예술이 만날 때, 사회가 말하는 ‘쓸데없는 짓’이 청소년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쓸모 있는 경험’으로 자라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서울예술교육센터를 마련했다.

서울라운지는 시민을 위한 환대의 공간인 ‘라운지’와 교류의 공간인 ‘라이브러리’가 결합된 곳이다. 누구나 자유로이 방문해 휴식과 사색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생각과 감정을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시민에게 다가가고자 한다.

1 서울예술교육센터 1층 서울라운지

함께 만든다

서울예술교육센터의 공간에는 ‘편안함’과 ‘즐거움’이 함께 있다. 1층에 위치한 ‘서울라운지’는 편안함을 담당한다. 센터를 방문하는 모든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는 ‘안내인(컨시어지)’이 상주하며,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감정서가’ 프로그램이 연중 상시 진행된다. 서울라운지는 상호 유기적인 콘텐츠로 운영된다. 주어진 것을 해내야 하거나 갖춰진 것을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일련의 비워진 상태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다양한 활동으로 무엇이든 자유롭게 채워나간다. 어른의 간섭 없이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고, 마음을 표현하는 곳이다. 매니저들은 어른이 아닌 친구로서 함께 만든 순간을 관찰하고 기록·수집한다. 함께 대화하고 교감하며 의미 있는 상황을 분석하고 토론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만든 낱장의 경험이 체계적으로 모여서 새로운 세계를 만들고, 세상에 없던 한 권의 이야기가 돼 다른 사람과 공유된다. 아이들이 만든 현재가 센터와 함께 미래를 만든다.

함께 경험한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예술가와 함께할 기회를 선물한다. ‘좋아하는 것을 그냥 하기만 하면 되도록’ 하는 것이 모든 운영 프로그램의 원칙이며 기준이 된다. ‘무언가를 하고 싶은 아이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경험’을 변함없이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이 공간이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다. 아이들은 예술가와 함께 질문하고 관찰하며 스스로의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반복된 경험의 기억은 공간의 분위기를 만들고, 이 안에서는 언제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편안함을 심어준다. 자발적인 시도는 흥미와 재미를 이끌어내며 자신의 세계를 넓고 깊게 만든다. 크고 강렬한 한두 번의 경험이 아닌 소소하지만 즐거운 경험이 쌓여가며 아이들의 내일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세계 속에서 서로 교류하며 성장한다.

아이들에게 미래를 배운다

그동안 완전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주체가 돼 가장 순수하며, 가장 온전한 아이들을 다듬어가는 과정이 교육의 역할이었다.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아이들을 교육하지 않는다. 이곳의 운영 철학은 ‘길들임이 아닌 바라봄’에 기반하며, ‘어른이 아닌 친구’가 돼주고, ‘교육이 아닌 공감’의 태도를 지키며 아이들과 함께한다. 아이들이 만든 모든 것을 따뜻하게 관찰하고, 세심하게 기록하고, 정교하게 수집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고 계획하고 만들고 공유하는 모든 쓸데없는 사건(contents)이 쌓여 쓸모 있는 존재(value)를 만들고, 함께 나눈 경험담은 의미 있는 맥락(context)으로 진화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아이들의 상상과 실천으로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새로운 미래를 만난다.

삶의 새로운 기준을 담아가는 곳, 감정서가

우리는 지금 다운로딩의 시대 끝에서 스트리밍의 세계를 무차별적으로 경험하고 있다. 아이들은 소유하지 않고 점유하는 것 혹은 사라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장 보드리야르의 말이 다르게 해석될지도 모른다. 흔적 없이 사라지는 시대를 사는 인간의 기억은 시간이 흐름과 함께 소멸된다. 감정서가는 이곳에서 일어나는 공동의 기억과 기록, 그리고 그 안에서 함께한 어른과 아이들의 경험을 저장하는 라이브러리다. 누구나 이곳에 오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고 담고 읽는 과정을 반복하며 가장 순수했던 자기만의 순간으로 돌아갈 수 있다. 한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유일무이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 소중한 경험의 순간이 종이 위에 쓰이고, 모여서 한 권의 책이 돼 서가를 채운다. 이 책을 읽으면, 따로 있지만 ‘같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든다. 공감은 마음을 움직인다.
글 이재준_서울예술교육센터 기획감독 사진 서울문화재단
서울스튜디오는 청소년과 예술가가 예술 활동을 통해 만나는 공간이다. 청소년은 다양한 ‘매체(미디어)’를 매개로 자기표현의 예술적 경험을 하고, 여러 ‘도구’를 활용해 자신이 원하는 문화적 놀이 공간을 스스로 만들 수 있다.

2 서울예술교육센터 5층 공간

청소년의 자발적 질문의 공간

예술가가 교육 현장(scene)에 들어서며 청소년에게 가장 많이 듣고 싶은 말은 “이렇게 만들고 싶어요” 또는 “왜 이렇게 될까요?”라는 질문이다. 반면 청소년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걸 언제 다 해요?”나, “이렇게 하라고요?”라는 되물음이다. 스무 살 전후의 청소년을 만나면 무엇을 하면서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분명 ‘이렇게 살아야 한다’는 말을 잘 따랐고 잘 해냈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고, 경쟁에서 살아남으라고 해서 우위에 섰지만 막막함이 앞서는 이유가 궁금하다. 질문하고 스스로 답을 찾는 연습을 해야 하는 청소년 시기에 그들이 만나는 어른들은 항상 해법을 제공해 주었다. 그래서 질문을 자기에게 돌릴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예술가와 만나 영감을 나누고, 테크놀로지의 본질을 찾고, 장르의 경계에서 관조와 참여를 결정하는 자발적인 질문의 공간이 되고자 한다.

도구워크숍: 도구의 본질에서 예술과 과학을 찾다

도구의 사용은 문명을 만들고 지식과 문화를 전승하고 인간 수명을 늘려갔다. 그것은 수많은 시도와 실패의 경험이 만들어낸 인류의 자산이지 어떤 특정한 인물과 집단이 만들어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교육’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는 절대다수 프로그램의 배경에는 교육자의 패키지가 존재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효율성이다. 단시간에 많은 수의 피교육자가 단기 목표를 달성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패키지화된 교육에는 시도와 실패가 삭제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도구를 만나기란 힘들다.
서울예술교육센터에서는 도구워크숍을 통해 청소년과 ‘놀이’를 하고자 한다. 놀이의 필수 요소는 ①놀이 시간의 확보 ②도구와 또래 ③평가로부터의 자유 ④반복 ⑤놀이 공간이다. 즉, 자유로운 시공간 환경과 프레임 밖의 도구가 만날 때 놀이는 자연 발생한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전통적 매체의 도구(책·잡지·신문 등), 로테크(lowtech) 미디어 도구(필름·슬라이드·사진 등), 하이테크 미디어 도구(영상·사운드·VR 등) 등 다양한 도구를 놀이의 재료로 활용한다. 놀이를 통해 청소년은 도구를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길이를 재는 도구, 성형을 위한 도구, 재료를 담거나 이동하는 도구라고 제안하면 그 도구를 어떻게 만들지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자, 망치, 그릇으로 명명하면 상상력이 제한된다.
누군가 시킨 적이 없는데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 어떻게 하면 될까 질문하면서 시도하고, 실패해도 평가받지 않는 상황. 패키지에 담겨 있지 않아서 도구를 찾아가는 경험. 이런 경험이 예술과 만나게 한다면 부가 이윤으로 창의력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청소년이 당연히 청소년기에 해야 마땅했던 질문과 자기 선택을 제안하고자 한다.

3 신용산역 인근에 위치한 서울예술교육센터 전경

아틀리에로의 초대: 창작 과정의 본질에서 예술교육을 찾다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고 이런저런 발상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이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들은 시도와 실패를 반복한다. 그리고 전시나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을 만난다. 예술가는 동시대의 사회와 문화에 말을 건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은 그 작품을 흉내 내는 데 있지 않고 그 아틀리에에서 했던 시도에 있다. 재료를 찾는 과정부터 정제하거나 선택하고 작품이 되기 바로 직전까지가 ‘학습과 배움’의 코드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아티스트가 아틀리에를 만들어가는 과정을 설계한다. 공간만으로 한정하는 아틀리에라기보다 초대의 장이 되는 일종의 상징이다. ‘아틀리에로의 초대’에서 예술가는 예술교육 커리큘럼이 아닌 창작 과정을 설계하고, 청소년은 예술가의 창작 과정에 공동창작자로 참여함으로써 예술의 가치와 의미를 찾는다.
오늘날의 예술교육은 본래의 의도와 조금 다른 그림이 펼쳐지는 경우가 많다. 입시를 위한 학원 스케줄에 밀려 선택은 한정적이고, 부모의 정보에만 의존하다 보니 청소년의 선호와 무관하고, 동기 없이 앉아만 있기도 한다. 이때 예술교육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학습자의 동기를 조작적으로라도 부여하느라 정작 예술보단 자극적 요소와 방법론에 대해 몰입한다. 서울예술교육센터는 다시 예술교육의 본질로 돌아가 청소년이 예술을 탐구하며 사회와 접속하고, 예술가와 대화하며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는 경험의 장을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자 한다.
글 조인호_서울예술교육센터 기획감독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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