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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시장에 주목하는 예술 프로젝트 시장이라는 장소 혹은 방법
시장이 예술과 만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시장은 상품 교환의 장소일 뿐이지만, 예술과 만난 ‘시장예술’은 생활 공간 속에서 예술과 생산, 둘의 소통을 추구한다. 시장에 주목하는 예술 프로젝트는 시장의 물리적 공간성과 시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관계성에 기대 새로운 문화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는 역시 ‘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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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은 재화를 교환하는 장소다. 장소는 물리적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여기서 시장을 공간이 아닌 장소로 언급하는 이유는 시장이 담보하는 공간성에 더해 시간성의 의미를 공유하기 위함이다. 공간이 물리적 위치를 의미하는데 비해, 장소는 그 공간에 더해진 시간성을 함유하고 있다. 재화를 교환하는 곳으로서 시장이 갖는 의미는 시장의 공간성에 더해진 시간성의 총합이다. 따라서 공간과 시간의 중첩으로 이뤄진 장소의 의미, 즉 장소성은 예술적 소통의 가능성을 높여주는 개념이다. 특히 상품 교환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시간의 축적은 다양한 서사를 만들어낸다. 우리에게 시장이 재화의 교환 공간 이상의 의미를 갖는 것은 그 장소에 담긴 삶의 서사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계성, 시장 공간의 특수한 국면을 환기하는 예술적 대화 등을 염두에 두기 때문이다. 게다가 예술노동의 특수성을 반영해 아트프리마켓 방식으로 이뤄지는 시장 프로젝트들은 시장을 대상화하지 않고 하나의 방법론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시장에 주목하는 예술 프로젝트들은 시장의 물리적 공간성과 시장에 모이는 사람들의 관계성에 기대 새로운 문화 생산을 지향한다.

시장 속 예술과 시장 형식의 예술

시장예술은 ‘시장 속 예술’이면서 동시에 ‘시장 형식의 예술’이다. 그것은 시장이라는 장소성과 시장이라는 방법론을 공유한다. ‘시장 속 예술’ 프로젝트는 이미 대규모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자리 잡았다. 전통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 일들은 상품 교환의 장소인 시장을 문화생산의 공간으로 확장하려고 한다. 2008년부터 5년간 전국 23개 장소에서 이뤄진 ‘문전성시 프로젝트’는 지역주민과 상인들, 그리고 예술가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을 둘러싼 관계 맺기를 시도했다. 물론 시장 활성화라는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의 잣대를 두고 성패를 가늠하기는 어렵겠지만, 이 일로 인해 생활 속 예술 프로젝트의 장이 넓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광주의 대인시장과 대구의 방천시장 등과 같이 비교적 잘 알려진 프로젝트들은 좋은 공공예술의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서울의 통인시장 같은 경우는 미술관과 시장 공간의 협업으로 시민을 예술생산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도시재생 차원에서 이뤄지는 시장예술 프로젝트들은 점점 더 큰 규모로 확산하는 추세다.
‘시장 형식의 예술’ 프로젝트들은 시장을 전유한 예술이다. 아트프리마켓과 같은 프로젝트들은 생활 속 예술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것은 공공장소에서 예술가와 시민이 직거래장터를 여는 방식으로 소통해온 실험의 장이다. 대안문화와 독립문화 운동과 맞물린 이러한 실험은 나름의 브랜드를 형성했을 정도로 정착한 곳도 있다. 이들은 주기적으로 특정 장소에서 장터를 열어 예술가, 청년, 상인, 주민, 시민 등 다양한 층위의 주체가 만나는 공론의 장을 열고 있다. 그것은 인류 문명사가 발전시켜온 일시적인 장터의 성립과 해체를 반복하며, 시장이라는 방법론을 하나의 예술적 소통 형식으로 발전시켜왔다. 특히 예술 생산의 매개와 향유 방식을 다원화한다는 차원에서도 의미있는 일이다. 자본주의 시장 특유의 다단계 유통 방식이 아니라 장터의 직거래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그것은 경제적 교환과 사회적 소통을 공유하는 장이다.

예술노동의 교환과 시장

장터관련이미지

‘시장 속의 예술’과 ‘시장 형식의 예술’을 통틀어 시장예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자본주의 시장 구조에 대한 모종의 대립과 갈등을 유발한다. 시장예술은 예술의 경제적 교환방식에 대한 물음과 대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라는 장소는 상품 교환의 장소일 뿐 예술적 소통의 장과는 거리가 먼 곳이다. 하지만 시장예술은 생활 공간 속에서 예술 생산과 소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모순적이다. 그것은 시장에서도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생각, 혹은 시장을 예술적으로 꾸며서 환경미화에 기여하겠다는 초보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뤄진 시장예술 프로젝트들이 비판받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예술의 도구화는 예술의 소통 가능성을 높이는 일인 동시에 예술 자체를 무화하는 일이다. 게다가 프리마켓의 경우 프로젝트 자체로서는 새로운 실험일 수 있지만 예술창작면에서는 동일성의 반복으로 인한 예술의 퇴행을 피할 수 없으므로 이에 따른 문제 또한 간단하지 않다.
시장예술 프로젝트에서도 문제는 역시 경제다. 시장을 예술 생산의 장소로 삼건 방법으로 삼건 간에 그 속에서 예술이 일시적인 도구 이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예술노동의 경제적 교환과 더불어 사회적 환류에 관해 지속적으로 문제 해결 의지를 가져야 한다. 유명세를 떨친 시장예술 프로젝트들이 공간 임대료가 올라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쫓겨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공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그 프로젝트는 결과적으로 실패다. 또한 한시적인 거리 시장에서 이뤄지는 예술노동의 경제적 교환도 상징적 의미를 넘어서 예술노동의 가치를 사용가치에 걸맞게 팔고 사는 장으로 자리잡아야 한다. 그것은 교환가치에 경도된 예술시장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자 실험이다. 요컨대 시장은 예술노동의 사회화 가능성을 모색하는 은유이자, 대안적 예술경제를 현실화하는 전유다. 문화+서울

글 김준기
미술전문지 <가나아트> 기자 일을 시작으로 가나아트센터, 사비나미술관, 2006년 부산비엔날레 등에서 일했다.
2007년 석남미술상 젊은 이론가상을 받았으며, 경희대 겸임교수를 지냈다.
부산시립미술관 큐레이터(2007~2010),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2010~2015)을 거쳐 현재는 지리산프로젝트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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