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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호

부조리의 경계를 넘어 능동적 협의를 위한 출발점 예술인권리보장법 시행

계약 체결은 본래 자유롭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예술인의 계약 현실을 살펴보면 외견상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진정 자유의사에 의한 결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필자는 예술인 법률 컨설팅을 하며 예술인이 권리자로서 대가 금액, 저작권, 업무 환경의 개선 등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래도 되나요?” 하고 위축되는 모습을 자주 봤다. 누구보다도 자유로워야 할 예술인이 역설적으로 부자유를 겪는 현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예술인은 권리와 의무의 능동적 주체

예술 현장에는 대충 쓴 계약서, 무권리자가 추진한 프로젝트, 은밀한 성적 요구, 끝내 얼버무리는 돈 문제, 약속한 바와 달라진 이행 과정 등 수많은 부조리가 존재한다. 예술인이 진정으로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기 위해서는 이러한 부조리를 직시하고 합리적으로 극복해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인은 외부적 구속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상상하고 표현하며 활동할 수 있어야 하고, 예술 활동은 각자의 역할과 지위에 합당한 권리와 의무에 따라 명확하게 이행돼야 한다. 권리자에게 침묵을 강요할 권리도, 권리를 포기하게 할 권리도 없다. 설령 관행으로 도피하더라도 권리는 관행에 우선한다.
궁극적으로 예술 환경을 바람직하게 변화시키려면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예술인은 권리와 의무의 능동적 주체로서 상대방과 서로 협의할 수 있다.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얼마나 실현하고 제한할 것인지 스스로의 의지로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인에 대한 관점은 관련 법령에 반영된다. 기존에는 수혜적 관점에서 예술인을 복지정책의 대상으로 보거나 분화된 장르별 지원사업의 대상으로 봤다. 그러나 지난 2010년대 후반 이후,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태’나 예술계 ‘미투 운동’ 등을 기점으로 예술인은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주체라는 공감대가 마련됐고, 예술인의 삶에 대한 관점을 근본적으로 전복할 수 있는 법령 제정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바로 이러한 배경에서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약칭 ‘예술인권리보장법’)이 2021년 9월 24일 제정되어 2022년 9월 25일 시행됐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헌법의 기본원리 중 하나인 문화국가원리에 기초해 예술표현의 자유와 예술인의 직업적 권리 보호를 총 여섯 장에 걸쳐 규정, 이에 따라 보호한다.

예술인조합이란?

예술인권리보장법은 계약과 협상에 공정성의 저울을 도입해 외견상 합의뿐만 아니라 실체적 합의까지 도모할 수 있도록 절차와 내용을 규정하는 예술인조합을 소개한다. 예술인조합은 국가기관 등 예술지원기관 또는 예술사업자(이하 예술사업자 등)에게 예술 활동 관련 계약 내용을 변경하거나 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고, 예술사업자 등은 성실하게 응해야 한다(제14조 제1항, 제2항). 예술사업자 등은 예술인조합이 다른 예술 활동과 통일성 또는 계약의 본질적 사항에 반하거나 경영 등에 부당하게 간섭하는 내용의 계약 조건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협의 요청에 응하지 아니할 수 있고(동조 제3항), 예술인조합 활동 방해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동조 제4항). 한국예술인복지재단 누리집1에서 예술인조합 결성 신고·변경 등 절차를 진행할 수 있으며 예술인권리보장법 제도 안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술인조합이 계약 관련 협의를 하는 방법과 절차 역시 규정돼 있다. 예술인조합은 협의 상대방에게 협의 요청서를 제출해야 하고 제출받은 날로부터 10일 이내에 협의 상대방은 검토 결과를 예술인조합에 통보해야 하며 만일 협의에 불응하는 경우 그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서면(전자문서 포함)으로 통보해야 한다(법 제14조 제5항, 시행령 제6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참조).
부디 예술인의 권리와 의무, 자유와 공정의 문제에 관한 논의가 합리적으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절충안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현장의 논의를 법적 관점으로 끌어올려 올바르게 이해하고 조리에 맞는 권리와 의무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는 예술인은 서울문화재단 예술청에서 운영하는 예술인통합상담지원센터2의 법률 컨설팅을 이용해 볼 수 있다. 사건 사고가 발생한 이후 법률 상담을 받을 수도 있지만 분쟁을 예방하고 안전한 활동을 하기 위해 미리 필요한 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의 시행에 발맞춰 예술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인식이 높아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서유경_변호사(법률사무소 아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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