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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N

7월호

<you,a sentence> 누구나 한 문장은 있다
일상에서 나누는 대화들이 반짝이는 순간, 그것을 기록합니다. 주변 사람과의 대화를 담아내고 살피면서 그만의 고유한 언어와 문장과 세계를 발견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대화를 다르게 바라보기를, 당신이 하는 말에는 당신만의 것이 있단 걸 알아차려주기를.

_<그림일기 프로젝트> 포스터와 소개 글 부분 (웹진 [비유] 제공)

개봉한 영화를 보기 전, 검색창에 제목을 친다. 무명 감독의 데뷔작, 밋밋한 포스터, 심심한 카피, 낮은 별점, 호기심을 끌지 못하는 예고편…… 다른 영화 보는 게 낫겠네 하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려는 찰나, ‘영화 속 명대사’ 란에 실린 한마디 말이 눈에 밟힌다. 별거 아닌데 왠지 마음을 끄는 말, 짧지만 그 안에 많은 것이 든 듯한 말.
끌리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하고 결국 표를 산다. 영화가 어땠느냐고? 글쎄. 긴 러닝타임 끝에 영화는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 속에 반짝이는 대사가 있었고 그건 내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한마디였으므로. 좀 시시한 이야기였대도 밑줄 그을 만한 데가 있었으니까 나는 별점을 후하게 주기로 한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음에 남는 말이나 장면이 꼭 하나쯤 있는 것처럼,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가 한 말이 반짝 빛날 때가 있다. 그가 얼마나 유명인인가 혹은 달변가인가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영화나 책을 보듯이 한 사람의 말을 좀 더 귀 기울여 들을 때, 그가 자기 삶을 진솔하게 꺼내어 말할 때, 그런 순간이 깃드는 것 같다.
비슷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듯 보여도 우리가 얼마나 제각기 분투하며 살고 있는지, 또 우리가 얼마나 같고도 다른 존재인지,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이 얼마만큼 소중한지를 느끼게 하는 대화. 그런 순간이 휘발되지 않고 기억되기를, 기록을 통해 일상 속 한마디 말이 더 많은 사람에게 영감이 되기를 바란 이들이 있다. ‘누구나 한 문장은 있다’는 믿음으로 일상에서 마주친 일곱 사람을 인터뷰한 <you,a sentence> 프로젝트 팀이 그들이다. <you,a sentence>는 오래전 연락이 끊겼던 동창, 친구의 친구, SNS를 통해 안부 나누는 사이의 사람 등을 찾아간다. 여행잡지 에디터, 광고회사 마케터, 소셜 벤처 회사원, 에세이 작가 등 다양한 직군의 사람을 인터뷰이로 초대한 만큼 대화는 각기 다른 색과 향을 풍긴다.
인터뷰에서 공통적으로 던져지는 질문은 “요즘 무슨 책을 읽는지”다. 인터뷰이가 최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책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한 대화는 그가 자신의 삶에 있어 무엇에 왜 가치를 두는지를 알 수 있는 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독특한 점은 모든 인터뷰는 필름 카메라와 카세트테이프로 기록된다는 것. 편집되지 않은, 날것에서만 느끼고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기록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한다. <you,a sentence> 프로젝트는 현재 8화까지 연재됐고 이제 최종화가 남았다. 1화부터 8화까지 제목을 이어서 읽어보았다. 각 제목은 인터뷰이의 말 중에서 한 문장씩 꼽아놓은 것인데, 신기하게도 한 목소리처럼 느껴져서 여기에 옮겨본다.
누구나 한 문장은 있습니다. 저는 뭉텅거리는 단어를 좋아해요. 그러니까 써야 합니다. 좋은 공간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구나 청춘을 거쳤잖아요. 우리 사회는 어떤 사회가 될 수 있었을까요? 먼저 나한테 닿아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져요. 적어도 ‘곁의 곁’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프로젝트를 진행한 세 사람(황정한, 김다영, 윤형근)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평소에 하는 말을 기록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책이 될 수 있고, 당신의 말은 그 책의 중요한 한 문장이 될 수 있다고. 그 말이 어떤 ‘곁’을 내주는 것같이 들리는 건 왜일까.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내 말을 시시하지 않다고, 그러니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해보라고 다독여주는 누군가를 만난 것 같아서는 아닐까. 필요하다면 웹진 [비유](view.sfac.or.kr)에서 그 곁을 만나보시길.

편리함이 당연한 세상에서 날것이 주는 불편함을 꽤 오랫동안 잊어버린 것 같다. 하지만 편리함에 익숙해질수록 우리는 남들과 대화하기 더 어려워진다. 그들은 정리되지 않은 생각,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에너지, 무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들을 해야만 한다. 그래야만이 날것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 날것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들을 마주할 수 있다. 조금은 불편하겠지만, 좀 더 노력해서 상대에게 다가가 그들의 언어, 문장,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사람들에게 생기길 바란다. 불편함을 뛰어넘은 경험들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_1화 ‘누구나 한 문장은 있다’ 부분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엄기호, 나무연필, 2018)에서 하는 이야기는 고통을 곁에 있는 사람한테 전달하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대화를 나눌 친구들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곁에 있는 사람들이 고통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여러 대화를 주고받아야 한다는 거예요. 책에는 ‘재밌는 대화’라고 표현되어 있어요. 고통 받는 사람이 ‘나도 이런 대화를 할 기회가 있구나’ 생각을 가지게끔 하는 거죠. 고통을 겪어내는 자기만의 건강한 방법을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_8화 ‘적어도 ‘곁의 곁’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부분 (인터뷰이 오재형 님의말)
글 남지은_시인, [비유]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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