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축제 당시 스카이 텐트의 이동 모습

2020년 코로나19 속 서커스 축제

2021년 7월 12일 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다. 그러나 코로나19의 기세는 꺾일 줄 모른다. 필자는 오늘도 어김없이 사람들로 빽빽한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한 후 제일 먼저 ‘오늘의 확진자 수’를 검색한다. 일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많은 활동이 위축됐다.
2020년 절대 다수의 축제가 취소되거나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해 운영됐다.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야 하는 예술가는 현장성이 다소 흐릿해지더라도 스크린 너머로나마 관객을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올해도 많은 가을 축제가 취소나 연기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서커스 축제 <서커스 캬바레>와 서커스 시즌 프로그램 <서커스 캬라반> 또한 그 고민을 피해 갈 수 없었다. 그럼에도 2020년과 동일하게 드라이브인 서커스 방식에 공연장에서의 공연을 결합한 형태로 진행한다. <서커스 캬바레>는 2018년 시작해 국내 처음 선보이는 해외 작품과 국내 서커스 단체의 신작 위주로 구성하되 관객이 서커스를 경험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전시 등을 포함하는 국내 유일한 서커스 축제다. <서커스 캬라반>은 일반 축제와 달리 체험 프로그램·전시 등이 빠진 공연 중심의 행사로 하루에 4편 내외의 중소 규모 서커스를 공연한다. 2020년 ‘비접촉 대면’ 형태의 ‘드라이브 인 서커스’ 방식을 개발해 운영했는데 관객이 차량에 탑승한 채로 예술가의 공연을 관람 (대면)해 관객 간 접촉을 제한했다. 또한 회차당 2편을 편성하고 빠른 무대전환을 위해 이동식 무대와 크레인에 달린 서커스 텐트(‘프로젝트 날다’에서 제작한 서커스 텐트 모양을 한 무대 구조물)를 교차하는 방식을 취했다. 2020년 9월 18일부터 10월 11일까지 매주 금·토·일 요일 총 12회를 진행하는 동안 사전 예약 티켓은 1분 만에 모두 매진됐고, 전 공연 무료임에도 노쇼^{no-show, 예약을 했지만 취소 연락 없이 예약 장소에 나타나지 않는 손님}는 10% 내외였다. 대부분의 관객이 “이렇게라도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란 관람평을 쓴 것을 보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얼마나 공연 관람에 목말랐는지 알 수 있었다.
물론 ‘드라이브 인 서커스’ 방식이 좋지만은 않았다. 차량과 무대의 거리가 멀어 각도에 따라 관람 시 시야 방해가 있었고, 공연자는 자동차 앞유리와 마스크로 인해 관객의 표정(반응)을 볼 수 없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제한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코로나19로 ‘언택트’가 돼버린 일상에서 대면 축제를 운영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음은 분명하다.

2021 <서커스 캬바레> & <서커스 캬라반> 메인 포스터

그럼에도 우리는 축제 개최를 모색한다

그로부터 1년이 흘러 다시금 축제 개최 시기가 돌아왔지만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한다. 6월만 해도 가을에는 일상으로 복귀할 것 같다고 떠들썩했기에 예전 축제 운영 방식으로 계획했으나, 7월부터 확진자 수가 급증하며 8월 이 글을 쓰는 시점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별 운영 계획을 끊임없이 세우고 업데이트하며 어떻게든 축제를 운영하기 위한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단계별로 사용 가능 한 공연 장소가 달라지고, 이는 관람 방법, 작품 선정 및 배치 등 축제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하루에도 수차례 회의하며 사안별 가능 여부를 점검한다. 축제를 구성하는 주축 중 하나인 예술가(단체) 역시 혼란한 상황에서 많이 지쳤음에도 최선을 다해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와중에 프랑스 서커스 단체 ‘갈라피아 서커스^{Galapiat Cirque}’와 ‘데프락 토^{Cie Defracto}’는 백신접종 완료 및 2주간의 자가격리를 감수하며 초청에 응해 축제를 준비하는 모두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렇듯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나아지길 바라며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만큼 2021 서울 서커스 페스티벌 및 시즌 프로그램도 무사히 치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올해 참여작 중 주요 몇 작품만 소개하고 싶다. 해외 참여작 ‘갈라피아 서커스’의 <사람의 기초>는 의자를 이용한 밸런스 기예를 선보이는 작품이다. 닿을 수 없는 높이를 향해 끊임없이 올라가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예술가의 모습을 보여준다. ‘데프락토’의 <크루뜨^Croute>는 다양한 신체 움직임과 예측할 수 없는 몸짓, 어리석은 기교를 즉흥적인 저글링 퍼포먼스를 통해 선보인다. 국내 작품으로는 서울거리 예술창작센터의 상주지원 단체 ‘봉앤줄’의 <스러지다>와 ‘포스’의 <아슬>이 있다. <스러지다>는 서커스 기예인 차이니스폴^{ChinesePole, 곧게 세운 외봉}과 텍스트·오브제·사운드아트를 결합한 작품이다. ‘봉앤줄’의 초기작인 <외봉인생>이 봉을 세우는 과정을 담은 것이라면 이번 작품에는 봉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담았다. <아슬>은 누구나 소망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차이니스폴·시어휠^{CyrWheel, 대형 훌라후프}·아크로바틱·에어리얼 스트랩^{Aerial Strap} 등 다양한 서커스 기예를 보여준다. ‘들꽃체육관’의 <극동아시아땐쓰>는 제1·2차 세계대전 전후로 급격히 개방되기 시작한 동북아시아의 카바레 속 여성의 삶과 몸짓을 에어리얼 후프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밖에도 주방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해프닝을 보여주는 서커스 드라마 <해프닝 쇼 “더 쉐프”>(서커스 디 랩 작), 96년의 역사를 지닌 서커스단의 작품으로 국내의 근대 서커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초인들의 향연>(동춘 서커스 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