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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8월호

16가지 나와 너의 성격 유형 맞춰보기 나라는 인간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MBTI 검사’라고 들어보았는가? MBTI 검사는 성격 검사의 일종으로 사람의 성격을 16가지로 구분한다.
젊은 층 사이에선 유형별 티셔츠나 폰케이스 같은 굿즈까지도 유행한다.
‘재미로 보는 것’이라지만, 결과가 궁금하고 또 많은 부분 공감이 되기도 한다.
‘믿어도 될까?’ 하는 마음과 묘하게 수긍이 가는 마음 사이 어딘가를 시계추처럼 움직인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얼마 전, 김풍 작가로부터 링크 하나를 전달받았다. 링크는 성격유형검사를 하는 것이었는데, 나는 다른 일들로 마음의 여유가 없던 터라, 미루고 미루다가 몇 주나 지나서 테스트를 해 보게 되었다. 결과는 INFJ였는데, 거의 10년 넘게 이와 비슷한 유형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성격이나 자아라는 건 꽤나 부지런히 바뀌어나간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늘 마주하게 되는 저 비슷한 알파벳을 보면서, 나라는 인간도 꽤 일관성 있게 살아온 모양이구나, 생각했다.
내가 한 검사에 따르면 INFJ는 ‘선의의 옹호자’ 유형으로 넬슨 만델라나 마틴 루터 킹이 이러한 유형의 사람이었다고 하는 설명이 나왔다. 또 모든 유형 중 가장 드문 유형이며, 여러모로 좋은 사람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 설명을 읽어나가면서 어쩐지 나에게 덕담을 해준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는데, 그 덕분에 약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기도 했고, 스스로를 한결 좋은 사람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 같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이런 유형의 ‘역사적 인물’이 소개되니 왠지 뿌듯함 같은 것마저 들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성격 유형 테스트라는 건 그렇게 한 사람에게, 자신 안에 스스로 ‘좋아할 만한 구석’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일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물론 단점이라든지 주의해야 할 점 같은 것들이 함께 소개되곤 하지만, 내가 속한 성격 유형이 악질적이거나 나쁜 것이어서 ‘잘못되었다’라든지 ‘성격 고쳐야 한다’든지 ‘못된 인간’이라든지 하는 식으로 설명하는 경우는 없다. 대체로는 어느 성격 유형이든지 그 나름의 장점을 잘 살리면 어떤 직업군에서 좋은 능력을 발휘할 수 있고, 인정받을 수 있으며, 만족하는 삶을 살 수 있다며 속삭여준다. 더군다나 모든 성격 유형에 위대한 ‘역사적 인물’이 한둘쯤 있다는 것은 역시 어떤 소속감마저 주고, 상당한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나 같은 성격도, 나같이 생겨먹어도 대단해질 수 있구나, 멋질 수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한다.

어떤 것에서라도 확인‘받고’ 싶은 내 모습

요즘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는 이런 성격 유형 검사가 때아닌 유행을 타고 있다고 한다. 서로에게 링크를 보내며 SNS로 자신의 성격유행을 캡처해서 올리고 알리는 일들이 일종의 문화가 되고 있다. 과거에도 이런 성격 테스트야 있었다지만, 요 근래에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특히나 크게 유행하고 있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그만큼 자기가 누구인지에 대한 확인이 절실하다든지, 어쨌든 내가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인과 위로를 받고 싶다든지,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싶은, 그런 마음이 넓게 퍼져 있는 건 아닐까 싶다. 김풍 작가는 이런 현상 속에 서로 다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청년 세대는 아르바이트 자리조차 거의 잃게 됐고, 취업난은 더 극심해졌다고 한다. 청년의 삶이라는 것에서 해외의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배낭여행을 가기도 하고, 매일같이 밤새도록 친구들과 술 마시며 클럽을 전전하고, 바닷가에서 모닥불 피우며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일은 확실히 꽤나 옛날 일이 된 것 같다. 그보다 청년들은 코로나19로 대학교 수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자, 모두 카페에 몰려가서 인터넷 강의를 듣고, 토익 학원을 가고, 여러 스터디를 다니면서 취업 준비를 한다. 매일 놓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늘 토익 점수가 몇 점인지, 학점은 무슨 알파벳에 플러스와 마이너스 중 무엇이 달려 있는지, 어느 회사의 서류전형에 통과했는지 같은 것으로만 끊임없이 정체성을 확인 당하는 청년들 입장에서는 보다 더 ‘나다운 나’ 혹은 ‘나의 마음’이나 ‘성격’ 같은 정체성을 찾고 싶을 것이다.
MBTI의 대유행이라는 것은, 그러니까 성격이나 정체성 확인이 그만큼 유행한다는 사실은, 달리 말하면 그만큼 성격이나 정체성의 결핍이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아마도 때로는 사랑이 그러한 역할을 해주었을 것도 같지만, 요즘에는 사랑조차 스펙이 결정하고, 내가 어디에 취업하느냐에 따라 연애나 사랑의 운명 같은 것도 결정되는 일이 참으로 많이 일어나는 것 같다. 숫자나 스펙이 아닌 ‘나’라는 인간을 인정받는 일, 확인하는 일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그런 일을 ‘성격 유형 검사’에서라도 찾길 바라는 절실한 마음 같은 것이 이런 현상에 녹아 있지 않나 싶기도 하다. 그러면 아무래도 이 풍경 또한 마냥 재밌는 놀이라기보다는 한편의 쓸쓸함 같은 것을 품고 있다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글 정지우_문화평론가,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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