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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홍대 ‘땡땡거리 마켓’ 도심 속 장터가 할 수 있는 것
토요일 오후, 시끌벅적한 홍대입구역을 지나 산울림소극장 언덕 넘어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다 보면, 중간에 공터 하나가 나타난다. ‘와우산로32길’이란 공식명칭 대신 그냥 ‘땡땡거리’라 불리는 이곳은 경의선이 지상으로 다니던 시절, 기차가 올 때마다 ‘땡땡’ 소리가 울린다고 ‘땡땡거리’라 불렸다. ‘홍대 문화’의 발원지이기도 한 이 골목을 따라 지역과 밀착된 문화공동체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땡땡거리 마켓’도 이곳에 자리했다.

홍대 ‘땡땡거리 마켓’관련이미지

1990년대 후반, 홍대 앞으로 몰려드는 사람들의 절반은 등에 커다란 기타가방을 메고 있었다. 인디밴드 1세대들이 홍대 앞을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시작된 이른바 ‘홍대 문화’는 미술대학 특유의 작업실 문화와 어우러져 기존에 볼 수 없던 독특한 문화를 형성했고, 이는 새로움을 갈망하는 청년들에게 하나의 ‘대안 문화’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몰려드는 사람들로 홍대 앞이 상권의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처음 새로운 문화를 주도했던 예술가들은 점차 홍대 주변으로 내몰렸다. 합정동, 상수동, 망원동, 연남동으로 이어지는 이들의 이동 궤적을 따라 홍대 앞 상권은 점점 넓어지기만 했다.
더 이상 이동할 곳이 없었던 예술가들은 인디문화 1세대들이 처음 자리 잡았던 ‘땡땡거리’에 둥지를 틀고, 인근 상인, 주민들과 함께 기차가 사라진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재주를 헤아리는 마을’이란 뜻의 ‘예상촌(藝商村)’을 만들어 친환경 음악회, 영화제, 시 낭독회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열었다. 2014년 6월에 처음 열린 ‘땡땡거리 마켓’도 그중 하나로, ‘땡땡거리’는 현재 홍대 앞에서 유일하게 ‘홍대 문화’를 유지하는 곳이기도하다.

땡땡거리 마켓, 시즌2

매달 첫째 주 토요일에 진행되던 ‘땡땡거리 마켓’은 올해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한동안 열리지 못하다 지난 9월 12일에 다시 열렸다. 특히 이번 마켓은 서울문화재단 ‘복작복작 예술로(路)’ 골목길 프로젝트 공모에 선정된 후 처음 열린 장터이기도한데, 그동안 무료 공연을 해주던 음악인들에게 공연료를 지급하고, 판매자들에게 파라솔과 테이블, 의자 등을 제공하게 된 게 이전과의 큰 차이점이라고한다.
이날 땡땡거리 초입인 ‘갤러리반짝가게’에서는 단편영화 3편을 연속 상영하는 ‘우리들 영화제’가 열렸다. 김자영 감독의 , 정재성 감독의 <발작>, 남근학 감독의 <절경>이 상영되는 동안 관객들은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영화를 보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활짝 열린 유리문을 통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영화를 감상했다.
마켓이 들어선 곳은 땡땡거리 중심부 공터로, 선로가 있던 자리는 흙 바닥 위로 듬성듬성 잡초가 자라거나 공사 자재가 쌓여 있는 그야말로 ‘비어 있는 땅’이다. 양쪽 도로에 자리 잡은 판매자들은 드라이플라워, 액세서리, 일러스트 엽서 등 직접 만든 작품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놓고, 한쪽에선 즉석 초상화를 그려주거나 ‘빗물 재활용’에 대한 캠페인을 벌였다. 홍대 앞 메인 거리의 시끌벅적함과는 다른, 말 그대로 복작복작한 정도의 사람들이 모여 여유롭게 물건을 구경하고 언뜻 봐서는 누가 물건을 파는 사람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는, 소박한 장터의 모습이었다. 판매자로 참여하는 사람들은 예술가, 동네에 붙여놓은 포스터를 보고 찾아온 지역주민, 바로 옆 음식점 사장님의 딸 등으로 다양했는데, 모두 땡땡거리를 근거로 생활하고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도심 속 장터,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다

홍대 ‘땡땡거리 마켓’ & 도심장터 관련이미지

작년부터 판매자로 참여하고 있는 오정심 씨는 평일엔 논술 강사로 일하다, 주말에 직접 만든 드라이플라워와 방향제를 들고 마켓에 나온다. “장사를 하려는 목적으로 오는게 아니라서 땡땡거리 마켓의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그녀는, 자신이 만든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누군가가 사용해주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고 한다.
땡땡거리 마켓에 이런 감성적인 분위기를 더한 건 공터 한가운데에서 기타 하나, 키보드 하나를 놓고 진행되는 작은 음악회의 역할이 큰데, 공연 중간에 진행되는 시 낭송프로그램은 골목길을 더욱 섬세한 감성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초원은 문화살롱’이라는 제목의 이 음악회에는 홍대인디신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차광민, 슝슝, 이레이, 가을 운동회, 주노, 고세정, 최성희, 처절한기타맨이 참여해 공연장에서 듣는 것 같은 완성도의 음악을 들려줬다.
‘경의선 숲길’은 최근 도시재생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장소다. 경의선 용산~가좌 구간이 지하화되면서 그 지상 공간이 단계별로 공원으로 조성되고 있는데, 지금 공터로 방치돼 있는 땡땡거리 구간도 내년 5월이면 공원으로 모습이 바뀐다. 마켓을 비롯해 땡땡거리에서 이뤄지는 일련의 문화 활동이 공원 완공 후에도 지속될 수 있을까 의문이 든 건 숲길이 아직 완성되기도 전인 지금, 이미공원 인접 지역의 건물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땡땡거리에서 ‘갤러리반짝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문화예술공동체 사슴들’의 배소연 매니저는 “내년 경의선공원이 완공된 후에도 지금과 같은 활동을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지만, 이 골목에서도 얼마 전 기획부동산이 한 건물을 인수해 20년간 가게를 하던 분이 땡땡거리를 떠났다”며, “땡땡거리에 있는 가게들도 곧 이런 문제에 부딪히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주민과 상인, 예술가들이 함께 생태계 주체로서 공동체 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생기는 지점이다. 문화예술이 시장, 공연 등 다양한 모습으로 그 활동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을 보며 예술의 잠재된 가능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술이 꼭 예술만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 건 아닐 것이다. 문화+서울

글 이정연
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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