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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의 말

주철환의 더다이즘, 다섯 번째 우리는 그리운 것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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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만난 아름다운 청년들을 기억합니다. 그들은 또래 젊은이보다 약간 더 내성적이거나 약간 더 외향적입니다.
먼저, 북서울미술관에서 만난 청년화가 이야기입니다. 그날은 국내 최초의 장애예술가 창작지원공간인 잠실창작 스튜디오의 입주작가기획전 개막일이었습니다. 전시회를 둘러보는데 낯익은 초상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JTBC <뉴스룸>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였습니다(방송사 후배이자 개인적으로 저의 손아래 처남이기도 합니다). 그림 앞에서는 가족으로 보이는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수줍음 많은 미남 청년은 저와 눈이 마주치자 어머니 등 뒤로 얼굴을 숨겼습니다. 바로 그 그림을 그린 정도운 화가였습니다.
현직 교수인 그의 아버지는 저와 명함을 주고받았습니다. 어릴 적부터 그림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 아들은 자기가 만나고 싶은 사람을 그린다고 했습니다. 도록(圖錄)에 어머니가 쓴 글을 읽어보니 ‘도운이의 관심은 단순히 팬심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창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촛불집회에서 노래한 가수 이승환의 얼굴도 보였습니다.
손석희와 이승환, 이 둘 사이엔 세월호의 노란 리본도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두 사람을 직접 만나면 꼭 화가의 이야기를 전해주겠노라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극적인 만남을 주선하도록 다리가 되어주겠다는 말도 했습니다. 아들이 얼마나 기뻐할지를 예감하는 아빠의 표정은 달아올랐습니다. 저는 이런 장면에 어울릴 만한 배경음악을 생각해냈습니다. 서정주 시인의 시에 송창식이 곡을 붙인 ‘푸르른 날’입니다.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푸르른 어떤 날에 제가 근무하는 사무실 바로 옆 건물인 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이웃사촌 사귀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서 회사 대표로 온 후 제일 가까운 이웃인 복지관 대표님과 직원들을 저희 회사로 초대했고 저희 또한 그곳을 방문했습니다.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명랑청년 하나가 바로 제 앞에 식판을 들고 앉았습니다. 그런데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난 것처럼 반갑고 씩씩하게 인사했습니다. 놀라지 마십시오. 그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저에게 “성시경 아저씨 맞죠?” 이렇게 부른 겁니다.
저는 단박에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성시경은 저보다 한참 어린(?) 연예인이기 때문입니다. 아마 안경과 머리 스타일이 비슷해서 착각한 것 같습니다. 저도 활짝 웃으며 화답했습니다. “어떻게 아셨죠?” 그랬더니 “처음처럼, 내게 오는 길, 거리에서, 넌 감동이었어, 우린 제법 잘 어울려요, 다정하게 안녕히, 어디선가 언젠가…” 하며 성시경이 부른 노래 제목을 줄줄이 외우는 겁니다. 마지막에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저도 양띠. 성시경도 양띠. 내 말 맞죠?” 그런데 말입니다. 실은 저도 양띠입니다.
졸지에 식탁은 ‘양들의 침묵’이 아니라 양들의 오순도순 식사 자리가 되었습니다. 박종오 관장님의 자상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미세한 발달장애가 있는 직업적응훈련생인데 여기서 2년을 훈련한 후엔 복지관에서 직업을 알선해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청년의 이름은 김승욱이었습니다. 성시경을 만나면 꼭 승욱 씨 얘기를 전해줄 겁니다.

앞에 소개한 화가 청년도 처음엔 강남장애인복지관 문화예술팀 작가육성프로그램에 들어가서 방과 후 그림 멘토링을 받았다고 합니다. 저는 저에게 묻습니다. ‘장애란 무엇인가?’ 장애는 자신의 재능에 집중하게 해주고 가족을 단단하게 연결해주는 선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 직장인 중고등학교 교사 시절 마지막 수업시간에 저는 제자들에게 노래 한 곡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그 노래는 사이먼 앤드 가펑클이 부른 ‘Bridge Over Troubled Water’입니다. 흔히 ‘험한 세상에 다리 되어’라고 번역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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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en you’re weary feeling small
When tears are in your eyes,
I’ll dry them all I’m on your side
Oh when times get rough
And friends just Can’t be found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I will lay me down


당신이 지치고 왜소하다고 느낄 때
당신의 눈에 눈물이 고일 때
당신의 편에 서서 제가 그 눈물을 닦아드릴게요.
시절이 험하고 친구가 안 보일 때
제 몸을 눕혀 거친 풍랑 위 다리가 될게요.


우리는 그리운 것을 그리고, 부르고 싶은 이름을 부릅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겁니다. 우리가 외롭다고 느낄 때 미술과 음악은 가족과 친구를 연결해줍니다. 저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들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가 되어야겠다고 살짝 다짐합니다. 감사와 행복이 밀물처럼 번져옵니다.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서울문화재단 주철환
주철환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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