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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평화문화진지 분단의 상징, 문화의 상징이 되다
분단의 상흔을 간직한 옛 군사시설이 문화창작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서울시 도봉구에 위치한 평화문화진지가 그 주인공. 흉물로 남아 있던 대전차방호시설에서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돌아온 평화문화진지를 소개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휴게공간으로 이용되는 20m 높이의 전망대.
2 250m 길이로 길게 이어진 평화문화진지의 전경.

문화로 도시를 지킨다

대전차방호시설이 있는 도봉구는 6·25전쟁 당시 강원도 철원과 경기도를 거쳐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의 하나였다. 1970년 유사시 건물을 폭파해 적군의 통행을 차단하기 위한 군사시설을 설치했고, 이를 위장할 목적으로 2층부터 4층까지 시민아파트를 세웠다. 노후화된 아파트는 2004년 안전상의 문제로 철거됐지만, 1층의 군사시설은 10년 넘게 방치되어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흉물로 남았다. 이후 군사시설이라 마음대로 헐어버릴 수도 없던 이곳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도심재생사업이 시작되었고 1년여의 공사 끝에 지난 10월 말 ‘평화문화진지’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가슴 아픈 분단의 상징이 평화와 문화의 상징이 되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연면적 1,902㎡의 평화문화진지는 지상 1층 규모의 건물 5개가 250m 길이로 길게 이어져 있다. 시민·창작·문화·예술·평화라 이름 붙은 각각의 동에는 11개의 입주작가 스튜디오, 전시실, 다목적 공연장, 공유공방 등이 자리해 예술가에게는 창작의 공간을, 시민에게는 문화 향유의 공간을 제공한다. 평화문화진지만의 콘텐츠를 바탕으로 한 전시, 공연, 워크숍, 체험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며, 개관을 맞아 12월 31일까지 <APT 1탄_아카이브 아트 프로젝트>전이 펼쳐졌다. 옛 대전차방호시설이 간직한 시간의 흔적을 찾고자 기획된 전시로, 최정수, 강상우, 양쿠라, 홍남기 등 작가 4인이 평화문화진지의 장소성을 예술가의 시선으로 재해석해 시각화했다. 평화문화진지는 향후에도 대전차방호시설을 중심으로 공간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아카이브 전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또한 평화문화진지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시민과 소통하는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기획전 이외에 상설 전시로 ‘내가 생각하는 평화’를 주제로 한 시민 참여 전시를 연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였다.
11개의 스튜디오에는 공모와 심사 과정을 거쳐 선발된 11팀의 작가들이 입주해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평화문화진지 곳곳에서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공예, 커피 등을 주제로 한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향후에도 평화문화진지만의 특색을 살린 시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예정이며, 대부분의 교육은 무료로 진행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3 <APT 1탄_아카이브 아트 프로젝트>전.
4 ‘내가 생각하는 평화’를 주제로 한 시민 참여 전시.

공간은 시간을 기억한다

문화창작공간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은 평화문화진지는 그 와중에도 대전차방호시설로서의 옛 모습을 완전히 잃지 않았다. 전시실의 구조 또한 옛 모습을 그대로 살려 전시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몸을 숙인 채 어둡고 낮은 천장 아래를 지나가야 하고, 벽에 뚫린 사각형의 작은 구멍 아래로 ‘1970년 소총 저격 공간’이라는 글귀를 만나게 된다. ‘1970년 병사 이동 통로’라는 설명이 붙은 지하 통로를 통과하는 일도 평화문화진지에서만 누릴 수 있는 진귀한 경험이다. 2동 창작동과 3동 문화동 사이에 있는 지하 벙커는 대전차방호시설이 세워진 지 47년 만에 처음으로 공개되었다고 한다.
대전차방호시설의 옛 모습을 느낄 수 있는 전시실 이외에 평화문화진지를 찾은 시민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장소는 바로 동쪽 끝에 자리한 전망대다. 20m 높이의 전망대는 유사시를 대비한 감시용 군사시설로 지어졌으나, 평상시에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휴게공간으로 개방된다. 도봉산을 배경으로 한 평화문화진지와 인근의 창포원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에는 엘리베이터로 쉽게 오를 수 있다. 전망대 앞에는 전차와 장갑차, 독일에서 기증받은 베를린 장벽 등이 전시되어 있어 이곳의 역사성과 장소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평화문화진지가 자리한 도봉구는 서울의 중심과는 동떨어진 북쪽 끝에 위치해 한때 문화와는 거리가 먼 지역으로 인식되었지만, 최근 들어 김수영문학관, 함석헌기념관, 플랫폼창동61 등이 문을 열고 한글문화거리 조성 등을 앞두면서 서울의 새로운 문화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그중에서도 평화문화진지는 도봉산, 중랑천, 창포원 등의 주변 환경과 어우러져 자연과 함께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과거 나라를 지켰던 군사시설에서, 이제는 문화를 지키는 문화창작공간으로 탈바꿈한 평화문화진지에서 공간에 스며 있는 역사를 기억하며 문화예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 평화문화진지의 관람은 무료이며,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연다.

글 윤현영
사진 제공 평화문화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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