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이끄는 건 ‘X세대’와 ‘뉴 시니어 세대’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와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여전한 청춘입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2》 |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 창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 그런 의미가 있죠 /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이 가사를 듣고 떠오르는 가수가 누구인가. 2015년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OST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른 가수 이적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초반 출생)일 가능성이 높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중반 출생) 끝에 걸친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허스키한 목소리의 가수 전인권이 떠오른다면 2004년에 가요를 많이 들었다는 이야기. 아마도 X세대 (1965~1976년 출생)인 것 같다.
《트렌드 코리아 2022》은 2022년에 사회를 이끌 유행을 점치는 트렌드 전망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등이 정치·경제·사회 전망을 담아 펴냈다. 출간 직후 교보문고에선 6주, 예스24에선 4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매년 출간될 때마다 출판계를 휩쓰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의 아성은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이 책이 2022년을 주도할 세대로 꼽는 X세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뜻에서 X세대라는 명칭을 부여받은 이 세대는 사실 지금의 MZ세대보다 더 큰 충격으로 세대 담론의 출발을 알린 신세대의 원조다. 기성 세대보다 풍요로운 10대를 보낸 이 새로운 40대는 개인주의적 성향을 지닌 게 특징이다.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는 면에서 ‘엑스틴X-teen’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X세대는 사실상 지금의 시장을 떠받치는 기둥”이라는 것이다.
사실 새로운 서비스를 가장 빠르게 시도하는 것은 MZ세대다. 하지만 서비스를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X세대의 힘이 있어야 한다. 2015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5~6년 만에 거대 유통사를 위협하는 온라인 쇼핑몰로 자리 잡은 마켓컬리의 성공 이면에도 엑스틴이 있다. 2021년 6월 마켓컬리 전체 이용객 중 40대(35.4%)와 50대(23.1%) 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 구매력과 충성도가 높은 엑스틴을 어떻게 유입하느냐가 결국 사업의 성공을 결정하는 치트키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 동안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X세대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장년입니다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지음 | 비즈니스북스
《2022 대한민국이 열광할 시니어 트렌드》는 여전히 사회적 주도권이 50~70대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니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끌어들이는 방법, 시니어가 찾는 금융 기관의 비결 등을 분석해야 살아남는다는 것. 이 책 역시 출간 직후 경제·경영서 분야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초고령 사회에 들어선 한국 사회에선 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주도하는 시니어 세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독자를 사로잡았다.
시니어의 힘이 많이 느껴지는 분야는 부富다. 실질 수익 창출을 찾아 나선 시니어 소비자들의 자산 이동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책의 요지다. 시니어 자산이 대규모로 이동하면 자산이 이탈된 금융회사는 존폐가 갈린다고 주장한다. ‘시니어 자산가’를 잡으려는 경쟁이 2022년부터 치열해진단다. 또 시니어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부유한 1인 가구를 노리는 시장이 커진다. 시니어 세대는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의학적 치료에 마음을 열고, 늙음에 대항하는 안티에이징Anti-aging 시장, 올바른 장례 문화가 확산될수록 커지는 게 시니어의 영향력이다. 이 책은 영향력 있는 ‘시니어 팬덤’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유튜브와 SNS에서 활약하는 이른바 실버 서퍼인터넷이나 스마트폰 따위를 잘 활용하는 노년층가 이끄는 팬덤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 시장의 열기와 시니어 팬덤과 협업하기 위한 기업의 전략을 풀어놓는다. 유튜브에서 인기를 끄는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가 등장한 배경, 시니어 세대의 부활을 이만큼 짚어준 책도 없다.
글 이호재 동아일보 기자 | 사진 제공 미래의 창, 비즈니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