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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말

주철환의 더다이즘, 두 번째 천 명의 문화PD

신임대표이사 주철환
“다시 연출하고 싶지 않으세요?” 기자들의 단골 질문입니다. 저도 묻습니다. “차범근 감독에게 물어보세요. 다시 뛰고 싶지 않으냐고. 그분이 뭐라고 하실까요?” 아마도 이러실 겁니다. “지금 뛰는 선수들을 응원하고 미래의 선수들을 후원, 지원할게요.” 저도 마찬가집니다.

재단의 대표를 맡은 지 두 달밖에 안 된 저의 꿈이 행복한 전임자(前任者)라면 믿으시겠습니까? 아마도 저의 전력이 PD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갓 입사 후 선배 PD가 카메라 뒤에서 “액션!”이라고 외칠 때 참 멋있어 보였습니다. 모든 출연자와 스태프가 숨죽이고 있는 순간에 터져 나오는 고요 속의 외침. 그 주문(注文, 呪文)이 바로 ‘액션’입니다. 하지만 정작 PD들이 내다보는 건 액션보다 리액션(reaction)입니다.

‘리액션’은 액션에 대한 반응입니다. 배우들의 반응은 즉각 나타납니다. PD의 ‘액션’이라는 한 마디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입을 맞추기도 합니다. 수백 명의 엑스트라가 갑자기 폭도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그 달라진 풍경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담깁니다.

PD에게는 외로운 결단의 시간입니다. OK냐, NG냐. 선택의 기준은 오로지 그의 안목과 가치관입니다. 하지만 PD가 궁극적으로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시청자의 리액션입니다. 과연 그들은 이 작품에 대해, 이 장면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재미와 감동? 무시와 외면?

달력이 두 장 남았습니다. 영어로 11월이 November인데 저한테는 그 말이 Remember로 들립니다.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습니다. 올해의 인물을 뽑으라면 저는 바둑기사 이세돌에게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그는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4대 1로 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알파고에게 박수를 보내지는 않았습니다. 왜일까요? 알파고는 리액션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알파고는 무심했고 무정했습니다. 로봇은 감탄의 대상일 뿐 감동을 주진 못합니다. 반면에 실수하고 실패했을 때 인간적인 표정으로 겸손을 보인 이세돌은 우리를 뭉클하게 했습니다. 사람들은 선망 대신 희망을 그에게서 보았습니다.

즐거운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할 일과 획기적으로 할 일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1000명의 문화PD를 양성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PD는 Producer, Director보다는 Programmer, Designer에 가깝습니다. 시민들을 행복하게 하기 위해 기획하고 매개하고 실천하는 사람들, 그들이 문화PD입니다.

나이, 성별, 경력과는 상관없습니다. 세상을 문화적으로 바꾸는 데 관심 있다면 지원하십시오. 감탄이 아닌 감동, 선망이 아닌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되고 싶다면 지원하십시오. 소방관, 경찰관도 좋고 단역배우, 대리기사도 환영합니다. 스님, 수녀님도 지원하십시오. 지원(志願)하시면 지원(支援)하겠습니다. 단, 두 가지는 가지고 오십시오. 열정과 열심은 필수입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서울문화재단 주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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