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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9월호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문화예술: 이슈와 반성
인간의 창조성에 길을 묻다

2016년 처음으로 운위된 4차 산업혁명이 그 사이 미래 사회의 좌표처럼 자리 잡았다. 정부와 기업, 대학과 시민사회 등 우리 사회 곳곳에서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왜일까? 핵심적인 이슈 몇 가지를 중심으로, 문화예술계가 제대로 새 시대를 준비하고 있는지 반성해보자.

기술-일자리-교육 패러다임의 연쇄적 변화

하나의 산업혁명을 그 이전의 산업혁명과 구분하는 것은 바로 범용기술(GPT: General Purpose Technology)이다. 이전의 범용기술들도 기계의 자동화와 지능화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4차 산업혁명의 범용기술인 인공지능·빅데이터는 사람의 세세한 개입이 없어도 기계가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한다는 점에서 이전과 차이가 있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머신 러닝 기술의 발달로 기계의 초자동화와 초지능화가 가능해졌다는 데 4차 산업혁명의 특성이 있다.
이러한 범용기술이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과 연결되고 융합되면서, 기술 변화의 규모와 범위, 속도와 강도가 엄청나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일자리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보스 포럼에 따르면, 2020년까지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인해 총 71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200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현재 7세 어린이들 중 68%는 기술 진보로 인해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은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문/비전문, 숙련/미숙련 일자리의 구분이 아니라, 어느 쪽이든 기계와의 공존·공생·공진화에 실패하는 직종은 소멸할 위기에 처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1차 산업혁명 시대에 정립된 교육 목표와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렇다면 전문예술인이든 생활예술인이든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우리는 이와 같은 기술, 일자리,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가? 1746년에 태어난 ‘예술’ 개념과 1750년에 태어난 ‘미학’ 개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여전할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예술과 기술은 본디 테크네(techne)라는 한 개념에서 자라난 것들이다. 이제는 근대를 거치며 여타의 기술로부터 증류되어온 예술이 옛 고향으로 돌아가는 방식을 고민할 시점이다.

초연결 사회-초개인화-협업 창작이라는 새로운 도전!

기술-일자리-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보다 더 중요한 것은 초지능화와 초자동화를 실현하는 기술이 우리 사회를 초연결 사회(hyper-connected society)로 재구성하면서, 새로운 존재론과 인식론은 물론 새로운 소비와 생산의 문법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또는 만물인터넷(Internet of Everything)이 발전할수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이 작동하지 않는 영역은 점차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람과 사물과 기계’ 각각 및 상호 간의 긴밀한 연결과 융합을 통해 초연결성이 실현된 사회에서는 더 이상 소품종 대량생산이 이루어질 이유가 없다. 실시간으로 취향을 만족시는 온디맨드 소비를 넘어서 소비자 스스로 자족적인 ‘메이커’로서의 삶이 주류로 부상할 것이다. 이러한 초개인화된 시민-소비자들의 대안적인 경제 행동 및 실천 양식이 확산되면, 공급자들 역시 기존의 방식으로는 생존하기 어렵다. 즉, 비즈니스 기업들이나 중앙 및 지방정부들은 개방형 혁신 플랫폼을 통해 생산 과정은 물론 그 이전의 기획 및 비즈니스 모델 개발 과정에서도 수요자들과의 협업 창작(co-creation)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실험들을 백안시하는 것은 그것을 맹신하는 것만큼 위험한 태도다. 또한 새로운 기술이 초래하는 새로운 문법을 모두가 좇을 필요는 없지만, 문화예술계의 전범이 된 작품이나 작가들은 대부분 시대정신에 관한 고민의 최전선에 있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초연결성과 초개인화는 문화예술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 수요자들과의 ‘협업 창작’이 논의되는 것 자체가 정말 예술가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요, 시장에 투항하는 것일까?

짐승과 기계 사이에 선 ‘사이보그’, 그들에 의한 창작, 그들을 위한 향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문법을 넘어, 새로운 정체성이 도래하고 있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는 물론 합성생물학과 로보틱스 기술에 의해 문자 그대로 ‘포스트 휴먼’ 시대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르네상스와 근대 초기, ‘경작하다’라는 의미의 문화(culture) 개념이 처음 출현했을 때, 인류는 더 이상 있는 그대로의 자연(nature)과 뒤엉켜서는 안 되는 존재로 스스로를 규정했다. 계몽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일반화된 이러한 개념은 최근까지 문화정책이 추구하는 인간형을 짐승과 구분되는 ‘교양인’으로 제시하는논법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과거 수백억 원을 호가하던 슈퍼컴퓨터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을 24시간 장착하며 초연결 시대를 질주하고 있는 우리, 곧 21세기의 초개인화된 시민-소비자(citizen-consumer)들은 이제 짐승과 구분되는 교양인의 이상만 좇을 수는 없다. 우리는 이미 ‘자신의 신체와 정신의 일부를 기계화한 사이보그’가 되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렘브란트 프로젝트, 예일대의 쿨리타, 구글의 로맨스소설 인공지능처럼 미술, 음악, 문학 등 예술의 모든 장르에서 인간만의 창조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과거 짐승과 구분되는 인간의 ‘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던 것처럼, 향후 기계와 구분되는 인간의 ‘지능’에 대한 관심은 계속 불타오를 것이다. 사이보그가 온다. 아니, 이미 우리는 사이보그다. 우리는 어떻게 기계와 다른 창조성을 확보할 것인가? 어떻게 기계와 다른 감식안을 증명할 것인가? 이 질문에 인류 문화사의 새로운 페이지가 달려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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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종은 상지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그림 이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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