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대문구 연희맛로 2-3 B1에 위치한 연희예술극장의 입구.
2 전시 <2019 Becoming a Collector 연희동 아트페어>. 카페 보스토크×스페이스 공공연희 주최, 연희예술극장, 아터테인 참여.(2019년 10월 11일~20일)
연희동에서 만난 예술공간
연희동을 온전히 느끼고 싶다면 대로와 신호등을 벗어나 골목을 누벼야 한다.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면 문화와 예술을 키워드로 운영되는 공간이 제법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연희예술극장’도 그런 공간들 중 하나다. 복합문화공간인 연희예술극장은 프랑스의 살롱 문화를 모티브로 한 카페 테아트르 형태의 공간으로, 자체 기획 콘텐츠와 공간 대관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있다. 예술 콘텐츠의 공급자 역할뿐만 아니라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매개자 역할도 하는 것이다. 주변 공간들과 협업해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공간을 방문한 10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모한 <작가 미술장터 개설 지원 사업>의 선정 사업인 <2019 Becoming a Collector 연희동 아트페어>가 진행 중이었다.
2017년부터 시작된 행사로, 올해는 카페 보스토크×스페이스 공공연희, 연희예술극장, 아터테인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연희예술극장의 전시도 행사 프로그램의 일환이었다. 취지는 작품 구매에 익숙하지 않은 초보 컬렉터들에게 자신의 취향을 알아가고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연습 기회를 주는 것. 신진 작가들에게는 미래의 컬렉터를 만나게 해주는 것이었다. 전시된 작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에 스티커를 붙이면 자신이 구매한 음료 금액의 10%가 작가에게 후원되는 시스템이었다.
11월에 진행될 행사로는 극단 51퍼센트의 <제목없는 연극>과 서울문화재단 잠실창작스튜디오의 2019 서울형 장애 아동·청소년 예술교육사업 결과 공유회 <다가감>이 있다. 중순에는 308아트크루×백진주의 <無와 Beautiful> 공연이, 월말에는 서울청년예술단×연희문학창작촌의 <시민문학희곡쓰기-나, 반려동물, 우리> 낭독공연이 진행된다.
3 플라멩코 공연 <사막혼례>. 연희예술극장×이혜정 공동 기획 공연.(2019년 9월 22일)
4 공연 <춘향전 VOL.1: Spring Is Coming>. 극단 이방인×연희예술극장 기획 공연.(2019년 1월 20일~2월 2일)
변주 가능한 공간
연희예술극장의 운영진은 극단 이방인의 단원들이다. 연극과 연출을 전공한 이들로 관객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간 명칭에 극장이란 단어가 들어가 주된 콘텐츠가 연극공연이란 생각도 들지만 딱히 그렇진 않다. 공연·전시·밴드공연·촬영·포럼·파티 등 모든 것이 가능하며, 행사의 성격에 따라 구조도 변경할 수 있다. 극장이란 말을 쓴 건 근본은 극장에 있지만 극장의 고전적 이미지를 탈피해 새롭게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운영진의 의도를 담은 것이다. 공간은 행사에 참여하는 관객들에게 “피곤하면 나갔다오세요”, “음료 드시면서 보세요”, “휴대폰 자유롭게 사용하세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한다. 대관을 할 때도 행사 주최 측에 이러한 공간의 성격을 알려주며 협조를 부탁한다.
일례로, 올해 초 진행된 연희예술극장의 자체 기획 공연인 <춘향전 VOL.1: Spring Is Coming>을 들 수 있다. 이 공연은 무엇보다 그들의 지향점을 잘 보여준 공연이었다. 800여 명의 관객들이 다녀간 공연에서 관객들은 다섯 개의 무대로 나눠진 공간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공연을 함께했다. ‘본다’가 아닌 ‘함께한다’가 중요한데, 관객들은 무대 안으로 들어가 춘향이가 탄 그네를 밀기도 하고 무대 안의 전시물이 되기도 했다. 관객이 공연의 일부로 녹아든 것이다.
공연 중 맥주를 마시며 사람들과 이야기할 수 있었고 오퍼석에서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가능했다. ‘연극의 틀을 탈피하려는 HAPPENING THEATER’란 수식어가 붙은 공연은 통상적인 연극 형식을 파괴했다. ‘HAPPENING’과 함께 표현을 극대화한 연출은 화려했고 전시관을 방불케 하는 미술적 형태의 무대와 국악과 섞인 현대적 음악, 패션쇼에서나 볼 법한 배우들의 의상에서도 드러났다. 공연 직후 매번 콘셉트를 바꿔 진행된 애프터파티도 있었는데, 연극이 어려운 문화가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라는 공연의 평과 그 결을 같이하는 자리였다.
전통적인 프로시니엄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을 연극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앞서 말한 <춘향전 VOL.1: Spring Is Coming>과 같은 공연의 연출 방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해석과 평가는 개인의 취향이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파격적 시도가 우리의 선택지를 넓혀 주었다는 것이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 글 전주호_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사진 제공 연희예술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