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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홍대 앞 ‘걷고 싶은 거리’ 야간 거리공연 금지 조치 거리예술이 지역사회와 공존하려면
“인근 주민의 소음 불편을 초래하는 야간 앰프 사용 거리공연을 금지합니다.” 마포구청이 야간 거리공연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제 ‘버스킹의 성지’라 불리는 홍대 거리에서 앰프를 사용한 야간 거리공연을 하면, 소음진동관리법에 의해 불법행위가 된다. 버스킹을 즐기는 사람들은 반발하고 있지만, 실상 이 조치는 홍대 인근 주민·상인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된 것이다. 한때는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버스킹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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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소음 사이’에 놓인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버스커 vs 주민·상인 갈등 점화

홍대 걷고 싶은 거리가 야간 거리공연(버스킹) 금지구역이 됐다. 지난 7월중순 마포구청이 거리 곳곳에 ‘야간 거리공연 금지’라고 적힌 안내문을 붙이면서다.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소음 기준(60dB)을 넘어선 공연엔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60dB은 일상 대화나 백화점 소음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마이크·앰프를 사용한 버스킹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버스커들에게 마포구청의 조치는 일종의 ‘사건’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페이스북 페이지 ‘거리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엔 구청 단속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다. “홍대 집값 높여준 게 버스커들인데… 이제 꺼지라는 소리로 들린다”(한 누리꾼). 버스커들에게 홍대 걷고 싶은 거리는 홍대 놀이터(홍익어린이공원)와 홍대입구역 9번 출구 등과 함께 ‘3대 버스킹 성지(聖地)’로 꼽힌다. 십센치(10cm), 홍대광 등 많은 가수가 이곳에서 버스킹을 하면서 유명세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는 홍대 인근 주민·상인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는 상업지역이 아닌 준주거지역이다. 이곳엔 건물 1층은 상가로 쓰고 위층은 거주 공간으로 쓰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지난몇 년 동안 새벽까지 들려오는 노랫소리로 고통을 받았다. 한밤중 이곳에서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소음 측정을 해보면 시끄러운 공장의 내부(80~90dB)와 비슷한 수준이다. 인근 상인들은 “가게 안에서 손님과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소연한다.
앞선 내용들을 다룬 기사(“홍대 거리 ‘야간 공연 금지’ 딜레마”, 중앙일보 2015년 8월 11일자)가 나간 뒤 후속 보도가 이어졌다. 기사의 반응을 살펴보면 현재와 같은 거리 공연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게 다수의 의견인 듯하다. ‘버스킹 성지’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의 상징성을 감안하더라도, 주민들의 생활권(生活權)보다 우선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문화예술 단체들은 “버스킹의 중요한 전제 조건은 지역사회와 공존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자가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만난 버스커들 중에서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공연하는 건 옳지 않다”고 말한 이가 적지 않았다.

버스커 탓만 해서는 안 돼… 성숙한 거리 공연 문화 위해 관(官)은 어떤 노력을 했나

1, 2, 3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버스킹 팀들. 공연의 활성화로 소음이 증가하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야간 거리공연을 금지하도록 요청했다.1, 2, 3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버스킹 팀들.
공연의 활성화로 소음이 증가하자 인근 주민과 상인들은 야간 거리공연을 금지하도록 요청했다.

그러나 “야간 버스킹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결론짓고 논의를 끝내버리기에 이 문제는 조금은 더 복잡하다. 한때는 주민들의 사랑도 받았고, 홍대의 낭만이었던 ‘버스킹’이 왜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홍대 걷고 싶은 거리를 가득 채운 공연 팀들의 성격을 보자. ‘쇼미더머니’ 같은 TV 프로그램의 영향을 받은 듯 힙합·댄스 공연 팀이 주류를 이룬다. 옆 팀이 음악 소리를 키우기 시작하면 그 소리를 누르기 위해 더욱 볼 륨을 높인다. 버스커들은 이를 ‘소리 싸움’이라 한다. 또 자작곡이 아닌 커버곡(본인이 즐겨 부르는 노래, 대개 유행곡)을 부르는 이들이 다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원조 홍대 버스커인 ‘좋아서 하는 밴드’의 조준호 씨의 의견은 이렇다. “(거리 공연이) 스피커·마이크를 갖추면 실내 공연과 뭐가 다를까. 거리 공연만의 매력이 있어야 한다. 앰프 없는 생목소리에 누군가 발길을 멈추고 가사에 귀를 기울여주고, 감동의 팁을 넣어주는 희열을 느껴보면 어떨까. 다들 비슷한 노래들만 하고 있는 것을 보면 참 아쉽다.” (“홍대 거리 노래하기 안 좋아졌다”, 시사저널 2015년 8월 27일자)
문제는 걷고 싶은 거리의 변화 과정에 있다. 버스킹이란 말을 대중에게 알린 그룹 ‘버스커버스커’가 성공한 이후 거리 공연 팀은 유행처럼 늘어났다. 공연 문화의 확대로도 해석할 수 있지만 버스킹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감당하기 어려운 다수가 악기를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을 때, 우리는 어떤 논의를 벌여야 하는가. 버스커들의 자생적인 노력에만 맡겨서는 해결이 어렵다. 관(官)은 올바른 ‘거리 예술’이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과정을 고민해본 적이 있나. 소음 민원이 발생하자 구청 단속으로 버스킹을 근절하겠다는 건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보인다.
영국 런던 시는 지난 3월에 세계 최초로 ‘버스킹 규약’을 제정했다. 경찰·시민의 의견을 종합해 ① 전자 장비로 소리를 키우지 않을 것 ② 악기가 보행로를 막지 않을 것 ③ 레퍼토리를 다양화할 것 등 공연 가이드라인을 정한것이다. 또 ‘거리예술가 입문서’도 제작해 배포하고, 직접 선발한 거리예술가들에겐 자격증도 발급한다. 자격증을 갖고 있는 이는 거리공연을 본업으로 삼고 공연 수익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낸다.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인 런던의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에서 수준 높은 거리 공연이 유지되는 배경이다.
버스킹 소음 문제는 앞으로도 여러 지역에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전주 한옥마을·대구 김광석거리 등에서 비슷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단속 위주의 대책에만 머무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주민들을 배려하는 버스커들의 성숙한 자세는 당연한 전제 조건이다. 단속 일변도의 조치보단 버스커와 지역민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길 기대한다. 문화+서울

글·사진 장혁진
중앙일보 기자, 사회2부 시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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