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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2월호

서울, 예술적 대상으로 바라보기
1,000만 시민의 삶, 그것이 곧 예술의 장이다

정도 600년의 역사가 있는 도시, 1,000만 명의 인구와 1,500만 명의 신도시를 이끌고 있는 도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지만 콘크리트 건물과 유리벽으로 갇힌 도시.
서울은 과연 예술가들에게 어떤 매력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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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서울을 소재로 한 작품은 그렇게 많지 않다. 드문드문 있긴 하지만, 프랑스 파리나 독일 베를린처럼 작가들이 줄기차게 찾으며 작품으로 옮기는 도시는 아니다. 서울은 아직 예술적으로 대상화되거나 기호화된 도시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서울은 매력 없는 도시일까? 그렇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수천 년의 역사와 1,000만 명의 인구가 뿜어내는 도시의 이야기는 너무도 다양하다. 다만 그것은 드러나지 않은 채 우리 속에 잠재되어 가능성으로만 남아 있다. 과연 서울은 어떤 매력이 있을까? 거기서부터 예술적 대상으로서의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욕망이 충돌하는 도시

예술은 기본적으로 재현(re-presentation)의 산물이다. 세상의 이야기, 상상 속의 신화, 보이는 자연, 인공적 피조물, 사람들의 삶과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 등 예술은 생각할 수 있는 대상에 자신의 생각을 집어넣어 이를 ‘다시’(re) ‘보여줌’(presentation)으로써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세상에 대한 깊은 이해로부터 ‘다시 보이는’ 그것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때 감동이 일어난다. 새로운 의미를 획득하는 것이다.
예술가는 이 감동을 위해 싸운다. 고독하게, 또는 정열적으로 세상을 분석하며 그 의미를 보여준다. 그로부터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냈을 때 예술가는 비로소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창작자로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으면 예술 또한 다양해진다. 그리스로마 시대, 구약과 신약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이야기는 서양예술의 깊이를 더했고, 산업주의의 고통과 전쟁의 악몽으로부터 위대한 예술가가 탄생했다. 얘기하려는 세상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문제를 풀려는 인간의 의지는 깊어지고, 예술 또한 깊이를 더한다. 세상에 대한 이해가 더 깊은 예술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1,000만 명의 인구가 살아가는 서울은 거대한 욕망 덩어리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돌아가는 일상은 누구 하나 편치 않게 만든다.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서울시민이 몇이나 될까?
지금 형성된 도시의 외형으로 따지면, 서울은 거대한 이주민의 도시다. 1960년대 농민층 분해로부터 2000년대 이주노동자까지, 서울은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경쟁하는 도시로 성장했다. 불과 30~40년 만에 연소득 1,000달러의 도시가 연소득 3만 달러 이상의 도시로 발전한 것은 이 치열함 때문이다. 이 치열함으로 인해 우리는 거대한 냉장고와 시원한 에어컨을 소유하게 되었으며, 동시에 한순간의 선택이 후손의 미래까지 결정하는 ‘아찔한’ 순간도 경험했다. 잠시의 방심, 잘못된 선택이 치명적인 실수를 낳은 것이다. 그러하기에 우리는 그 어떤 정의보다 개인의 욕망을 존중한다. 타인을 믿기보다 의심하며, 내가 가진 정보를 확인하고 또 확인한다. 공공의 이익이나 선보다 나의 욕망과 질서가 우선되는 사회, 이 도시에서 얘기할 수 있는 욕망은 얼마나 많을까?
더구나 서울은 농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까지 한 세대를 통해 발전해왔다. 신체에 새겨진 역사가 각기 다르다. 농업사회를 경험한 어르신과 정보화사회를 살아가는 ‘어린’ 청소년은 대화가 되지 않고, 유교적 가치를 숭상하는 사람들과 그 틀을 깨려는 사람들은 서로 등을 돌리고 서 있다. 개발시대의 독재에 대한 찬양으로부터 제왕적 대통령마저 몰아낸 ‘촛불정신’까지 모두 다르다. 이 복잡함에 서울이 쏟아내는 온갖 외침과 요구는 다양해지고, 그 다양함이 다양함을 부른다. 이 다양함의 도시에 재현해낼 작품이 얼마나 많을까? 역동성, 새로운 인간군상과 그것들이 충돌하는 힘을 보고 싶은 작가라면 서울만큼 적절한 도시는 없다. 서울은 다양한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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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도시의 변화를 만든다

도시의 전경 또한 그렇다. 급속한 도시 발전과 개인적 욕망이 편재한 도시의 전경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고궁이 빌딩과 공존하고, 시대를 알 수 없는 낡은 건물과 유리로 둘러싸인 첨단 빌딩이 한자리에 서 있다. 시대 연표로만 본다면 서울은 다양성의 전시장이자 건축의 체험장이다. 여기에 10m만 들어가도 자연림이 펼쳐지는 산과 1km가 넘는 한강을 보면 서울이야말로 역사와 현재, 문명과 자연이 공존하는 도시로 보인다.
바로 이런 점이 매력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며 쏟아내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로 얽히고설킨 도시의 전경이 서울의 매력이다. 전 세계 도시 중 이렇게 수많은 이야기와 경관으로 얽힌 도시가 있을까? 하지만 지금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달려가는 삶, 어느 한쪽을 읽었을 때 다른 쪽에서 가해지는 비판, 예측할 수 없는 여론, 너무도 빠르게 변하기에 쉽게 해석할 수 없는 변화의 속도 등은 예술가가 서울을 선뜻 재현하기 어렵게 한다. 특히 정리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관점과 변화는 서울을 재현하는 것을 주저하게 만든다.
그러나 예술 또한 변화한다. 과거의 예술이 관조와 사유를 바탕으로 했다면, 현대예술은 대중적 참여와 개입으로 대상을 새롭게 해석하거나 해체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로운 창작 양식은 서울에 새로운 기회를 준다. 무엇보다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며, 예술을 통해 살아가려는 시민이 있다는 것, 공동체의 가치를 느끼며 지금까지 버려졌던 것들의 의미를 재해석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변화하는 예술의 생산 방식 속에 1,000만 시민의 삶과 그 시민이 만든 도시가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서울에는 다양성과 다름, 차이, 또 그만큼 강한 표준화와 동일시, 통일성의 요구가 있다. 서울의 예술은 이 속에서 자신을 표현한다. 도시의 변화는 예술을 만들고, 예술은 또 도시의 변화를 만든다. 도시로서 서울과 예술이 어떤 사회와 도시, 시민을 만들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글 라도삼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그림 최지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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