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6회 서울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 폐막공연 모습과 지휘자 윌슨 응.
이번 축제를 위해 5월과 6월, 시민을 대상으로 3회의 공청회를 개최했다. 생활예술인들과 축제의 방향을 설계하고 공유하는 장이었다. 6월과 7월에는 참가 단체를 모집했다. 영상과 인터뷰 심의를 통해 축제를 꾸밀 30개 아마추어 단체들을 선발했다. 서울시교육청의 협조로 9개의 학생 오케스트라와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도 함께해 더욱 풍성한 장을 만들었고, 참가자들의 연령층에 ‘젊음’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생활예술 꿈나무들의 특별공연
9월 2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폐막공연은 특별한 순간이었다. 74년의 역사를 지닌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과 생활예술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폐막공연을 위해 서울시향 단원들은 시민 연주자들에게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주인공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서울시 초·중·고생으로 구성된 서울학생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신은혜 수원시립교향악단 부지휘자의 지휘로 특별공연을 선보였다. 차이콥스키 백조의 호수 모음곡 중 ‘왈츠’, 베토벤 교향곡 5번과 같은 명곡을 선보인 후 5명의 트럼펫 협연자와 함께 <나팔수의 휴일>을 연주했다. 그들 중에 한국의 음악계를 이끌 리더가, 혹은 몇 십 년 뒤 생활예술오케스트라의 단원으로 활동할 이들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한 명 한 명에게 눈길이 갔다. 특히 <나팔수의 휴일>에서 호흡을 맞춘 미래의 다섯 트럼페터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연주를 들려주었다.
2 제6회 서울생활예술오케스트라축제 폐막공연 모습과 지휘자 윌슨 응.
3 지난 9월 7일, 폐막공연을 위해 서울시립교향악단이 시민 대상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다.
이 순간만은 모두가 음악가!
전문 연주자와 시민 연주자가 함께한 이번 무대의 공연 포스터와 프로그램북은 이들의 존재를 ‘서울시향+생활예술오케스트라’라고 소개했다. 계산할 때 우리는 보통 ‘+’를 누르고 ‘=’가 내놓을 결과를 기대하곤 하는데, 이번 공연 역시 그러한 기대감과 자세로 관람할 수 있었다.
지휘는 올해부터 서울시향 부지휘자로 활동 중인 윌슨 응이 맡았다. 그는 2014년 홍콩에 기반을 둔 오케스트라 아카데미인 구스타프 말러 오케스트라(GMO)를 창단하여 예술감독과 상임지휘자를 겸하고 있으며, 서울시 곳곳에서 진행되는 강변음악회, 교육공연 등을 책임지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세계로부터>라는 부제로 잘 알려진 드보르작 교향곡 9번의 4악장,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1번을 지휘했다.
악기별로 한두 명의 서울시향 단원들이 함께했다. 전문 연주자인 단원들이 소수로 참여함으로써 연주에 참여하는 시민 연주자들의 자율성과 참여성, 의지가 높아진다고 생각하니 이 연주의 진정한 주인은 시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각 악기들의 독주 부분이 많은 <신세계로부터>에선 연주자들의 실력과 노력의 땀방울이 빛났고, 조화로운 합주로 위풍당당한 선율을 뽑아내야 하는 <위풍당당 행진곡>에선 합심하여 빚은 지난 시간과 하나 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윌슨 응 지휘자도 영상 인터뷰를 통해 “생활예술오케스트라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깨닫고 배울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또 “전문 연주자는 아니지만, 전문 연주자들이 놓치고 있는 무언가를 알고 있고 음악에 대한 사랑과 열정도 대단하다”며 이번 무대의 의미와 의의를 밝혔다.
이번 폐막공연을 위해 박정규가 특별히 작곡한 <아리랑 연곡>이 마지막 곡으로 연주됐다. 본조아리랑,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을 토대로 동서양의 악기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작곡된 곡이다. 두 오케스트라의 단원들 외에도 이번 축제에 참가한 단체에서 하모니카, 만돌린, 가야금 등을 담당하는 단원들이 함께해 무대를 가득 채웠다. 해금이 시작한 아리랑 가락을 바이올린이 응답하고, 피리와 서양 관악기가 합창하듯 가락을 들려주었다.
영상 인터뷰에서 한 남학생은 “생활예술이란 ‘자신감’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고의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에서 연주할 수 있다는 게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만의 공간이라 생각되던 세종문화회관이 시민의 참여와 환호로 후끈 달아오른 일요일 밤이었다. 돌아가는 길, 평소보다 세종문화회관의 문턱이 낮아 보였다.
- 글 송현민_음악평론가
사진 서울문화재단, 손홍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