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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4월호

예술의 대중화, 우리 곁의 변화들 일상적으로 예술 즐기기
예술을 어렵거나 무겁고 재미없는 분야로 여기던 시대는 지났다. 대중에게 있어 ‘비싸다’, ‘지루하다’, ‘올드하다’ 등의 의미로 점철되던 예술은 스마트한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통해 대중의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젊은 감각의 파격적이고 참신한 기획, 저렴한 티켓 가격, 단순한 관람을 벗어나 복합문화공간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등 대중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예술계의 노력과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문화예술을 즐기려는 대중의 욕구가 맞아떨어지면서 예술은 대중의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있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1 대림미술관의 ‘SUNDAY LIVE’ 공연 모습. ©대림미술관

‘찰칵’ 소리를 내며 기념 촬영을 하고, 음식을 먹으며 아티스트와 대화를 나누는 미술관이 있는가 하면, 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라의 유명 작품을 우리나라 공연장에서 상영하고, 실시간 공연을 마치 스포츠 중계 보듯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시대다. 그뿐인가. 클릭 한 번으로 인테리어를 위한 미술품을 집안에 들여놓기도 한다.
예술을 경제적·시간적 여유가 있는 사람만 즐길 수 있는 분야라고 치부하며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여기던 과거와 달리, 미술관이나 공연장을 찾는 관객의 폭이 확대되고 예술을 ‘흥미로운 즐길거리’로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문턱을 낮추고 대중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적극적으로 변화를 시도한 문화예술계의 노력에서 시작됐다. 상업적이라는 비판과 지나친 대중화 전략이라는 우려의 시각 속에서도 딱딱한 기존의 이미지를 벗고 대중 친화적 입지를 확보하려는, 간절히 대중을 원하는 예술계의 노력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2 전시장에서의 사진 촬영을 허용하는 대림미술관.
©대림미술관

사진 촬영으로 공유하고 기록하는 전시

미술관은 더 이상 그림만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다. 발자국 소리마저 조심스러웠던 미술관이 재미와 휴식이 있는 일상적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커피나 맥주를 즐기기도 한다. 아티스트와 함께 직접 무언가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플리마켓 등의 이벤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사진 촬영 허용, 개관 시간 연장, 공간 용도의 확장 등 그동안 ‘작품 감상’ 본연의 취지를 위해 금지하던 것들을 허물고, 좀 더 캐주얼하고 친근한 공간으로의 변화가 이어졌다. 그 결과 미술관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사진 찍기 좋은’, ‘데이트하기 좋은’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미술관의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사진 촬영 허용이다. 카메라 플래시로 인한 작품 손상의 위험, 작품의 창작의도를 왜곡하여 무분별하게 사용될 수 있다거나 관람 분위기를 망친다는 이유로 사진 촬영을 허락하지 않던 미술관들이 하나둘 촬영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카메라가 작아지고 휴대전화 카메라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무조건 촬영을 제지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진데다 사진 촬영이 작품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뒷받침되며 사진으로 기록을 남기고 싶어 하는 관람객의 욕구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전시 ‘인증샷’은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어지며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미 오래전부터 연중 무료로 상설 전시가 진행되는 전시관의 경우, 플래시와 삼각대를 사용하지 않는 선에서 촬영을 허용하고 있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1 2층 전시장 벽면 일부를 유리로 제작한 K현대미술관. ⓒ K Museum of Contemporary Art, 2017
2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레드북> 전막 실황 중계 모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진지함을 내려놓고 대중과 호흡하는 미술관

미술관의 대중화를 견인하고 있는 대표주자는 대림미술관이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모토에 맞게 미술관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진과 디자인 등을 소재로 하는 특화된 전시 콘셉트, 공연과 파티 등의 이벤트를 통해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는 ‘즐기는’ 전시 분위기를 형성했고, 전시장에서 마음껏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것을 권장하며 20~30대 관람객 사이에서 입소문을 탔다. 미술 애호가뿐 아니라 취미를 즐기려는 젊은 층 관객의 방문이 많아지면서 지난 3월 26일 막을 내린 <닉 나이트-거침없이, 아름답게> 사진전은 입장 대기 줄이 평일에도 길게 늘어설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대림미술관은 2015년 12월 한남동에 분관인 디뮤지엄을 오픈하면서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시도를 더욱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진행 중인 전시 <YOUTH-청춘의 열병, 그 못다 한 이야기>는 약 2주 만에 관람객 3만 명을 돌파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금요일 저녁 7시에 열리는 문화 워크숍 ‘CLASS 7PM’, 한 달에 한 번, 매월 마지막 주에 진행되는 미술관 파티&라운지 ‘MEET UP’ 등 콘서트, 클래스, 아티스트 토크, 마켓 등이 풍성하게 열린다. 그 외에도 국내외 주목받는 아티스트들의 컬래버레이션 상품을 소개하는 뮤지엄숍 등 편의성을 높인 공간 구성으로 복합문화공간의 새로운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개관한 K현대미술관도 새로운 시도가 엿보이는 미술관이다. 압구정 로데오거리에 위치한 이곳의 운영 시간은 개관 초기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다. (4월부터는 오전 10시~오후 12시까지 단체관람만 가능하다. 화~목 오후 12시~10시, 금~토 오후 12시~11시, 일 오후 12시~7시로, 요일별 운영시간이 다르다.) 평일 퇴근 후 여가를 즐기는 직장인들을 감안해 미술관 운영 시간을 늦춘 것이다. 관람객이 창밖으로 야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2층 벽면 일부를 유리로 제작했으며, 음식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퇴근 후 맥주 한 잔과 함께 부담 없이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근사한 저녁 시간을 보내고 싶은 직장인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이처럼 바쁜 일상을 보내는 이들을 위해 늦은 밤까지 문을 여는 미술관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지난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갤러리문에서 열린 2016 DDP 오픈 큐레이팅 ‘밤에 여는 미술관’은 오후 10시까지 개장하며 관람객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예술시장 활성화, 온라인 플랫폼으로 예술에 접속하기

예술의 대중화는 미술관이나 공연장의 변화 외에 예술소비가 대중의 세련된 생활습관으로 정착해가는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6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에서는 “전문가 대상 델파이조사 결과, ‘보다 문턱을 낮춘 예술시장 마련에 창작계·지원계가 집중된다’는 의견에 평균 3.9점(5점 척도)의 높은 동의도를 나타냈으며, 문화예술전문가 중 65%가 ‘향후 국내 예술소비 및 향유 층의 정체화 현상을 풀어날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방향성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네오비트 세대의 특성상 ‘쉽게 사고 쉽게 쓸 수 있는, 문턱을 낮춘 예술시장’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인테리어 차원에서 미술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양한 콘셉트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캐주얼한 갤러리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크고 작은 아트페어나 작가 갤러리와 아트숍, 공방 등 소소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는 경로들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국내 최대 미술 경매 회사 서울옥션에서 론칭한 미술 대중화 브랜드 프린트베이커리(Print Bakery)는 일상 속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취지로 계획됐다. 빵집에서 빵을 고르듯, 프린트베이커리 매장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이 참여한 한정판 에디션 작품 및 다양한 아트상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만날 수 있어 초급 ‘아트쇼퍼’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한국화랑협회 회원 화랑들이 각 화랑 대표작가의 우수한 미술품을 선보이는 미술품 견본시장, ‘화랑미술제’도 이러한 예술소비 시대를 반영한다. 한국화랑협회는 지난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제35회 화랑미술제에서 전년보다 3,000여 명 늘어난 3만 5,000여 명의 관람객 수와 30여억 원의 작품 거래액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편 문화예술에 관심은 있으나 바쁜 일상 속에서 직접 발품 팔며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찾기 어려운 이들을 위해 온라인을 통해 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쉽고 빠르게 작품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굳이 갤러리나 아트페어를 찾지 않아도 손쉽게 작품을 구매할 수 있어 인기인데, 대표적인 사례로 네이버가 오픈한 온라인 예술품 판매 플랫폼 ‘아트윈도’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7월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를 목표로 문을 연 ‘아트윈도’는 전문 큐레이터들이 엄선한 미술작품들을 온라인에서 편리하게 감상하고 손쉽게 구매하도록 한 서비스다. ‘연인에게 달콤한 그림 선물’, ‘향기로움이 가득한 꽃 그림’ 등의 기획전으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미술관을 꾸려가고 있다.
그 외에도 네이버는 ‘헬로! 아티스트’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시각예술작가들의 작품과 작업과정에 관한 이야기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온라인·모바일 동영상 플랫폼 네이버 TV를 통해 클래식부터 뮤지컬, 연극 등을 생중계하기도 한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쇼 케이스, 창작뮤지컬 <레드북>의 전막 실황 등이 네이버 TV캐스트와 V 라이브를 통해 중계됐다.

테마 토크 관련 이미지3 디뮤지엄의 전시에서는 밥 딜런의 노래 <Forever Young>(영원히 젊기를)을 작가 허재영과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으로 감상할 수 있다. ©디뮤지엄

안방 스타가 된 예술가들

한편 예술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예술 분야의 관심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TV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인기를 얻은 예술인 덕분에 대중의 관심 밖에 있던 예술 분야가 화제에 오르기도 한다. 국내를 대표하는 바리톤 중 한 명인 성악가 고성현은 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드라마 <아버님 제가 모실게요>에 조연으로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무대 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익숙한 관객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성악에 무관심하던 시청자들은 그의 앨범 <시간에 기대어>를 찾아 듣는 등 클래식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리코더 연주자 염은초는 지난해 MBC 예능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게스트로 출연해 각종 리코더를 연주하며 재치 있는 모습을 선보여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이후 염은초는 하프시코드 연주자 나오키 키타야와의 듀오 콘서트, 브런치 콘서트 등을 통해 대중과의 만남을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 종영된 JTBC <팬텀싱어>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남성 4중창 그룹을 결성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돈 내고 공연을 관람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귀 호강 방송’이었다. 방송을 통해 유슬기, 백인태, 손태진, 권서경 등 인기 성악가를 탄생시켰고 성악, 뮤지컬, 클래식 등 크로스오버의 정수를 보여주며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프로그램의 인기가 출연자들이 참여하는 공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면서, 최종 결승 진출 3팀이 함께하는 <팬텀싱어 콘서트>는 티켓 오픈 당시 30분 만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당초 4월 28일과 29일로 계획됐던 서울 콘서트는 하루 더 연장됐고 부산, 대구, 인천 등 지방에서도 진행될 예정이다.

글 윤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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