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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노들서가 책 문화 생산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노들섬에 위치한 노들서가는 책을 ‘만드는 마음’, ‘파는 마음’, ‘쓰는 마음’, ‘읽는 마음’이 녹아 있는 공간이다. 1층은 만드는 마음과 파는 마음의 공간으로 책을 판매하는 곳이다. 일반적인 서점이 매대를 장르로 구분한다면, 노들서가의 매대는 18개 내외의 출판사와 동네책방이 하나씩 소유하고 있다. 각 매대는 단순히 책을 진열해놓는 곳이 아니라 스토리텔링형으로, 출판사 고유의 철학과 가치를 드러낸다. 2층은 쓰는 마음과 읽는 마음의 공간으로 집필활동이 가능하며 현재 16명 내외의 작가가 사용하고 있다.

1 노들서가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모습.

책 문화 생산자와 향유자를 연결하다

‘책 문화 생산자’는 책을 기획하는 사람, 책의 내용으로 들어갈 재료(텍스트, 사진, 그림)를 만들고 가공하는 사람, 그리고 이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게 보다 많은 ‘책 문화 향유자’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사람(책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 행사와 활동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작가의 혼이 담긴 작품을 책의 재료 따위로 치부한 것만 같아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만, 그들의 작품이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잘 표현되어 대중과 만나왔던 오랜 시간을 생각해보면 이런 관점이 마냥 납득 못할 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래도 누군가는 유쾌하지 않을 게 분명하니 이런 표현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노들서가는 책 문화 생산자의 플랫폼이다. 책 문화 생산자와 향유자를 연결해주는 곳으로 공모를 통해 분기별로 함께할 책 문화 생산자(출판사·동네책방·작가)를 모집하고 있다. 분기별 공모는 순환하는 구조를 만들어 보다 많은 책 문화 생산자가 향유자를 만날 수 있게 한다.
선발된 이들은 1층 매대와 2층 집필실을 사용한다. 1층은 만드는 마음과 파는 마음이 있는 공간으로 지난해 9월 개관 당시부터 12월까지는 ‘처음’을 주제로 한 공모에 선발된 이들이 함께했다. 지난해 12월 방문 당시 각 출판사의 매대에는 출판사의 첫 책, 작가의 첫 순간, 책의 시작 등 처음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책들이 메인도서란에 전시되어 있었다. 새로운 분기가 시작되는 올해 1월부터는 ‘과정’을 주제로 한 공모에서 선발된 이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2층은 집필실로 모두가 사용 가능하다. 다만, 공모를 통해 선발된 작가의 공간(레지던시는 아니다.)과 일반인의 공간은 구분된다.
집필실을 사용하는 작가는 사용료 대신 글세를 낸다. 매달 한 편의 글을 노들서가에 송고하는 것으로, 송고된 글은 2층 한쪽에 있는 전시공간에 전시된다. 일반인은 한 장의 종이에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으며 그들의 흔적 역시 전시공간에 전시된다. 또 기부받은 도서가 진열되어 있어 언제든 자유롭게 읽을 수도 있다.
1, 2층의 출판사와 동네책방, 작가들은 종종 노들서가 운영진과 협력하여 책과 관련한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출판사의 성격이 묻어나고 대중의 취향을 고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북토크·북콘서트·시낭송·책 만드는 워크숍·전시 등으로 만드는 것이다. 때론 음악 콘서트도 열리는데 음악 콘서트는 조금 뜬금없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주제와 표현 주체가 책이라는 공통점이 있기에 어색하진 않다.

2 노들서가 1층 동네책방 매대와 출판사 매대.
3 노들서가 집필실 작가가 진행하는 글쓰기 강연(고수리 작가 ‘오늘만 쓰기’).

출판 생태계의 시각화

1층 매대가 인상적인 이유는 책 문화 생산자를 큐레이션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 문화 생산자는 매대를 통해 자신을 직접 큐레이션하는데, 이는 노들서가 운영진의 공간 기획 의도가 가장 많이 녹아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누구나 알 만한 출판사부터 독립출판사와 작은 동네책방에 이르기까지. 취향과 대중성, 소형과 대형, 주류 장르와 비주류 장르를 한데 아우른 적절한 균형은 익숙한 것과 익숙하지 않은 것의 조화를 만든다. 이는 요즘 출판 생태계의 현실이자 지향점이며, 그래서인지 1층을 둘러보면 출판 생태계란 추상적 개념이 시각적으로 잘 표현됐다는 느낌이 든다.
책 문화를 만드는 생산자가 직접 뛰어들어 책 문화 향유자와 잠재적 책 문화 향유자를 위해 공간을 만들어가는 형태는 꽤 신선하다. 물론 책을 주제로 한 축제에서 이런 형태의 매대를 팝업 스토어로 종종 보아 낯설지는 않지만, 주류 출판사와 비주류 출판사로 구분되고, 지속성이 없다 보니 딱히 기대효과는 없었을 것이다. (단순히 출판사를 한 번 더 노출해 홍보하는 역할 정도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런 형태의 매대를 가진 책방이 생겨나 좀 더 많은 책 문화 향유자를 만들어 책 문화 생산자에게 도움이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이런 공간은 계속해서 활성화되어야 하며, 좀 더 많은 사람의 이목을 집중할 수 있게 다양한 무언가가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 구매로도 이어져야 하며, 이는 곧 책 문화 진흥과도 연결될 것이다.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노들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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