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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0월호

코로나19에 대항하는 ‘예술 백신’
회복과 치유를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사이 멀어진 것은 나와 당신의 공간적 거리만이 아니다.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던 정서적 공감도, 공연장과 전시장을 거닐며 느끼던 예술적 감흥도 사라졌다. 여전히 거리를 둬야 하는 상황에서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치유하기 위해 예술의 힘이 필요하다. 사연을 접수해 꼭 맞는 문화예술 선물을 준비하는 <문화로 토닥토닥>, 치열하게 싸우는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예술적 감동을 선사하는 <힘나는 예술여행>, 예술가들이 직접 건네는 위로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 <문학에 물들다>, 한결 적극적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예술 치유 프로그램 <내속도로 워크숍> <예술×힐링 아지트>,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문 앞의 예술놀이>까지. 이제는 감염 예방이 아니라, 코로나19를 받아들이는 동시에 예술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힘나는 예술여행>으로 병원에 설치된 미디어아트 작품을 감상하는 모습

단순히 신체만 아니라 우리의 삶을 강타한 질병, 진정되는가 싶더니 다시 확산하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때문에 일상마저 돌아보게 되는 요즘이다. 잠깐의 예방 조치일 줄 알았던 ‘사회적 거리 두기’는 몇 달 사이 당연히 준수해야 하는 감염병 예방 기본 원칙이 되었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던가. 나뿐만 아니라 가족과 이웃, 그리고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해 조금씩 양보하고 미뤘던 것들이 무색하게도 여전히 우리의 일상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노력하고 있지만 쉽게 좋아지지 않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좌절과 무기력감마저 몰려오는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예술의 힘과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비록 공연장과 미술관에 가기 힘들어졌지만, 예술이 그곳에만 있는 것은 아니니.

지친 마음에 예술을 <문화로 토닥토닥>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코로나19와 동행하는 시기의 공연예술은 너나 할 것 없이 영상 형태로 유통됐다. 그러나 영상이라는 매체가 가진 수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공연예술이 갖는 현장성의 매력은 부족했다. 코로나 사태 초기, 사람들은 손쉽게 클릭만으로 볼 수 있는 공연에 열광했지만 그것은 오히려 객석에 앉아 실황 무대를 보고 싶다는 갈망만 더해줬다.

1 <문화로 토닥토닥>에 동참한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무대

서울시가 8월부터 준비한 시민 응원 프로젝트 <문화로 토닥토닥>은 온라인 콘텐츠이지만, 핵심은 ‘찾아가는 공연’에 있다. 사연을 온라인으로 접수해 선정된 주인공에게 공연을 선물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로부터의 안전을 고려해 사연의 주인공과 공연자를 포함해 10명 이내로 제한한 ‘1 대 1 소규모 공연’과 화상회의 플랫폼을 활용한 ‘랜선 콘서트’로 진행된다.
8월 6일부터 31일까지 57건의 사연이 접수됐고, 30명의 이야기가 채택됐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 학교에 가지 못해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청소년, 집 안에서만 시간을 보내느라 답답함을 호소하는 어르신 등…그중 위암 투병 중인 어머니를 위해 공연을 선물하고 싶다는 사연이 <문화로 토닥토닥> 1호 공연으로 선정됐다.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얼마 전에 위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되었지만 어머니께서 병마와 싸우실 생각을 하면 마음이 아프고, 효도 한번 못 해드려 죄송한 마음입니다. 그동안 가정을 위해 살아오신 어머니께 이제는 인생을 즐기시라고 공연을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에 지난 9월 13일, 뮤지컬 배우 김소현·손준호 부부의 무대가 펼쳐졌다. 평소 성악과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사연 주인공의 이야기를 토대로 서울시가 공연 프로그램을 제안했고, 사연을 전달받은 배우들도 흔쾌히 동참하기로 한 것. <문화로 토닥토닥> 첫 공연이 열린 날, 사연 속 가족과 뮤지컬 배우가 만나 감동의 무대가 펼쳐졌다. ‘1 대 1 소규모 공연’은 오는 12월까지 이어지며, <문화로 토닥토닥> 웹사이트(cultureseoul.co.kr)를 통해 사연을 받고 있다.
한 주 뒤인 9월 19일, ‘랜선 콘서트’도 시작을 알렸다. 사연이 채택된 6명의 주인공과 예술가가 화상회의 플랫폼을 통해 소통하며 공연을 펼쳤다. 일반 시민들도 유튜브와 네이버TV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올초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서울365거리공연단’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며, 서울시예술단·서울시립교향악단과 서울 대표 비보이 등 단체들도 힘을 보탤 예정이다. 특히 서울시향은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로 단원 33명이 자신의 집에서 연주해 스트라빈스키 ‘풀치넬라’ 모음곡을 완성한다. 몸은 거리를 두고 떨어져 있으나 마음으로 모은 하나의 선율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일정과 프로그램은 <문화로 토닥토닥> 소셜 미디어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며 안전하게 집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가 공개된다. DIY 키트와 온라인 강의를 이용해 취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돈의문박물관마을과 남산골한옥마을에서 다식·목공 램프·석고 방향제 만들기 등 ‘온라인 체험 공방’을 연다. 악기를 갖고 있다면 생활음악 강좌, 아이가 있다면 예술놀이 콘텐츠를 즐겨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으로 박물관·미술관도, 공연장도 가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이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서울문화포털 culture.seoul.go.kr
<문화로 토닥토닥> 유튜브 youtube.com/c/culturetodaktodak
<문화로 토닥토닥> 네이버TV tv.naver.com/culturetodaktodak
‘문화본부’ 인스타그램 instagram.com/seoulcity_culture
‘문화본부’ 페이스북 facebook.com/culture.seoul.go.kr
의료진과 환자 모두에게 <힘나는 예술여행>

전국 방방곡곡 문화 향유 소외 계층을 찾아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나는 예술여행>이 올해는 의료진을 위한 <힘나는 예술여행>으로 변경, 전국 감염병 전담병원을 찾아간다. 모두가 어려운 시기이지만 감염 위험과 치료 양쪽에서 사투를 벌여야 하는 의료진이야말로 가장 힘든 이들이 아닐까.
지난 4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고 지원하기 위해 헌신하는 의료진과 방역 관계자를 위해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힘나는 예술여행>은 5월과 6월 두 달간 매주 수요일, 비대면 원거리 방식으로 감염병 전담병원을 찾아 야외 공연을 열었다. 시각예술 단체 노드트리와 올댓큐레이팅은 병원 내 대형 조형물을 설치해 온 국민이 코로나19를 이겨내고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소망을 전달했다.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연구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단백질 구조를 분석해 악보로 변환한 음악을 전시에 사용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8월과 9월에는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고민해 미디어아트 전시를 진행했다. 최장 15m 길이에 달하는 대형 작품을 병원에 설치해 오가는 의료진과 환자 모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광주 빛고을전남대병원과 서울의료원·부산의료원·대구의료원 등 9개 병원에서 펼쳐졌다.
전시를 위해 미디어 콘텐츠 제작 그룹 디스트릭트(d’strict)와 미디어아티스트 이이남이 후원에 뜻을 모았다. 최근 SM타운 코엑스 아티움에 설치한 작품 <WAVE>로 뜨거운 주목을 받은 디스트릭트는 넥센타이어의 사용권 후원으로 의료진의 도전과 협력 정신을 닮은 작품 7편, 이이남은 ‘다시 태어나는 빛-19’라는 주제로 동·서양을 대표하는 회화 작품을 특유의 상상력으로 재해석한 6편을 선보였다. 눈앞에서 생생하게 부서지는 파도, 살아 움직이는 듯한 명화의 필치가 지친 일상에 산뜻한 기운과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보는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다. 병원이 방문하기 두려운 곳이 아니라 의료적 치료는 물론 예술로 마음까지 치유되는 공간이기를 바라는 노력이 깃들어 있다.

2 <힘나는 예술여행>의 일환으로 서울의료원에 설치된 d’strict의 작품 <트리>

글과 그림으로 남은 ‘코로나 시대’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 <문학에 물들다>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지금, 예술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은 장기화하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7월과 8월 매주 월·수·금요일, 경기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지지씨(ggc)’에 예술가 17명이 바라본 다양한 시선이 공개됐다. 시인 박준, 화가 김정헌, 디자이너 안상수, 사진작가 김도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은 ‘지지씨’를 통해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문화예술계의 상황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희망이 있다고 외치기보다는 현 상황을 직시하고 그것을 가장 예술적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 이들이 ‘위드(with)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이다. <예술가의 코로나 처방전>으로 발표된 에세이·칼럼·그림·타이포그래피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를 통해 바이러스의 흔적을 지우고 치유의 길을 모색해 본다. 시인 박준은 지금의 상황을 ‘혼밥’에 비유해 아주 평범한 인사였던 “밥 한번 먹자”를 쉽게 외칠 수 있는 때로 돌아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또 그림책 작가 이억배는 <Corona19 new world>라는 작품을 통해 코로나19와 함께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았다. 자연과 인간, 평등과 불평등, 자유와 책임, 절망과 희망의 대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연희문학창작촌은 코로나19로 위축된 문학계를 지원하고 희망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10월 캠페인을 펼친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서울국제작가축제에 참여한 국내 작가들과 함께하는 <문학에 물들다>는 라디오방송에서 작가 개인과 사회가 만나도록 주선한다. 10월 5일부터 12월 11일까지, 평일 오전 9~10시 tbs FM(95.1MHz)을 통해 방송되는 <김규리의 퐁당퐁당>과 함께하는 문학 캠페인에 한 사람씩 출연, 자신의 작품을 낭송하고 메시지를 전달한다. 작가들이 지금 이 시기에 건네는 이야기는 어떤 내용, 어떤 느낌일까. 더불어 매주 하루씩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작가와 청자가 만나는 시간도 마련된다. 매일 아침, 늘푸른나무처럼 문학과 함께 아침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한편 김안·김엄지·손보미·임성순·최지인 등 젊은 작가 13명이 최근 힘을 모아 출간한 에세이집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줘》는 유례없는 낯선 현실을 살아가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담은 책이다. 1980년대 문인들의 눈으로 본 현재는 어떤 모습일까. 글을 쓸 때의 치밀한 시선으로 사회를 관찰하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위로를 건넨다. 얼굴과 얼굴이 아닌 전자기기와 대면하는 회의 방식,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하는 근무, 머무를 수 없는 카페 등 감염병의 위험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현실. 가족과 친구, 이웃의 소중함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미래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제목 그대로 ‘사진을 많이 찍고’ ‘이름을 많이 불러’줄 것을, 작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코로나19의 존재를 모르던 이전의 시대로 돌아갈 수 없기에, 상처받고 우울을 경험하는 우리 마음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예술가들이 기록한 오늘은 후세대에 또 다른 예술로 남게 될 테니.

경기문화예술 온라인 콘텐츠 플랫폼 ‘지지씨’ ggc.ggcf.kr
서울국제작가축제 siwf.or.kr

3 2019 시민청 <내속도로 워크숍>

내 마음, 들여다보고 어루만지기 <내속도로 워크숍> <예술×힐링 아지트>
어떤 콘텐츠로도 굳어진 마음이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다면, 좀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어떨까. 시민청은 ‘일상을 위한 일탈’을 주제로 감정 회복을 위한 <내속도로 워크숍>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갇혀버린 일상을 살아가는 개인의 감정을 조명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공유하며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기를 시도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답답함과 침울함을 느꼈다면 워크숍을 통해 마음 치유에 나서보자. 지난해부터 시도된 이 워크숍은 타인과 나를 비교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로 가상의 빌리지를 세우는 과정을 통해 사회에서 마주하는 좌절로부터 내 마음을 단단하게 가꾸도록 도왔다.
올해는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으로 진행되지만, 비대면의 특성을 살려 참여자들과 운영진이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안점을 뒀다. 사흘간 매일 세 시간씩 진행되는 워크숍을 통해 ‘무인도’로 비유한 현재 상황에서 겪는 개인의 감정을 조명한 뒤, 그러한 마음을 서로 공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치유를 시도한다. 워크숍 키트와 익명성이 보장된 자체 웹사이트를 활용하고 싱어송라이터 쓰다의 공연과 연극배우 백한나에게 배워보는 호흡법 등 같은 공간에서 모일 수 없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전문적인 예술 치유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 구실을 하고 있는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는 기획 프로그램 <예술×힐링 아지트>를 선보인다. 성북구 종암동에 위치한 서울예술치유허브에서 지난해 상설로 진행하던 프로그램을 코로나19 상황에 맞게 재설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도 가지 못하고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놀기도 어려워 성인보다 답답함을 더 느끼는, 심지어는 우울감을 겪기도 하는 초등학교 4~6학년생을 대상으로 한다. 아이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예술×힐링 아지트> 프로그램은 우리동네 키움센터와 연계해 참여 희망자를 모집하며, 10월과 11월 매주 토요일에 운영된다.
예술도 배달됩니다 <문 앞의 예술놀이>
어린이와 청소년의 예술적 놀 권리를 위해 개소한 서서울예술교육센터 역시 현 상황으로 인해 기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지 못하게 됐다.
하지만 마음 놓고 외출하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예술적 놀 권리마저 빼앗을 순 없는 법. 예술교육가(TA)들이 머리를 맞대고 비대면 프로그램을 연구·개발했다.
배송 플랫폼 예술놀이 LAB <문 앞의 예술놀이>는 7개 프로그램 가운데 원하는 것을 선택해 신청하면 예술놀이 키트가 집 앞에 배송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행 방법은 간단하다. 키트에 동봉된 안내에 따라 집 혹은 근처 공간에서 놀이를 진행한 뒤 센터로 반송하면 된다. 그렇게 다시 모인 결과물은 지난 8월 결과 공유 전시회 <택배, 예술이 되다>로 이어졌다. 참여자와 예술가 공동의 창작물을 결산하는, 일종의 ‘결과 공유 전시회’를 운영한 것이다. ‘<문 앞의 예술놀이> 시즌2’는 9월부터 11월까지, 새롭게 정비된 프로그램을 싣고 다시 한번 참여자들의 집 앞으로 찾아간다.

4 서서울예술교육센터 비대면 프로그램 <문 앞의 예술놀이>

글 김태희_무용평론가
사진 제공 서울시, 서울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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