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메뉴로 바로가기 본문으로 바로가기
서울문화재단

문화+서울 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검색 창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

문화+서울

  • 지난호 보기
  • 검색창 열기
  • 메뉴 열기

ASSOCIATED

9월호

공유주택 용두동집오다가다 마주하는 정겨운 사람들과 다시 만들어가는 ‘동네’ 이야기
‘사람들이 생활하는 여러 집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사전적 의미는 영 싱겁다. 정겹게 맞이해 주는 누군가, 익숙한 얼굴들, 따뜻한 밥상… 이런 것들이 ‘동네’라는 단어를 이야기할 때 들어가야만 할 것 같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엉뚱하고 따뜻한, 그리고 주변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사람’이 있다.

1 ‘동네책방’의 모습. 동네 주민들이 직접 만든 수공예품이 함께 진열돼 있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이뤄져 있는 ‘용두동집’(동대문구 안암로6길 19)은 ‘주거공간’과 ‘공유공간’이 혼합돼 있는 ‘공유주택’으로, 큰길에서 조금 들어간 곳에 위치해 있다. 정림건축문화재단의 ‘도심 속의 공동체’ 작업의 일환으로 기획돼 2018년 10월 입주를 시작했다. 현재 운영을 도맡고 있는 부동산 개발 및 공급업체 하나살림의 김선규 대표도 이곳에 살고 있는 입주민이다. 3~5층에는 80대 노부부부터 아이들이 있는 가족들까지 꽤 다양한 연령대와 구성의 6가구가 모여 산다. 여기까지만 보면 여느 집합주택과 다를 바 없지만, 지하 1층에서 3층까지 분포돼 있는 공간들이 이곳을 특별하게 만든다.
지하 1층에는 ‘동네극장’이라는 공간이, 지상 1층에는 ‘동네책방’이라는 공간이 지역 주민에게 열려 있다. 그리고 싱크대·식탁·조리 공간이 마련돼 있는 널찍한 2층 공간은 ‘공유주방’으로, 입주자들이 주로 사용하지만 행사가 있을 때는 외부인에게도 오픈되는 ‘세미 퍼블릭’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로 이 공간을 채워가고 있다.

삶의 공간을 공유한다는 것, 내 삶의 일부를 공유한다는 것

각 세대에는 세탁기가 없는 대신, 3층에 마련된 세탁기 3대와 건조기 2대가 놓인 ‘세탁실’에서 세탁을 함께 한다. 세탁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공용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각 가정마다 조그마한 주방은 있지만, 많은 음식을 해야 한다거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왁자지껄하게 식사를 하고 싶을 때는 2층에 있는 공유주방을 이용하면 된다. 혹자는 이런 형태를 ‘불편하다’고 여길 수도 있겠지만 이 공간을 운영하는 김 대표는 ‘개별적으로 나뉜 삶’이 오히려 행복한 삶을 방해한다고 느꼈다. ‘집’ 보다는 ‘덜’ 사적이지만, 내가 편하다고 느끼는 ‘나의 공간’에서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묘미가 아닐까. 그야말로 ‘삶’의 한 조각을 공유하는 셈이다.

운영진과 손님의 경계가 없는 책방과 극장

용두동집을 찾은 날에도 1층 동네책방에서 편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지역 주민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익숙한 일과라는 듯 무심히 음료 한 잔을 시켜 드시는 동네 어르신과 삼삼오오 모여 모임을 갖는 이들, 각자가 가지고 온 책이나 노트북을 이용하는 이들까지. 실제로 ‘매일’ 오는 사람도 많다고 하니 무언가 ‘매력’이 있는 모양이다. 이 공간은 카페로도 운영되는 동시에 격주로 화·목 일주일에 두 번 독서 모임이 열리거나 매주 금요일 뜨개질 등을 배울 수 있는 강좌를 비롯해 연극, 악기 등을 배우는 모임도 진행되고 있다.

2 공연장과 연습 공간으로 활용되는 ‘동네극장’

“처음에는 생협이나 숍인숍(Shop in Shop)을 하자는 의견도 있었죠. 사실 현대사회에서는 동네라는 개념이 없어진 셈인데, 명색이 ‘사랑방’이라면 편하게 앉아서 마실 음료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책이라는 소재가 떠오른 것 같아요.” ‘책’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하나의 좋은 징검다리였다.
신기한 점은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고, 설거지를 하는 이도 월급을 받는 직원이 아니라, 오다가다(?) 단골이 돼 봉사의 개념으로 일하고 있는 이들이라고 하니, 알면 알수록 신기하게 돌아가는 곳이다. 게다가 이곳에서 운영되는 강좌 프로그램도 이곳에 들러서 친해지게 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터놓다가 그들의 재능을 발휘해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김 대표는 지역주민들에게 문화예술 공연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예술인들이 먼저 그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들은 연습실 구하는 것이 큰 이슈인데, 동네극장 공간을 연습실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예술인들의 연습 공간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지하 1층의 동네극장은 작은 무대가 마련된 공간으로, 실제 공연이 열리거나 연습을 할 수 있다. 지난 7월, 이곳에서 열린 <공짜(사람을 이어 공간을 짜다)>는 코로나19로 인해 계속 공연을 올리지 못하던 중, 작년 이곳에서 공연한 두 팀이자, 동네극장 상주단체인 ‘플레이그룹 잼잼’과 연희단 ‘놀플러스’와 함께 기획한 공연이다. 지역 주민들이 예술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면서도 ‘언택트 시대’에 맞춰 용두동집을 7개 공간으로 나눠서 각 공간에 한 명씩 들어가서 체험하는 식으로 극을 보여줬다.

현대인의 삶 속, 레이어 만들기

“현대인의 삶은 조금 단층적인 것 같아요.” 김 대표는 공간을 공유함으로써 하나의 레이어(층)를 만들고 사람들이 만남으로써 그 층을 겹쳐가는 과정을 통해 도심 속 공동체의 가능성을 꿈꾸고 있었다. 이 공간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을 통해서 각양각색의 삶을 직간접적으로 느끼고 그것이 개개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말했다.
2층 공유주방에서 진행한,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인 <밥은 먹고 다니니?>를 기획한 계기도, 청년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고 ‘집밥’이라는 대답이 돌아와서였다고 한다.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는 지금, 고립된 ‘섬’ 같다는 사람들. 그러나 그 속에 이같이 외롭지 않은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글·사진 전은정_객원 기자
위로 가기

문화+서울

서울시 동대문구 청계천로 517
Tel 02-3290-7000
Fax 02-6008-7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