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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9월호

인공지능의 문화예술 창작 사례
인공지능, 너도 예술가니?

제아무리 알파고가 바둑계를 평정하고 인공지능(이하 AI)이 일상에 침투해도, 창의성은 방대한 정보와 학습만으로는 얻기 힘든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 여겼다. AI가 창작은 할 수 없기에 예술가만은 끝까지 살아남을 거라고 했다. 불과 2년여 전 이야기인데, 어느새 AI는 예술가의 영역에 발을 들여놓고 있다. 아직은 인간을 흉내 낸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분명한 건 AI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AI의 작품과 예술가의 작품을 구분하기 힘들어질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른다.

모방에서 창작으로 진화

창작하는 AI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기업은 구글이다. 구글은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예술 창작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AI를 ‘레벨 업’하고 있다. 구글의 AI 화가 ‘딥 드림’(Deep Dream)이 유명 화가의 작품을 재연한 29점의 그림은 2016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경매에서 총 9만 7,600달러의 판매가를 기록했다. 이후 모방의 단계를 넘어 인간 고유의 창작 영역에도 AI가 근접할 수 있는지를 실험 중이다. 이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머신 러닝(Machine Learning) 기술을 통해 가능하다. 구글은 2016년 6월 예술작품을 창작하는 AI를 개발하는 ‘마젠타’(Magenta)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AI가 작곡한 80초가량의 피아노곡을 공개했다. 알파고로 유명한 영국의 딥마인드(Deep Mind)와 협력해 개발한 AI ‘엔신스’(NSynth·신경신디사이저)가 머신 러닝으로 작곡한 곡이다. 1,000여 개 악기와 약 30만 개의 음이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엔신스에게 학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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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AI 화가 ‘AICAN’의 첫 작품.

2 단순한 스케치를 제시하면 그럴듯한 작품으로 완성해주는 AI ‘빈센트’.

3 AI가 그린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표지.

그림 그리는 AI

스스로 진화한 AI는 혼자 그림도 그린다. 2016년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와 렘브란트 미술관,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AI ‘넥스트 렘브란트’(Next Rembrandt)가 그린 렘브란트풍 그림이 시작이었다면 이제는 창작의 단계로 넘어갔다. 전 세계에서 19개 팀이 100개의 작품을 출품한 2018년 로봇아트대회(http://robotart.org)의 수상작 중에는 여전히 유명 화가의 그림을 모방한 작품들이 있지만 누구의 화풍도 연상되지 않는 새로운 작품도 등장했다. AICAN(AI Creative Adversarial Network)은 인간의 명령이나 개입 없이 독자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AI 화가로 미국 러트거스 대학의 예술과 인공지능 연구소가 개발했다. AICAN의 첫 작품은 현재 2만 달러에 판매 중이며 최신작의 판매가는 2,500~3,000달러 선으로 책정되어 있다.(www.aican.io) 기존의 AI처럼 특정 화가의 작품을 학습하고 모방한 그림이 아니라 재해석해서 완전히 새로운 그림을 창작했다.
그림을 잘 못 그리는 인간을 대신해주는 AI도 등장했다. 단순한 스케치만 제시해도 그럴듯한 작품으로 완성해주는 AI ‘빈센트’(Vincent™)는 2017년 10월 ‘GTC 유럽’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 캠브리지 컨설턴트의 인공지능 연구실 디지털 그린하우스에서 단 두 달 만에 데모를 완성했다. 미국의 10대 연구자 로비 바랏(Robbie Barrat)이 개발한 AI는 2018년 5월 21일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의 AI 특집판 표지 그림을 그렸다1)기존 작가나 디자이너의 영역에까지 AI가 진입한 셈이다.

1) Bloomberg Businessweek. 2018년 5월 17일. ‘AI Made These Paintings’, www.bloomberg.com/news/articles/2018-05-17/ai-made-incredible-paintings-in-about-two-wee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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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AI ‘샤오빙’이 펴낸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

5 소니 컴퓨터 과학 연구소가 개발한 작곡 AI ‘플로 머신즈’.

작가의 반열에 오른 AI

그렇다면 시나 소설을 쓰는 AI도 가능할까? 마이크로소프트가 중국에서 발표한 AI ‘샤오빙’(小氷)은 2017년 5월 세계 최초로 AI 시집 <햇살은 유리창을 잃고>를 출간했다. 샤오빙은 1920년대 이후의 중국 현대 시인 519명의 작품 수천 편을 스스로 학습해 1만여 편의 시를 썼고 이 중 139편이 시집에 수록됐다. AI 시인의 출현은 AI의 언어 구사력과 표현력이 인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AI 소설만 출품할 수 있는 공모전도 열렸다. KT는 2018년 4월 AI 소설 공모전을 개최했다. 총상금 1억 원에 최우수상 상금은 3,000만 원으로 규모가 여느 문학 공모전 못지않았다. 웹소설 연재 플랫폼 ‘Blice’(www.blice.co.kr)에서 <무표정한 사람들>, <설명하려 하지 않겠어> 등 응모작 5편을 볼 수 있다. 가끔 매끄럽지 않은 문장이 눈에 띄긴 하지만 예상보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전개된다. 독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진짜 AI가 쓴 작품이라니 놀랍다, 인간보다 나은 것 같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려 있다.

작곡하고 연주하는 AI

음악 분야는 조금 더 속도가 빠르다. AI가 작곡은 물론 무대에서 실연까지 하는 수준이다. 스페인 말라가 대학이 개발한 AI 작곡가 ‘이야무스’(Iamus)의 곡을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연주한 해가 2012년이다. 2015년에는 미국 예일대에서 개발한 ‘쿨리타’(Kulitta)가 바흐의 전곡을 학습해 바흐풍의 음악을 작곡했다. AI가 작곡한 곡은 음반으로도 나왔다. 소니 컴퓨터 과학 연구소가 개발한 AI ‘플로 머신즈’(Flow Machines)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1만 3,000여 곡을 학습한 후 2016년 9월 <대디스 카>(Daddy’s Car)와 <미스터 섀도>(Mr. Shadow)라는 곡을 내놓았다. 2018년 1월에는 15곡이 수록된 첫 앨범 <헬로 월드>(Hello World)를 발표했다.
AI는 즉석에서 곡을 만들어 예술가들과 함께 공연하기도 했다. 야마하는 2017년 11월 22일 개발 중인 댄스 인식 피아노 연주 AI를 도쿄대 예술대 공연장에서 시연했다. 유명 무용수 모리야마 카이지(森山開次)가 등에 센서를 붙이고 춤을 추면, 움직임을 감지한 AI가 이를 멜로디로 바꿔 피아노를 연주한다.(http://youtu.be/21injmy1wsU) 흡사 유령이 연주하는 것처럼 연주자 없이 건반만 움직인다. 인텔은 2018년 6월 열린 ‘컴퓨텍스 2018 e21포럼’(COMPUTEX 2018 e21FORUM) 기조강연에서 사람의 연주를 듣고 AI가 실시간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AI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선보였다. 이렇듯 작곡하고 연주하는 AI 분야는 유관 기업들 사이에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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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야마하가 개발 중인 댄스 인식 피아노 연주 AI의 공연장 시연 모습.

7, 8 음악과 AI가 만나는 협업 프로젝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를 통해 탄생한 결과물을 공개한 쇼케이스.(사진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AI와 예술가가 만나면

사실 AI의 창작물은 아직 뭔가 어색해 보이는 부분이 있다. 한 끗 부족한 완성도는 사람의 손을 거쳐 채워지기도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SM엔터테인먼트는 2017년 8월 말부터 10주간 공동으로 음악과 AI가 만나는 협업 프로젝트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를 진행한 후 11월 1일 쇼케이스를 통해 6개 팀의 결과물을 공개했다. 곡, 뮤직비디오, 디제잉, 안무 등 수준 높은 결과물은 대부분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이 중 ‘몽상지능’은 AI가 작곡한 루프와 작사한 가사를 토대로 아티스트가 곡을 완성해 선보였다. 협업에는 작사와 작곡이 가능한 AI ‘뮤직쿠스’, 개발사 ‘포자랩스’, 록 밴드 ‘이스턴사이드킥’의 리더 고한결이 참여했고, 퓨전국악그룹 ‘잠비나이’의 이일우는 공연에서 기타를 연주했다. 공동 창작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 AI가 만든 300개의 루프 중에서 아티스트가 선택해 작곡을 하고 이 과정에서 작사 키워드를 추출해 다시 AI에게 입력한다. AI는 키워드에 맞는 다양한 가사를 만들고 아티스트는 이를 다듬어 곡을 완성한다. 완성된 곡의 제목은 <춤>. 작사·작곡자에 고한결과 포자랩스를 공동으로 올렸다. 포자랩스의 허원길 대표는 “AI는 사람을 따라 하지 않고 참신한 표현을 만들어내려고 했다”면서 “AI와 사람이 해본 적 없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이 협업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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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AI가 생성한 창작물이 늘어나면서 저작권이 새로운 이슈로 떠올랐다. AI와 인간이 공동 창작한 결과물의 저작권이 누구에게 갈지도 관건이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제2조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즉 인간이 아닌 AI의 창작물은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AI가 설계자나 이용자의 명령을 따르는 수준을 넘어 스스로 창작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어 현행법을 개정하거나 새로운 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AI 저작권 논의의 선두주자는 일본이다. 일본은 AI 창작에 대한 투자와 이용을 촉진하기 위해 일찌감치 저작권 이슈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AI 창작물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AI 창작에 관여한 당사자의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2016년 4월에는 AI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의 필요성을 제시한 ‘차세대 지식재산 시스템 검토위원회 보고서’를 발표하고, 2016년 10월에는 ‘새로운 정보재 검토위원회’를 설치해 AI 생성물 외에 AI 학습용 데이터, AI 프로그램, 학습 후 모델에 관한 저작권법상의 논점을 검토했다.2)한편 EU는 2017년 1월 12일 국가 차원에서 AI 로봇의 지위, 개발, 활용에 대한 기술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로봇의 법적 지위를 ‘전자 인간’(electronic personhood)으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논의를 본격화하는 단계이다. 2017년 초 국가지식재산위원회는 미래 지식재산(IP: Intellectual Property) 이슈에 대비하기 위한 ‘차세대 지식재산 특별전문위원회’를 설치하고 AI 창작물의 저작권을 주요 안건으로 논의했으며, 2018년 5월 17일저작권 미래전략협의체’를 출범했다. AI 창작물의 권리보호 기준과 방식에 대해 보다 심도 깊게 논의할 예정이다. AI 제작사와 개발자, AI를 활용한 창작자 등 AI 창작물에 얽힌 이해관계자가 많아 쉽게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다.

2) 권용수, ‘[국제]인공지능 국제회의, 인공지능에 관한 저작권법적 관점의 논의에 주목’. 한국저작권위원회, 저작권 동향 2017년 제18호.

경쟁이 아닌 상생으로

예술가와 AI는 서로 경쟁하지 않고 상생하며 도움을 줄 때 시너지 효과를 낸다. AI 예술가는 인간의 힘을 빌려 부족한 부분을 만회하며 작품의 수준을 점점 높이고 있다. 인간은 도저히 따라가기 힘든 학습 능력을 지닌 AI를 파트너로 삼아 그동안 엄두도 내지 못하던 영역에 도전해 참신한 창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인간에게 영감을 주는 AI로 인해 우리의 상상력은 확장되고 창작의 범위는 무한대로 넓어지지 않을까.

글 전민정 객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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