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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11월호

온·오프라인 곳곳에서 만나는 낭독 프로그램 낭독은 힘이 세다
가깝게는 온라인 서점의 신간 이벤트로 마련된 ‘북 콘서트’에서, 좀 더 파고들면 골목 사이에 숨은 작은 책방에서 한 음절 한 음절, 어눌하지만 따뜻한 목소리로 낭독되는 이야기가 새 나오고 있다. 혼자 글자를 짚기는 왠지 허전한 여가 시간에, 혹은 일과를 마치고 뇌세포 사이에 좀 틈을 둬도 될 퇴근길에 책 한잔 하고픈 이들을 위해 준비했다. 낭독 초보자, 사회적 책 읽기를 원하는 독서광, 혹은 조용히 책을 듣고 싶은 이들을 안내할 낭독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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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를 위한 공개 낭독 프로그램

퇴근길, 초겨울 저녁의 고즈넉한 감성을 자극하는 공개 낭독 프로그램이 11월에도 풍성하게 마련되어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개 낭독 프로그램은 낭독하는 이와 듣는 이들이 마주 앉아 독서의 호흡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큰 장점이다.

직장인들을 위한 퇴근길의 낭독
광화문 교보문고 ‘수요낭독공감’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 여는 광화문 ‘수요낭독공감’.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 여는 광화문 ‘수요낭독공감’.

‘겨울 눈보라처럼 쏟아지는 꽃잎 치어다보다 저 꽃잎들 어느 목숨이 흘린 키스 자국인가 생각한다 빛 고요하고, 바람 촘촘하고, 가슴 먹먹하다’ 조창환 시인의 시 ‘벚나무아래, 키스자국’이 교보문고 영등포점에 울려퍼졌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이들이 시인의 입으로 읊조리는 시구를 조용히 감상하는 풍경. 지난해 4월부터 교보문고에서 열리는 <수요낭독공감>의 낭독 현장이다. 한국문예창작학회와 한국작가회의,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 등 문학 단체가 진행하는 수요낭독공감이 매달 수요일 교보문고 영등포점에서 열린다. 그동안 대중이 쉽게 접하지 못한 문학작품과 작가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작가가 직접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느꼈던 소회를 나누는 자리로 지난 2014년 4월부터 매달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낭독 행사를 정례화해 낭독 문화를 확산하고 우리 생활에 독서 문화가 더욱 밀접하게 자리 잡게 하기 위해 마련된 수요낭독공감은 12월까지 매주 수요일 오후에 진행된다. 기존에는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진행했으나, 11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영등포점에서 진행한다. 일정은 대산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www.daesa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러고 있는 사람들의 시시콜콜한 낭독
책방 만일 ‘읻다 프로젝트’

‘밥도 못 먹고 이러고(일하고) 있음’ ‘잠도 못 자고 이러고(레포트 쓰고) 있음’ ‘애인이 없어서 이러고(주말에 자고)있음’. 저마다 ‘이러고’ 있는 고단한 일상과 공백 없는 마음을 풀어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책방 만일의 공개 낭독회에방문해볼 것을 권한다. 책방 만일이 운영하는 프로젝트 ‘읻다’는 20~30대 번역가와 에디터, 마케터, 영화학도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가는 ‘노동 공유형 독립출판 프로젝트’로‘ 읻다’ 멤버들이 주축이 된 ‘ 읻다 낭독회’를 매달 운영한다.
이러고 있는, 혹은 잊고 있는 감성들을 그러모아 이어나가는 ‘ 읻다 낭독회’는 매달 15명의 사전 신청자를 받아 우리 삶의 이야기를 살아 있는 목소리로 나누는 참여형 낭독회다. 참여자들은 다 함께 고른 책을 낭독을 통해 감상하고, 선정된 책을 함께 읽는다. 또 저마다 낭독회 주제와 어울리는 글을 준비해 와 다른 사람에게 읽어주고, 해외 서적을 원어로 낭독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지난 10월에는 ‘잊히고 읻다(있다, 읽다)’라는 주제로 세르주 갱즈부르의 <가라앉은 그녀(La noy´ee)>를 낭독했으며, 9월에는 ‘이러고 읻다(있다, 읽다)’라는 주제로 폴 발레리의 <정다운 숲>을 함께 읽었다. 현재까지 총 7회의 낭독회가 열렸으며 참여 신청은 매달 책방 페이스북(www.facebook.com/manilbooks)을 통해 받고 있다. 참가비는 무료다.

사회적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낭독 아지트

기존의 낭독회가 작가를 초청해 낭독으로 작품을 감상하고 이야기를 듣는 데 그쳤다면, 보다 사회적 독서를 원하는 사람들을 위한 낭독 모임과 낭독 공간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대산문화재단과 교보문고가 함께 여는 광화문 ‘수요낭독공감’.

가랑비에 옷 젖는 낭독의 매력
북코러스 낭독모임

“소리를 내어 글을 읽는 행위는 책 속에 갇혀 있던 활자를 일으켜 세워 공간 속으로 뛰어들게 한다. 소리가 만들어내는 입체성은 다양한 모습과 역할로 읽는 사람에게 다가간다. 그것은 단어 하나의 의미에서부터 단락과 단락 사이의 맥락에 이르기까지 긴 호흡으로 깊이 있는 독서가 되도록 돕는 안내자와도 같다.” 오랜 시간 낭독 모임 ‘북 코러스’를 만들고 이끌어온 <낭독은 입문학이다>의 저자 김보경은 자신의 책에서 낭독의 즐거움을 이와 같이 설명했다. 거의 5년에 가까운 지난 시간 동안 20대부터 60대까지 성별도, 관심사도 저마다 다른 회원 10여 명이 매주 월요일, 신촌 책다방에 함께 모여 책을 읽었다. <내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부터 <부의 미래>나 <총.균.쇠> <서양 미술사> <코스모스> <신화의 이미지> 등 이들이 함께 읽은 책은 18권이 넘는다. 서로 책의 내용에 관해 갑론을박을 하거나, 글쓰기를 위한 독서 모임이 아닌 그저 순수하게 한 장씩 돌아가며 읽는 것이 전부다. “지난 2006년, 두껍거나 어렵고, 딱딱해서 혼자 읽기 어려운 책을 함께 낭송하며 읽어보자고 시작한 모임이에요.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낭송하는 독서 모임이 거의 없던 시절이지요. 지금은 일주일을 시작하는 가장 큰 활력소이자 즐거운 취미가 되었습니다.”북코러스 회원들의 말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놀라운 낭독의 효과를 발견하게 되는 것, 낭독의 진정한 즐거움은 직접 책을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김보경 대표는 최근 성수동에 ‘카페 성수’를 열고 본격적인 낭독 모임의 아지트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낭독시크릿: 시’ ‘낭독시크릿: 소설’ 등 관심 분야에 따라 낭독 프로그램을 신청할 수 있으며 소요시간은 2시간이다. 낭독콘서트와 낭독시크릿 모두 카페 성수를 방문해 수시로 신청할 수 있으며, 참가비는 음료를 포함해 1만 원이다.

재미와 의미를 탐구하는 독서 공동체
숭례문학당 낭독모임

노원구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서는 시니어 세대가 참여해 함께 책을 읽어가는 낭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노원구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서는 시니어 세대가 참여해 함께 책을 읽어가는 낭독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숭례문학당에서는 2013년, 영화 <레미제라블> 열풍을 보고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5권의 원작을 읽고 썼다. 참가자들은 후에 “지금까지 내가 알았던 레미제라블은 은수저뿐이었다!”라며 가슴을 쳤다. 기표로 기억되는 책을 삶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는 일. 독서의 즐거움은 이렇게 책을 찬찬히 더듬어 읽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독서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며 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말하는 독서 공동체 숭례문학당은 사실 소수의 인원으로 구성된 독서 모임으로 출발했다. 지난 2008년 숭례문 근처에 둥지를 튼 숭례문학당은 현재 150여 명이 모여 함께 읽고 토론하고 쓰는 활동을 이어가는 대규모 독서 모임으로 변했다. 책 읽기와 글쓰기, 말하기를 통합시킨 ‘RWS’라는 독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습놀이 공동체로 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공부법을 실험하는 곳이기도 하다. 숭례문학당을 찾는 이들은 독서 입문자에서부터 독서광까지 다양하다. 숭례문학당은 “이곳에는 책으로 인해 삶이 바뀌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책으로 삶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무엇보다 함께하는 낭독의 힘을 지지하는 숭례문학당에서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독토공감, 경제경영 자기계발 도서를 읽고 토론하는 경영독토, 동서양의 고전을 낭독하며 함께 읽는 낭독공감, 강연을 듣고 함께 토론하는 강토공감 등의 독서 모임을 운영하고 있다. 또 이와 같은 토론이나 책 읽기를 통해 인문학의 현장이나 작가를 직접 찾아가는 등 보다 적극적인 사회적 독서와 낭독을 이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시니어를 위한 즐거운 책 읽기
노원구립도서관 ‘맞춤형 어르신 독서프로그램’

숭례문학당은 독서문화의 확산을 기대하며 다양한 강의와 행사를 진행한다.숭례문학당은 독서문화의 확산을 기대하며 다양한 강의와 행사를 진행한다.

삶의 이치를 깨닫고 돌아와 느끼는 낭독의 즐거움은 어떨까. 서울 노원구 구립도서관에서는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낭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노인들의 정보격차와 치매예방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이어진 이 프로그램은 책을 눈으로 읽기보다는 함께 ‘부르고’ ‘낭독하고’ ‘놀아보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독서 프로그램 ‘인생의 꽃’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들이 책을 통해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강사가 읽어주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지만, 직접 소리 내어 책을 낭독하고, 시를 낭송하기도 한다. 가끔 시에 곡조가 붙으면 노래가 되어 옛 노래가 한참이나 교실에 울려퍼지곤 한다. 또한 말놀이를 이용한 시와 노래를 다 함께 읽고 난 뒤 팀으로 나눠 주거니받거니 하거나 소리문학의 내용에 대해 배우기도 한다.
한편 노원구 상계문화정보도서관에서는 만 60세 이상 노인 20여 명을 대상으로 ‘슬로우리딩’ 독서 문화 토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슬로우리딩은 책을 단락별로 나눠 읽으며 문득 떠오른 질문거리를 가지고 서로의 눈빛을 바라보며 대화하고 토론하는 수업으로 노인들에게 알맞은 낭독법이다. 김성환 노원구청장은 “책과 함께하는 평생학습이 진정한 평생교육”이라며 “책은 성공하는 인생 이모작을 위한 핵심 요소로 어르신들이 책과 가까이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기타 자세한 사항은 노원구립도서관(02-950-0027)으로 문의하면 된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내 손 안의 낭독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팟캐스트를 통해 누구나 어디에서나 쉽게 낭독을 접할 수 있다. 따로 시간을 내 모임을 만들거나 북 콘서트에 찾아가기 어렵다면 매일 열리는 스마트폰 안의 낭독회를 따라가보자. 하루 종일 낭독이 이어지는 라디오 낭독 채널에서부터 원하는 방송을 골라 다운로드할 수 있는 낭독 팟캐스트까지 쉽게 접할 수 있는 낭독 프로그램을 모두 담았다.

낭독, 방송에 빠지다
EBS FM 라디오 ‘낭독 프로그램’

출판 분야와 도서 분야 팟캐스트 1위~10위 순위에는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비롯해 문학과 낭독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팟캐스트가 다수를 올라 있다.(출처: 팟빵 2015. 10. 18~24 도서(왼쪽) 및 출판 분야 주간순위)출판 분야와 도서 분야 팟캐스트 1위~10위 순위에는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비롯해 문학과 낭독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팟캐스트가 다수를 올라 있다.(출처: 팟빵 2015. 10. 18~24 도서(왼쪽) 및 출판 분야 주간순위)

2012년 3월, ‘책 읽어주는 라디오’를 표방한 EBS FM이 가을 개편을 통해 보다 다양한 장르의 낭독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라디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낭독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 편성을 모두 채운 것은 EBS가 유일하다. 먼저 매일 아침 9시 배우 강성연의 <시 콘서트, 강성연입니다>로 문을 연다. 아침에 어울리는 한 편의 시와 음악을 선정해 방송한다. 오후 12시에는 <책으로 행복한 12시, 문지애입니다>가 방송된다. 베스트셀러인 <오베라는 남자>에서부터 김애란의 <침이 고인다>, 이효석의 단편 <메밀꽃 필무렵>에 이르기까지 작품의 연대도, 장르도 다양하게 구성된다. 오후 4시에는 가수 홍대광의 <음악이 흐르는 책방, 홍대광입니다>가 방송된다. 하루 중 가장 지친 시간 오후 4시, 대중에게 익숙한 곡과 그에 어울리는 에세이를 낭독한다. 오후 9시에는 밴드 ‘부활’의 보컬 출신 가수 정동하가 <책처럼 음악처럼, 정동하입니다>를 진행한다. 생활과 문화를 소재로한 낭독과 토크를 통해 우리 시대 삶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이야기를 나누고자 기획되었다. 매주 일요일에는 한국 독자들이 사랑하는 스테디셀러를 다양한 음악효과와 배우, 가수들의 목소리로 제작해 한 권의 책을 집중력있게 들을 수 있는 <낭독존>을 운영한다. EBS에서는 개편을 맞아 “가을 개편을 통해 기존의 장르별 긴 낭독 중심에서 음악을 강화해 라디오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 중심의 여러 프로그램을 새로 선보인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폰 속의 낭독을 만나다
팟캐스트 낭독 프로그램

낭독 관련 팟캐스트는 소설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이 가장 먼저다. 2010년부터 김영하가 직접 낭독과 해설을 맡아 미시마 유키오의 <금각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60여권이 넘는 책을 소개해오고 있다. 소설가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특유의 해설은 팟캐스트를 타고 낭독이라는 독서 방식의 대중화를 선점했다. 이후 출판사들이 팟캐스트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낭독을 골자로 하는 프로그램이 점점 다양해졌다. 이동진 영화평론가가 진행하는 ‘빨간책방’은 위즈덤하우스가 출판사 가운데서는 가장 먼저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지난 2012년 5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팟캐스트 분야에서 높은 구독률을 자랑한다. 위즈덤하우스는 영화평론가 이동진과 소설가 김중혁이 ‘이동진의 빨간책방’ 에서 다루었던 <그리스인 조르바>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 모두 7편의 소설을 모아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을 출간하기도 했다.
출판사 창비는 지난 2013년 ‘창비라디오-라디오책다방’을 열었다. 김두식 경북대 법학과 교수와 소설가 황정은이 진행하며 책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난 12월부터는 ‘창비라디오-김사인의 시시(詩詩)한 다방’도 시작했다. 매달 화요일에 두 번 업로드되는 이 프로그램은 시인의 목소리로 시 낭송을 듣는 ‘시시콜콜’, 김사인 시인이 직접 고른 시를 낭독하고 감상을 나누는 ‘가만히 좋아하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 방송 시인을 초대해 시인의 시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문화+서울

글 박채림
사진 제공 대산문화재단, 노원구 상계문화정보도서관, 숭례문학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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