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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NE

1월호

이달의 표지 작가권도연

1 <SF6 Wilhelm kres> 피그먼트 프린트 | 150×150cm | 2020
2 <SF2 Alphonse Penaud> 피그먼트 프린트 | 125×105cm | 2020
3 <SF7 Otto Lilienthal> 피그먼트 프린트 | 150×150cm | 2020


권도연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사진을 전공했다. 사진을 이용해 지식과 기억, 시각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를 탐색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개인전 <SF>(갤러리 소소, 2020) <SIOT>(일우스페이스, 2020) <북한산>(누크갤러리, 2019) 등을 개최했으며, 미국 포토페스트비엔날레, 고은사진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서 개최된 단체전에 참여했다. 제12회 사진 비평상(2011)을 비롯해 제7회 KT&G SKOPF ‘올해의 최종 작가’(2015), 제10회 일우사진상(2019)을 수상했다. 또한 금천예술공장 12기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19세기 인적이 드문 새벽, 바람이 심한 벼랑 끝에 한 사람이 서 있다. 흔들리는 램프 불빛에 의지해 나무와 천으로 만든 기계를 들여다본다. 우스꽝스러운 둥근 날개를 밧줄로 얼기설기 연결한 땅딸막하고 못생긴 기계이다. 그는 밧줄을 팽팽하게 당기고 나사를 조인 후, 안장에 앉아 양손으로 지지대를 움켜쥔다. 시간 여행을 하기 위해 출발하려는 참이다. 그가 밧줄을 풀자 시간이 고삐에서 풀려난다. 그는 ‘검은 눈’과 드문드문 보이는 흰머리 말고는 특징이랄 게 없다. 그저 시간 여행자일 뿐이다.
우리는 문학과 영화에서 아주 수월하고 능숙하게 시간을 넘나든다. 시간 여행은 신과 용만큼 오래된 옛 신화에 뿌리를 둔 고대 전통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시간 여행은 근대의 환상이다. 시간 여행이라는 단어는 1895년 허버트 조지 웰스의 소설 《타임머신》에서 처음 등장했다. 웰스는 타임머신을 상상하면서 새로운 개념인 시간 여행을 창안했다. 미래로 여행할 수 있다면 어떨까?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뉴욕타임스》의 평론가는 웰스의 타임머신을 비행접시의 골동품 격이라고 묘사했다. 내가 보기엔 초기 무동력 항공기처럼 보인다.
존 윌리엄 던은 초기 무동력 비행기의 선구자였다. 던은 웰스와 친분이 있었으며, 19세기 말에 글라이더와 복엽기를 제작했다. 던은 비행을 시작한 이후로 이따금 환각에 빠지며 미래의 사건을 봤다. 그는 자신이 미래의 시간을 경험했다고 여겼다. 그는 1927년에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시간 실험》을 출간했다. 자신의 경험이 사실이라면 그는 그것이 시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허무는 것이며, 과거와 미래는 시간 차원에서 동시에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나는 던의 글을 읽으며 상대적 시간과 심리적 시간, 압축할 수 있는 시간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가상 기술 ‘과거 투시’에 대해 상상하게 됐다. 과거를 카메라로 찍듯이 본다는 건 현실적으로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약 138억 년 된 빛을 모아서, 빅뱅 직후에 만들어진 빛과 입자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린 이미 과거를 보고 있다. 나는 이 개념을 차용해 던이 글라이더를 이용해 미래를 봤듯 초기 무동력 비행기를 연구한 이들을 시간 여행자로 가정하고 들여다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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