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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월호

당신의 반려OO은?

문화예술로 보는 반려 생활

‘반려’라는 말이 더는 낯설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다. 1인 가구가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인생을 함께할 반려 대상은 어느덧 사람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생물, 나아가 사물로까지 옮겨가는 추세다. 사람 ‘자’를 써 ‘반려자’로 부르던 인생의 파트너가 동물, 식물 같은 생명체로 대체되는 것을 넘어 그림, 음악, 물건, 공간, 음식, 운동, 취미활동 등 자신의 기호와 취향이 한껏 반영된 모든 유무형의 객체로 확장된 것이다.

202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강아지숲, 국내 1호인 동시에 최대 규모 반려견 테마파크다.

국립세종수목원에서 연말연시를 맞아 진행하는 특별전 〈나의 초록 우주〉

하나의 문화 키워드로 자리 잡은 반려견

이른바 ‘반려 생활’이 일종의 대세가 된 이유는 기후 위기로 인해 동물, 식물 등의 생태계를 대하는 대중의 인식과 태도가 변화한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짙어진 일상의 농도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그렇다면 시대의 흐름과 요청을 반영하기 마련인 문화예술의 행보는 어떠할까? 과연 반려 생활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드러내듯 ‘반려’를 주제로 하는 전시, 공연, 워크숍, 책, 공간 등도 덩달아 늘고 있다.
2020년 하반기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행한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은 대표적 반려동물인 ‘개’가 미술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신호탄 같은 전시였다. ‘반려견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표방한 이 전시는 일반적으로 ‘인간’ 을 위해 운영되는 대표 공공장소인 ‘미술관’에 공식적으로 ‘개’를 초대하면서 현대사회에서 반려가 차지하는 의미와 비인간non-human에 대한 인간의 입장을 돌아보고 미술관이 담보하는 공공성과 개방성의 범위 등을 질문하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 전시는 인간과 개의 복합적 관계를 보여주는 28점의 미술 작품뿐만 아니라 건축, 운영, 상품 개발까지도 ‘개를 위한 미술관’으로자리매김하는 데 충실했다. 미술관 관람객인 개의 특성(지각, 인식, 습성, 감정 등)을 존중하기 위해 수의사에게 자문했고, 반려견과 반려인, 반려견을 동반하지 않은 일반 관람객의 매끄러운 관람 동선을 위해 전문 건축가와 조경가가 참여했다.
‘반려견’을 주제로 한 또 다른 전시로는 2022년 6월 28일에서 10월 23일까지 열린 〈반려풍속伴侶風俗〉이 있다. 이 전시는 국내 최대 규모 반려견 테마파크인 ‘강아지숲’에서 진행됐다.
〈반려풍속〉은 반려견을 주제로 하는 미술 작품을 선보이는 강아지숲 ‘아트 프로젝트’의 다섯 번째 전시로 열렸으며, 수년간 여러 반려동물의 아름다움을 한국화로 표현해 온 곽수연 작가의 작품 24점을 소개했다. 조선 후기의 평범한 일상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반려견은 인간처럼 안경을 쓴 채 책을 읽고 바둑을 두고 담배를 피우고 차를 마시는데 이는 반려견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열어준다.

식물, 그림, 로봇… 각양각색 반려 생활

‘반려’를 주제로 하는 전시는 동물에서 그치지 않고 ‘식물’로까지 이어진다. 그중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이 2022년 11월 19일에서 2023년 3월 26일까지 국립세종수목원 사계절전시온실 중앙홀에서 진행하는 기획전시 〈공존〉을 눈여겨볼 만하다. ‘반려 식물과 반려동물의 동행’이라는 부제 아래 열리는 이 전시는 정원 문화 및 반려 식물 대중화를 목표로 반려 식물과 반려동물의 공존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백합은 독보적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지만 독성 물질이 있어 일부 반려동물에게는 설사, 탈수, 식욕결핍 등을 야기하는 치명적 식물일 수 있다. 이를 위해 〈공존〉은 대표적 독성 반려 식물 15종과 안전 반려 식물 15종을 소개하고, 이들 식물과 반려견· 반려묘가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2D 그래픽디자인을 적용해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는 전시장, 애니메이션존, 포토존 등도 전시의 재미를 더한다.
반려인을 위한 아주 특별한 전시는 동물, 식물을 벗어나 ‘그림’으로 나아간다. 2022년 10월 28일에서 2023년 2월 26일까지 화성소다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 그림〉은 우리 삶에 위로와 기쁨을 가져다주는 반려동물과 반려 식물처럼 ‘그림’도 엄연한 반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흥미로운 점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이 전시가 작품 소장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 전시는 회화, 애니메이션, 그래픽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등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하며 자신의 작업 세계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 신진 작가 33명의 작품을 ‘아트포스터’ 형태로 소개한다. 관람객은 입장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의 번호를 기재하고 해당 작품의 포스터를 무료로 증정받는다. 이로써 관람객은 아트 컬렉팅을 체험하며 일상으로 돌아가서도 좋아하는 작품을 곁에 두고 즐길 수 있다.
한편 지난 11월 21일에는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궁동종합사회복지관이 개관 20주년을 기념하며 〈어르신과 반려 로봇이 함께하는 패션쇼〉를 열었다. 패션쇼에서 반려 로봇 ‘효돌’과 함께 런웨이를 펼친 어르신들은 1인 가구인 홀몸노인(배우자나 자녀 없이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었다. 궁동종합사회복지관은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복지 사업의 일환으로 관내 어르신 325명에게 반려 로봇을 보급해 스마트 노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화성 소다미술관에서 2023년 2월 26일까지 전시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 그림〉을 연다.

입장권에 마음에 드는 작품의 번호를 기재하고 해당 작품의 포스터를 무료로 증정받는다.

인스타툰, 책 등 반려 생활 담은 채널도 다양해

문화예술 속 반려 생활을 엿볼 수 있는 곳은 전시장만이 아니다. 가까이에 두고 기간에 상관없이 원할 때 언제든지 관람할 수 있는 ‘책’을 통해서도 반려 생활을 향유할 수 있다. 반려 대상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개와 고양이는 현재 관련 서적이 상당수 출판됐다. 도서 검색대에서 ‘반려견’, ‘반려묘’를 입력하면 반려동물 양육/훈련 가이드, 반려동물 응급처치 매뉴얼, 반려동물 심리상담서, 반려동물 요리책, 반려동물 컬러링북, 반려동물 에세이 등을 찾을 수 있다.
그중 강아지와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 《키니 일기》는 인스타툰(‘인스타그램’과 ‘웹툰’의 합성어)에서 출발해 책으로 출간된 경우다. ‘멍디와 키니가 함께 보낸 7년의 기록’이라는 부제를 단 《키니 일기》의 저자는 12만 팔로어의 동명 인스타그램 채널 ‘키니 일기’를 운영하는 멍디(@meongdi)다. 그림을 전공한 멍디는 자신이 키우는 갈색 푸들 ‘키니’와의 추억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2018년부터 인스타그램에 키니와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 연재해 왔다. 반려 식물이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계기로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테리어와 살림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식물에 대한 관심도 증가한 것이다. 역시 ‘반려 식물’ 관련 도서를 검색하면 반려 식물도감, 홈가드닝 안내서, 반려 식물 인테리어 가이드, 반려 식물 에세이 등을 찾을 수 있다.
반려 생활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책으로는 《너와 함께 반짝반짝》이 있다. 개, 고양이, 금붕어, 달팽이, 타란툴라, 각종 식물과 함께 살면서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가는 발달장애인 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으로 반려 생활을 통한 교류의 기쁨, 치유의 행복, 정서적 안정을 확인할 수 있는 양서良書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생명을 돌보는 일에는 장애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저 생명을 잘 돌보는 사람과 아직 서툰 사람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지막으로 반려 대상에 대한 범주를 넓혀주는 책 한 권을 소개한다. 바로 《반려공구》다. 저자 모호연은 망치, 펜치, 드라이버, 톱 등 21가지 공구를 소개하며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때로는 웃픈 실패를 목격하며, 일상을 함께 돌봐온 든든한 동료들’이라고 말한다. 곁에서 묵묵히 나의 도전과 실패를 바라봐 주고, 용기와 위로를 주면서, 나와 더불어 살아가는 친구. 2023년에는 반려 생활에 도전해 보는 것 어떨까?

반려 생활을 하는 발달장애인 4명의 이야기를 담은 인터뷰집 《너와 함께 반짝반짝》

반려 대상에 대한 상상력을 넓혀주는 산문집 《반려공구》

강아지와의 일상을 담은 그림책 《키니 일기》

장보영_객원 기자

사진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소다미술관, 강아지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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