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소개해주세요. 서울문화재단에 입사해 시설안전2팀에서 어느덧 6년 차를 보내고 있는 이진입니다. 대학에서 건축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에는 건설회사에서 6년 반 동안 근무했어요. 서울·부산·경기 등 국내뿐만 아니라 러시아 등 해외까지, 오피스 빌딩과 기숙사·호텔·공장 등 다양한 건설 현장을 누볐는데요. 아마도 여러 이유가 누적되며 퇴사를 결심했던 것 같아요. 프로젝트 기간을 무조건 맞추기 위해 잦은 현장 이동이 있었고, 그에 따라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내가 사는 공간을 바꿔야만 했죠. 많이 지쳤던 것 같아요. 저는 지극히 안정적인 것을 지향하고 오히려 모험을 두려워하는 편이라, 당시 어떤 준비나 대비 없이 곧바로 퇴사를 실행에 옮긴 것은 아마 제 인생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 모험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지금의 제가 그때로 돌아간다면 쉽게 퇴사를 결정하진 못할 것 같아요.(웃음) 서울문화재단에서 제시하는 업무는 지금껏 제가 해왔던 것이기도 하고, 또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이 들어 입사를 지원하게 됐어요. 건설사에서의 일이 계획을 실행하는 것이라면, 재단에서의 일은 계획하고 구상해 명확하게 실행되도록 관리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히려 전 직장에서는 경험할 수 없던, 실행 전 단계죠. 비록 힘들었지만 이전의 경험이 재단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얼마 전 서울문화재단 본관 건물이 새 모습으로 돌아왔어요. 환경 개선 공사를 맡아 진행하셨죠. 재단 본관 건물은 1989년 완공된 성북수도사업소를 2006년 리모델링해 노출콘크리트 형태의 모습을 갖추게 됐어요. 노출콘크리트 공법은 콘크리트 자체로 외벽을 마감하는 방식이라 별도의 마감을 하지 않아 더 쉽고 간편할 것으로 생각하시는데요. 오히려 콘크리트 면이 마감 면이 되도록 치밀하게 계획하고 정교하게 시공해야 하는 난도 높은 마감 방법이에요. 게다가 재단 본관 건물은 애초에 노출콘크리트 형태로 계획해 시공한 건물이 아니다보니, 오랜 시간 사용하면서 누수나 단열 같은 문제가 하나씩 불거지기 시작했어요. 많은 직원의 의견이 모여 이번 환경 개선 공사가 진행됐습니다. 가장 많이 변화한 부분은 외벽 마감인데요. 겉으로 보기엔 단순히 백색 시멘트로 마감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에 접착제와 단열재, 베이스 코트, 유리섬유 메시, 마감재, 실리콘 페인트까지 총 여섯 겹의 레이어를 가진 독일 STO 외단열 시스템이 적용됐어요. 훼손이 심한 콘크리트 벽면은 보호하고, 단열 성능은 강화하면서 깔끔하게 마감하는 공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번 공사에서 가장 많은 공과 비용을 들인 만큼 외벽의 질감과 색상을 선택하는 데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동일한 마감을 택한 건축물 여러 곳을 답사하고, 샘플 시공까지 해 본 후에 내부 투표를 거쳐 지금의 모습이 됐어요. 투자한 만큼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보람을 느끼고요. 이 기회에 시설안전팀원 전체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웃음) 그뿐만 아니라 1층 로비와 2층 공용 공간 또한 이번 개선 공사에서 많이 변화한 부분인데요. 1층 로비 안내데스크 뒤쪽 상부를 보면 기존의 거친 벽면이 남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부분은 옛것과 지금의 것을 대비해 극적인 효과를 주고자 한 대표님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입니다. 본관 공사는 외관도 변화했지만, 무엇보다 낡고 오래된 이미지를 탈피하고 건축물의 내구성을 높여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재단에 입사해 처음 맡은 업무가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를 부분적으로 리모델링하는 일이었다고요. 1976년부터 2011년까지 구의취수장으로 사용하던 건물을 2015년 재단이 부분 리모델링해 연습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었어요. 취수장 시절 직원 관사로 사용되던 건물을 레지던시로 탈바꿈하는 것이 주목적이었고요. 이때 예상과 달리 한 차례 공사가 중단돼 해를 넘기고서야 준공된 것이 생각나네요. 건물 마감 벽체를 철거하고보니 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부위가 상당해 추가 보수·보강이 불가피한 상태였거든요. 때마침 동절기라 공사를 잠시 중단하고 이듬해 따뜻한 봄이 되어서야 마무리할 수 있었어요.
문화예술계 전반에 배리어프리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는 만큼 재단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공간과 시설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 같아요. 재단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대부분 준공 시기가 오래 지났거나, 건설된 용도가 재단이 원하는 사항과 맞지 않는 것이 대부분이에요. 그렇기에 사실 지금의 기준을 충족하기에 미흡한 공간도 많습니다. 배리어프리 등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2020년, 재단이 운영하는 모든 공간을 대상으로 대규모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확충과 시설 개선 공사를 진행했고요. 당시 저도 공사를 진행하면서 배리어프리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고, 특히 시설물에 있어 이용자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깃들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후에는 공사 설계 단계부터 관련 법규나 서울시 가이드라인 등을 선제적으로 검토해 적용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모두의 안전을 위해야 하기에 수많은 규정에 나를 엄격하게 맞춰야 하는 업무일 것 같아요. 일상에서의 고민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올해 거주지를 이사했어요. 출퇴근 시간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어났는데요. 게다가 얼마 전 인사 발령으로 본관이 아닌 대학로센터에서 근무하게 되면서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 됐네요. 다시 이사하기는 불가능하니, 많은 이들이 몰리는 러시아워를 피하는 방법, 그리고 그 시간에 무엇을 할지 골몰하고 있답니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고민이네요. 최근 나에게 영감을 주는 것들이 있나요. 저는 다른 사람들의 취향을 엿보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요. 특히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공간을 좋아하는데요. 그 공간은 건축가의 취향이 드러나는 건축물 혹은 거주하는 집이나 상점이 될 수도 있겠죠. 소셜미디어가 될 수도 있고요. 남다른 취향과 안목으로 가득 찬 장소라면, 지도에 저장해두고 몇 번이고 방문해요. 충분히 그곳에 머물며 때로는 그 취향과 안목을 부러워하기도 하고요. 최근에는 대구 군위군에 있는 사유원에 들렀는데, 정말 좋았어요.
글 김태희 [문화+서울] 편집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