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전에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들이지만 현재 우리는 온라인으로 무용 공연을 하고, 무용 수업을 한다.
온라인 세상에서 만나 소통하고, 교류하며 상생을 도모해야 하는 세상이 오고 있다.
마스크가 없으면 집 밖으로 한 걸음 나가는 것조차 엄두가 나지 않는 세상에 살며 코로나19로 인해 새삼 일상의 소중함을 느끼는 요즘이다. 마스크와 한 몸이 돼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살아나갈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더는 “코로나 블루”만을 외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면 이제는 코로나와 함께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할 때인 것 같다.
예측 불가능한 코로나19 확산 추이와 하반기 코로나19 2차 재확산 및 장기화 우려 등을 고려했을 때, 진행 중인 사업의 무기한 연기 또는 취소를 반복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재난 상황에 있기 때문에 쉽게 판단하거나 결론 내릴 수는 없지만 현재 처한 상황에서 진행 가능한 일들을 모색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제는 ‘뉴 노멀(New normal)’ ‘언택트(untact)’를 새로운 현실로 받아들여 사회적 거리 두기, 입장 시 체온 검사 및 인원 제한 등 모두를 안전하게 지키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프로그램을 재편해 기획하고 운영해야 하는 시기다. 위기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다양한 아이디어로 유연성을 발휘한 예술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위드(with) 코로나를 맞이하는 무용계는 다른 예술 장르의 현장과는 같은 듯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무용은 안무를 만들어야 하고, 공동으로 연습해야 하고, 공연을 함께 올려야 한다. 그리고 그 공연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 교감해야 한다. 갑자기 공연장 문을 닫아야 했던 코로나19 확산 초기에 연습조차 할 수 없었던 예술가들은 공연 진행이 불가능했다. 관람객들은 세계적인 공연장에서 송출해 주는 무료 공연 영상물들로 ‘안방 1열 관람, 집에서 보는 무용’을 즐겼다면 이제는 그것마저 식상해진 상태다. 실제 관람하는 만큼의 만족감과 공감을 주지는 못한 것이다. 공연의 예술적 효과는 근본적으로 예술가와 관람객이 서로 교감하며 감정을 나누고 공유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서울무용센터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온오프라인으로 유연한 전환이 가능한 프로그램의 다각화를 준비하고 있고, 코로나19로 인해 작업 지속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가들에게 안정적인 창작 환경을 제공하고 프로그램 진행을 지원하는 방식 등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20 서울국제안무워크숍(8.17(월)~8.30(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잇따른 공연 취소와 불확실한 작업 일정으로 안무가들은 프리 프로덕션(pre-production)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럴 때일수록 안무의 고유성을 부각할 수 있는 워크숍 및 프로그램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무용센터는 해외 교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현 시기에 적절한 주제와 담론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기획함으로써 동시대적 감각을 증진하고 창작 역량을 강화해 무용 예술가들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유의미한 주제와 다양한 온오프라인 워크숍 형식을 실험함으로써 새로운 교류 방법과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8월 17일부터 30일까지 14일간 진행하는 <서울국제안무워크숍>은 예년과 달리 온라인 또는 온오프라인 병행 프로그램을 시도하고, 워크숍 참여 인원은 10명 이하로 제한한다. 독일·대만·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참여하는 강사들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자 있는 곳은 다르지만 강사와 참여자 모두 온라인이라는 가상 공간에서 만나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무용계의 여러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들은 한결같이 “사회적 재난으로 인해 연습과 발표를 원활하게 할 수 없는 이럴 때일수록 무용의 본질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입 모아 얘기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우리 일상을 변화시켰듯 우리의 일과 삶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마저 변화시키고 고민하게 하고 있다.
올해 <서울국제안무워크숍>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급속한 변화와 다방면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는 무용계 현장에 필요한 주제와 담론을 다루는 프로그램들로 구성했다. 테크닉보다는 ‘안무’에 집중할 수 있는 예술가를 섭외했고, 프로그램 주제 및 내용에 대한 서울무용센터와 강사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프로그램별 내실 강화에 중점을 두었다. 14일간 진행될 서울국제안무워크숍의 프로그램은 아래 표와 같다.
<서울국제안무워크숍> 외에도 서울무용센터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대부분의 프로그램을 온오프라인으로 병행 진행하고 있다.
2020 서울국제안무워크숍
구분 | 프리 프로덕션에서의 안무 | 프레임 속의 안무 | 부대 프로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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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안무’와 그 ‘고유성’에 대해 탐구하는 안무 워크숍 | 영상 미디어 프레임 속 안무에 대한 고민과 경험을 나누는 댄스필름 워크숍 | 2020년 프로그램 주제와 열린 워크숍과 관련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다양한 형식의 프로그램 |
규모 | 6개 프로그램 | 4개 프로그램 | 2개 프로그램 |
형식 | 온오프라인 워크숍 | 온오프라인 강의 및 실습 | 온오프라인 인터뷰, 피드백 세션 |
참여 강사 |
권령은, 이윤정, 김봉수&양은혜, 뭎(Mu:p)(조형준&손민선), 최은진, Su Wen-Chi | 박홍열, 송주원, 장성학, Elysa Wendi | Gabriele Brandstetter& 손옥주 |
3 레지던시 오픈콜 선정자 (공영선 안무가) 리서치 과정 공유회 <축지법 체조> (2020.6.23(화))
2020 안무렉처시리즈(6~12월, 총 9회 운영)
당초 오프라인으로 5월 시작될 예정이던 <2020년 안무렉처시리즈>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진행 일정이 연기되는 등 난항을 겪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무한정 연기하거나 이미 세팅된 사업을 100% 변경할 수 없어 강연은 온라인 프로그램으로, ‘스코어 워크숍’처럼 대면 워크숍이 불가피한 경우는 10명 이내로 인원을 제한해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안무렉처’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결정했는데, 준비하면서 걱정했던 것보다 막상 진행하고 보니 매회 출석률도 높았고, 오프라인상에서보다 더 활발한 질의 응답이 오가는 등 긍정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0 안무렉처시리즈
회차 | 일자 | 주제 | 강사 | 운영 방식 | 운영 장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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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6.26(금) | 퍼포먼스와 사라짐의 수행 | 양효실 | 온라인 강연 | Zoom Webinar |
2 | 6.30(화) | 비평적 실천으로서의 컨템퍼러리 안무 | 김재리 | ||
3 | 7.21(화) | 스코어 워크숍 | 이민경 | 현장 워크숍 | 서울무용센터 |
4 | 7.22(수) | ||||
5 | 8.25(화) | Feminism and Queering in Choreography | Jeremy Wade | 온라인 강연 | Zoom Webinar |
6 | 9.22(화) | 미술관에서의 안무 | 방혜진 | ||
7 | 10.20(화) | 사회적 안무 | 서동진 | ||
8 | 11.24(화) | 안무가가 주도하는 큐레이션 | 장혜진 | 현장 워크숍 | 서울무용센터 |
9 | 12.8(화) | 피드백 워크숍 | 임지애 | 온라인 워크숍 | Zoom Webinar |
서울무용센터 레지던시 오픈콜
레지던시 오픈콜 선정자의 리서치 과정 공유회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최소한의 인원으로 제한해 전원 마스크를 착용하고 진행했다. 소수 정예로 진행하다 보니 많은 인원으로 진행할 때보다 더 긴밀하게 소통하고 교감하는 분위기가 이루어지는 장점 또한 있었다.
5 서울무용센터 웹진 [춤:in] 4월호 뉴스레터
2019~2020 서울무용센터 해외 안무가 교환 프로그램 ‘Space RED’
해외 안무가 교환 프로그램 결과 공유회 또한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준비하는 동안 무브먼트 리서치(Movement Research) 교환 안무가(최진영)도 2배 이상 부담되고, 무용센터 또한 2배로 힘들었지만 막상 진행하고 나니
영상 아카이빙을 통해 향후 프로그램 홍보와 기록물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 취소·연기 없이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를 잘했다는 뿌듯함이 다가왔다.
전 세계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그 누구도 겪어보지 못했던 순간을 함께 이겨내고 있으며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환경을 받아들이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문화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는 대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국가 간 이동이 제한돼 해외 교류 사업마저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비대면화와 디지털화가 가속화하고 있고,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지혜가 필요한 시기다. 상당 기간 코로나19와 공존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하고, 이에 따른 대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서울무용센터는 웹진 [춤:in]을 통해 코로나19에 대처하고 변화해 가는 무용예술 현장의 이야기를 담아왔다. 처음에는 ‘Cancellation’을 주제로 예술가들이 어떤 일들을 겪고 있고, 어떤 형태의 지원이 있는지 실질적인
도움에 대해 고민했지만,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예술을 지속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예술가들이 고민하고 변화하는 지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더불어 ‘마음 치료를 위한 몸 사용 설명서’와 같은 코로나19와 동행하는 이 시기에 예술과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과 가치에 대해 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앞당겨진 언택트(untact) 환경에서의 문화예술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상황에서 가능한 지점을 찾아가는 것 또한 기획자와 예술가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중세 시대 흑사병 창궐 이후, 르네상스의 찬란한 문이 열렸듯이 예술이 코로나19 이후의 삶에 대해, 그 실체를 감히 가늠할 수 없는 우리네 삶의 방식에 대해 상상력을 발휘해 이끌어나가야 한다. 필자가 이 원고를 통해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재난 상황에서 언제나 힘을 발휘하는 ‘예술의 긍정적인 힘에 대한 믿음’이다.
- 글 정경미_서울무용센터 매니저 사진 서울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