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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호

‘엉뚱한 사진관 for 대학로’ 프로젝트 결과전시 <6470展> 당신에게 6,470원은 어떤 의미인가요?
2017년 현재,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은 6,470원이다. “나에게 6,470원이란?” 조금은 엉뚱한, 다소 도발적이기까지 한 질문으로 전시가 시작됐다. 우리들에게 6,470원은 어떤 의미일까? 전시 기간 동안 수많은 청춘들과 6,470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누군가에겐 너무나 힘겹고 무거운, 누군가에겐 미래를 위한 희망인,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일상적 가치인 6,470원. 지금 2017년을 살아가고 있는 ‘6470 청춘들’의 목소리를 전한다.

공간, 공감 관련 이미지1 대한민국의 최저임금 6,470원을 의미하는 전시명.
2 매주 주말에 열린 팝업사진관에서는 각자가 생각하는 6,470원의 가치와 의미를 나누었다.
3 각자 느끼는 6,470원의 가치를 사진으로 표현한 <나에게 6470원이란?>.
4 청춘과 시간을 최저임금으로 맞바꾸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6470 >.

대학로를 찾아온 ‘엉뚱한 사진관’, 그들이 6,470원에 주목한 이유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2016, 서울문화재단)에 따르면, 일반 시민 중 청년층의 문화예술관람 횟수는 연평균 20.94회로 전 연령 중 가장 많다. 이보다 앞선 <대학로 연극 실태조사>(2013, 서울연극센터)에서도 대학로를 찾는 관객 중 2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들이 대학로 방문 시 공연, 식사, 음료, 교통 등으로 지출하는 평균 금액이 약 3만 2,000원이다. 하지만 청년들은 이후 나이가 들어갈수록 문화예술과 멀어진다. 지속적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 문제 때문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아티스트 105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대학로를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 문화예술에 가장 관심이 많은 사람들. 하지만 6470이라는 숫자로 노동의 가치를 환산당한 그들. 청춘에게 노동과 돈은 어떤 의미일까?

지푸라기, 애증, 숙명, 밥벌이 또는 원동력, 독립

지난 10월 초, 사전 모집을 통해 ‘6470사진관’에 참여할 시민들이 모였다. 신청자가 없을까봐 걱정했던 것과 달리 57명이 지원했다. 지원자는 20~30대가 주를 이루었지만, 56세의 주부도 있었다. 대학생, 파견직 회사원, 배우, 독립기획자, 주부 등 19명이 최종 모델로 선정되었다. 10월 14~15일 이틀에 걸쳐 인터뷰와 사진 촬영이 진행되었고, 다큐멘터리, 화보 사진, 정물 사진 등으로 작품을 제작했다.
다큐멘터리 <6470 >은 자신의 인생 중 일부를 최저임금과 맞바꾸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영상은 개인마다 다른 목적을 가지고 청춘과 시간을 최저임금으로 맞바꾸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정물 사진 <6470/N>은 노동을 통해 구매한 물건을 시급으로 나눈 작품이다. 10만 원짜리 운동화를 사기 위해 최소 15시간을 일해야 하는 모순적인 현실을 사진에 담았다. 사진 속 물건들은 인터뷰 참가자들이 노동을 통해 구매한 소중한 물건이다. 화보 사진 <나에게 6470원이란?>은 본인이 생각하는 최저임금의 가치를 담았다. 1시간의 노동에 대한 가치가 늘 타인에 의해 정의된 점에 주목하여 본인이 느끼는 6,470원의 가치를 사진으로 표현했다. “열심히 일을 해서 그만큼으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다. ‘저것밖에 안 줘? 그럼 안 해!’ 이렇게 할 수 없는 문제니까…”라는 절실함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면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사고 싶은 것도 사면서 취업 준비를 할 수 있어 좋다. 내 행동에 독립심이 부여되는 느낌이다”라는 희망의 목소리까지, 인터뷰에 참여한 이들은 노동의 목적도, 각자 생각하는 6,470원의 가치도 서로 달랐다.

수많은 6470의 목소리를 듣다

11월 12일까지 열린 <6470展>은 상설 전시와 기획 전시로 나뉘어 진행됐다. 서울연극센터 1층에서 열린 상설 전시는 기존에 운영되던 마음약방 2호점 청년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작지만 따뜻한 울림을 주었다. <아이러니>, <밥벌이>, <나를 가두는 틀> 등 3점의 화보 사진 외에 아르바이트를 통해 구매한 물건들을 담은 정물 사진 위주로 작품을 배치하여 노동의 무게감보다는 가치로 환산되는 6,470원의 이미지에 중점을 뒀다.
1층 공간을 지나 2층 기획 전시실로 이동하다 보면 드라마틱한 공간을 만나게 된다.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 수전노 등 고전희곡에서 발췌한 노동 관련 대사들은 2017년에도 익숙하다. 붉게 이어진 계단 끝의 기획 전시실에서는 더욱 다양한 6470의 목소리를 만날 수 있다. 일렬로 나열된 6470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마음 아파한다. 매주 주말에 열린 팝업사진관에서는 현장에서 스스로가 생각하는 6,470원의 가치와 의미를 나누었다. ‘엄빠 미안’, ‘자괴감’, ‘회사 저녁 식대’, ‘과정’, ‘버거킹’, ‘희망 고문’, ‘PC방 6시간’, ‘위너 신곡을 위한 멜론 스트리밍’ 등 수많은 6,470원에 대한 이야기가 벽면을 장식했다. 하나씩 늘어나는 사진을 보며 6,470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넨다. 나에게 6,470원은 ‘다음 세대에게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은 것. 열정페이 말고 이젠 정당한 가치를 주세요’이다.
3개월간 이어진 ‘6470사진관’ 프로젝트를 통해 참여자 모두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어차피 처음부터 정답은 없었던 질문이었다. 하지만 함께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2017년의 ‘엉뚱한 사진관’은 이렇게 문을 닫지만, 2018년에는 또 다른 엉뚱함으로 더 큰 울림을 주길 기대해본다.

글 김윤경_ 서울연극센터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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