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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호

확장하는 공연장 지도,
모두를 위한 공간 되려면

2022년 자리를 옮겨 새로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 ⓒ배지훈/LG아트센터

서울 및 수도권의 공연장 지도가 확장하고 있다. 도심과 동남권에 쏠려 있던 공연장이 서남권으로 그 영향력을 넓혀가는 중이다.
2022년 10월 문을 연 LG아트센터 서울이 대표적이다. 1,335석 대극장과 365석 블랙박스 극장을 갖춘 이곳은 서울 서남권에서도 외곽에 해당하는 강서구 마곡지구에 들어선 대형 공연장이다. ‘강남 대표 공연장’이던 LG아트센터가 마곡에서 새로운 시대를 열어 공연계 관심이 쏠렸다.
2000년 강남구 역삼동에서 개관한 LG아트센터는 20년간 피나 바우슈?이보 판 호버?매슈 본 등 해외 유명 예술가들의 현대 공연예술을 소개하며 국내 공연계를 질적으로 한 단계 성장시켰다. 또한 공연시장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한국 뮤지컬 산업화의 효시로 평가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첫 라이선스 공연을 비롯해 다수의 뮤지컬을 선보이며 국내 공연시장의 외연 확대에 큰 역할을 했다.
LG아트센터의 마곡지구 이전 소식에 공연계는 기대보다 우려를 나타냈다.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과 달리 마곡지구에서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LG아트센터 서울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LG아트센터 서울이 지난해 선보인 개관 페스티벌은 유료 매표율 82%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또한 올해 기획공연으로 파리오페라발레 30년 만의 내한공연, 배우 박해수와 유인촌 등이 출연한 연극 <파우스트> 등을 선보이며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 또한 이곳이 서남권에서 자리 잡는 데 유효했다는 평가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대형 공연장이 서울 서남권에 들어설 계획이다. 서울시가 지난 3월 발표한 제2세종문화회관이다.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제2세종문화회관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부지에 2,000석 규모의 대극장과 400석 규모의 소극장, 문화교육 및 편의시설을 갖춘 대규모 복합 공연장으로 세워질 예정이다. 2026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시가 제2세종문화회관의 롤모델로 삼고 있는 것은 독일 함부르크 엘베강변에 위치한 공연장 엘필하모니Elbphilharmonie다. 옛 창고 건물 위에 철재 구조물을 올린 독특한 구조의 공연장인 엘필하모니는 2017년 개관 이후 엘베강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랜드마크로 사랑받고 있다. 서울시는 제2세종문화회관 또한 엘필하모니처럼 공연을 관람하지 않더라도 한강의 경치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서울은 아니지만, 최근 개관한 부천아트센터도 주목된다. 부천아트센터는 1,445석의 콘서트홀과 304석의 블랙박스 극장을 갖춘 공연장이다. ‘지자체 최초 파이프 오르간이 설계된 클래식 음악 전용 특화 공연장’이라는 점을 내세운 부천아트센터는 지하철 7호선이 바로 연결된다는 점에서 서울과의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LG아트센터 서울?제2세종문화회관과 함께 서남권에 새로운 공연 역세권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연계 숙원 중 하나인 서울 강북 지역의 클래식 음악 전용 홀 건립도 가시화하고 있다. 제2세종문화회관 건립과 함께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문화회관이 재건축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재건축 계획에는 클래식 음악 전용 홀 건립이 포함돼 주목된다. 서울에서 대형 클래식 음악 전용 홀은 현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과 롯데콘서트홀 총 두 곳으로, 모두 동남권에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클래식 음악 전용 홀을 갖추게 되면 강북 지역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로나19로 한동안 침체에 빠져 있던 공연시장은 지난해부터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KOPIS이 발간한 『2022 공연시장 동향 총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공연 티켓 판매액은 약 5,590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43%나 늘어났다. 새로운 공연장의 등장은 이러한 공연시장 성장세와 맞물려 공연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 공연시장이 커지기 위해선 더 많은 공연이 관객과 만나야 하고, 이를 위해 지금보다 더 많은 공연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22년 자리를 옮겨 새로 개관한 LG아트센터 서울 ⓒ배지훈/LG아트센터

문제는 하드웨어를 채울 소프트웨어다. 특히 우려되는 것은 새로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공연장 대부분이 클래식 음악 전용 홀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클래식 음악 공연을 보면 일부 스타 연주자가 출연하는 공연 외에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뮤지컬이 공연시장의 70~80%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클래식 음악 전용 홀을 내세워 새로 문을 여는 공연장이 관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다.
전문가들은 공연장이 늘어나는 만큼 차별화된 기획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관객의 수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급에만 집중한다면 아무리 좋은 시설을 갖춘 공연장이라도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공연계의 미래를 위해 되새겨봐야 할 부분이다.

장병호 이데일리 문화부 기자
사진 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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