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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월호

춤의 열풍 속에서 스스로 춤을 춘다는 것
몸짓으로 표현하는 행위

지금처럼 춤에 관심이 집중된 적이 있나 싶다. 단순히 춤을 보며 대리만족만 하던 시기는 지났다. 누구나 직접 몸을 움직여서 춤을 느끼는 시대다. 춤출 마음만 있다면 가까운 어느 곳에서든 심지어 방구석에서조차 몸을 단련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더욱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방송에서 부는 춤 열풍

2021년 여름부터 가을까지 방송된 TV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스트릿댄스 크루를 찾기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으로 여성 댄서들이 자존심을 걸고 춤을 선보였다. 스타가 등장하고 팬덤이 형성되기도 했다. 여러 해 전에는 춤 열풍을 일으킨 <댄싱9>이 있었는데 김설진·이루다·하휘동·이선태·안남근 등이 주목받았고, 이후 무용계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유의미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K-팝에서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강력한 한류로서 K-팝의 경쟁력은 노래뿐 아니라 춤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아이돌 그룹 멤버 중에서 ‘무용’을 전공한 이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점은 K-팝에서 춤이 차지하는 비중을 방증한다. 예로부터 멋과 흥의 민족이던 우리의 DNA가 춤이라는 영역에 집약돼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무용예술에 대한 관심은?

순수 무용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는 위에 언급한 춤에 비해 낮은 편이다. 특히 동시대 창작 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언어가 아닌 몸짓 어휘로 주제를 표현하는 무용예술의 특성상 상징과 은유가 난무하는데 때론 머리가 아닌 느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의 훌륭한 작품을 손쉽게 볼 수 있는 시대인 만큼 우리나라 창작 춤이 대중의 높은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지도 자문해야 한다. 무용계 내부에서 작품의 독창성 문제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다는 점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발레계는 강수진(슈투트가르트발레단)·김용걸(파리오페라발레단)·서희(아메리칸발레시어터)·박세은(파리오페라발레단)·김기민(마린스키발레단) 등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에서 활약한 이들을 중심으로 대중의 인지도를 확립하고 있다. 근래 들어서는 방송과 광고 등에 자주 노출된 김설진이나 김보람의 현대무용에 대한 호응도도 높아졌다.

스스로 춤을 춘다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직전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 의 약자. 한 번뿐인 인생·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정도로 우리 일상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면서 개인의 행복과 힐링을 중요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자신의 신체와 건강에 대한 인식도 높아졌으며 스스로 춤을 추는 것에 대한 일종의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춤을 추는 행위는 인간의 본능을 반영한다. 몸을 움직이며 심신의 건강을 도모할 수 있으며 예술 활동을 통해 자기표현의 욕구를 분출하는 등 정서적 안정, 더 나아가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경험할 수 있다.
건강한 삶이란 별다른 의식 없이 육체만을 훈련하면서 얻어질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균형을 이뤘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요가나 필라테스가 오랫동안 각광받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것은 심신이 지친 현대인을 정화하고 단련을 돕는, 그러면서도 누구나 편하게 접할 수 있는 수련법이기 때문이다. 발레가 건강과 심리 그리고 자세 교정에 효과적이라는 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발레 배우기 열풍이 일어나기도 했다. 실제로 유명한 발레리나 중에는 어린 시절 몸이 허약해서, 허리가 굽어서, 다리가 휘어서 혹은 너무 내성적이거나 소심해서 발레를 시작한 이가 적지 않다. 발레의 효능과 효과는 전문 무용수에만 국한하지 않으며 일반인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생활예술이라고, 춤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이 일종의 동호회를 만들어 연습은 물론 공연까지 본격적으로 전개한 경우도 있다. 2020년 서울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생활예술 춤 축제인 위댄스페스티벌을 살펴보면 K-팝댄스·스트릿댄스·밸리댄스·라틴댄스·한국무용·훌라댄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을 추는 동호회가 축제 한마당을 벌였다. 이는 개개인의 심신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집단 활동을 통해 사회성을 함양하고 공연을 통해 자기표현의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2019년 말부터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춤 활동에 변화가 일어났는데 유튜브 등을 통한 이른바 ‘방구석 댄스’가 성행하게 됐다. 전례 없는 전염병 사태로 인해 건강에 대한 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면서 이러한 ‘방구석 댄스’는 소리 없는 춤 열풍을 이끌고 있다. 국립현대무용단의 예술감독에서부터 무용가와 무용 전공생 그리고 춤을 꾸준하게 연마한 일반인까지 유튜브를 통해 ‘방구석 댄스’를 지도하며 그중 일부는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렇듯 보고 느끼기에도 좋고 스스로 추기에도 좋은 다양한 춤에 많은 이가 주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생활에 활력을 찾기 위해 훌륭한 공연을 찾아보는 것은 감정을 정화시키고, 더 나아가 가까운 스튜디오를 찾거나 심지어 방구석에서 움직이는 것 역시 건강과 자세 교정, 심리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리고 더욱 좋은 삶을 누릴 수 있다. 아직도 망설이고 있다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춤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심정민 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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