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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연극 <에쿠우스>와 <프라이드>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과 부대끼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특성상 주변의 시선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살기는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늘 평범한 내면을 끄집어내고, 정상에 집착하게 된다. 요컨대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겐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강박이 있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일까?
결이 다른 두 편의 연극은 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현대의 고전
<에쿠우스>, 충무아트홀 중극장 블랙, 9. 4~11. 1

1 국내 초연 40주년을 맞은 <에쿠우스>에서 알런 역의 서영주 배우(가운데)는 실제 나이가 알런과 같아 화제를 모았다.1 국내 초연 40주년을 맞은 <에쿠우스>에서 알런 역의 서영주 배우(가운데)는 실제 나이가 알런과 같아 화제를 모았다.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의 대표작 <에쿠우스>는 말 7마리의 눈을 찌른 17세 소년 알런 스트랑과 알런의 치료를 맡은 정신과 의사 마틴 다이사트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이 극을 메운다. 소년을 둘러싼 억압적인 환경과 그로 인해 벌어진 그 ‘비정상적 미친 짓’을 추적하며 작가는 묻는다. 누가 과연 비정상인가?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는 친구인 판사 헤스터로부터 알런을 소개받고, 그 잔혹한 행위의 동기를 찾기 위해 알런과 대화를 시도한다. 알런은 진심으로 귀를 기울이는 다이사트에게 그간의 일을 털어놓고, 다이사트는 알런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동경하게 된다.
사실 다이사트는 알런을 만나면서 자신의 내면을 직시하기 시작한다. 아내와의 정신적·육체적 교감 없이 무기력한 삶을 사는 그는, 상담실로 돌아오면 미친 환자들을 고쳐 정상 범주에 구겨 넣는다. 다이사트가 “밤마다 500명의 아이들 배에 칼을 꽂아 내장을 후비는 악몽에 시달리는 건 이런 이유다. 우연히 마주친 말(馬)의 눈빛에서 구원을 얻은 아이, 완벽하게 하나에 미쳐 정열을 쏟아붓는 아이 알런이 사회적 관점에서 비정상 범주에 있다는 이유로 치료해야 하는 상황에 다이사트는 괴로워한다.
이 작품은 파격적인 소재와 배우들의 노출 연기로 1975년 국내 초연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강태기,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조재현 등 알런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은 한결같이 당대 청춘 스타의 계보를 이어 캐스팅만으로 화제였다. 이번 40주년 공연의 알런 역할에는 올봄 연극 <페리클레스>에서 열연한 남윤호와 김기덕 감독의 영화 <뫼비우스>에서 아들 역을 맡았던 서영주가 더블 캐스팅됐다. 남윤호는 거칠면서 순수한 알런의 정석 버전을, 실제 알런과 같은 나이인 서영주는 “10대만이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을 선보인다. 배우 안석환과 김태훈이 지난해에 이어 다이사트 역을 맡아 극의 무게중심을 잡는다.
다이사트가 알런을 관찰하고 상담하면서 알런의 기억을 되살려 재현하는 방식인 연극은 3면의 개방형 무대를 통해 ‘관음을 관음하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마틴의 상담실이자 스트랑 가족의 집, 영화관등 모든 장소의 기능을 수행하는 회전 무대와 그 옆에 앉은 배우들은 마치 법정과 법정 배심원 역할을하고, 다시 관객들이 이 재판 과정을 구경하는 인상을 준다. 1막 마지막 클라이맥스 장면은 이 작품의 백미이지만, 음악 소리가 너무 커 배우들의 대사를 알아듣기 어려운 건 아쉽다.

정상의 기준은 시대마다 변한다
<프라이드>, 수현재씨어터, 8. 8~11. 1

2 연극 <프라이드>에서 주인공 필립을 연기하는 배수빈은 내면 갈등을 섬세하게 그리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2 연극 <프라이드>에서 주인공 필립을 연기하는 배수빈은 내면 갈등을 섬세하게 그리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알렉시 캠벨의 연극 <프라이드(The Pride)>는 지난해 국내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90% 이상을 기록한 화제작이다. 1958년과 2015년을 넘나들며 성소수자들이 사회의 억압과 갈등 속에서 사랑과 정체성, 자긍심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동성애를 소재로 삼았지만 이들의 사랑을 남녀관계로 환치하면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치정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관객이 이 소재를 견디는 데에 거부감이 적다. 각 시대를 담백하게 재현한 무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무난한 극 전개로 연극 입문자도 180분을 지겨워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다.
동성애가 하나의 질병으로 취급받던 1958년. 실비아와 결혼한 필립은 실비아의 동료인 동화작가 올리버를 만나 자신의 동성애적 정체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규율과 체면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손길을 내미는 올리버를 거부하고, 병원을 찾아 극단적인 치료를 받는다.
동성애가 개인의 취향으로 인정받는 2015년. 다큐멘터리 사진가 필립과 게이 잡지 칼럼니스트올리버는 커밍아웃한 게이 커플이다. 두 사람 사이의 갈등은 올리버의 자유분방한 바람기에서 비롯된다. 필립과 올리버의 여자사람친구, 실비아는 “편견과 싸움 끝에 그나마 권리를 얻어낸” 사랑이라며 둘사이를 응원한다.
두 시대의 필립, 올리버, 실비아를 배우 한 명씩이 연기한다. 표면적으로는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시대의 편견을 말하고 있지만, 궁극은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시대의 편견이 도대체 무엇인가, 자아란 그리고 정체성이란 시대의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를 질문하는 셈이다.
지난해 이명행?정상윤(필립), 오종혁?박은석(올리버)에 이어 올해 배수빈?강필석(필립) 정동화·박성훈(올리버)이 캐스팅됐다. 양 시대의 보수 동성애자의 아이콘, 필립을 연기하는 배수빈은 올리버를 만나며 벌어지는 내면 갈등을 섬세하게 그리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자유분방의 아이콘인 올리버 역의 박성훈은 다정다감한 동화작가(1958년)와 섹스 중독자인 칼럼니스트(2015년)를 능청스럽게 소화하며 두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 실비아 역은 임강희가 맡았다. 필립의 아내(1958년)이자 필립의친구(2015년)인 실비아는 청순함과 생기발랄함을 오가며 과거 현재를 이어준다. 문화+서울

글 이윤주
한국일보 문화부 공연 담당 기자
사진 제공 코르코르디움, 연극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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