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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6월호

더 가까워야 잘 기억할 텐데
서울에 있는 사회적 참사 추모 공간

다크투어는 마음이 무거워지는 여행이다. 그 장소가, 객관화하기 어려울 만큼 가까운 시점의 사건과 관련 있다면 마음의 무게는 더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아보고 기억해야 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눈부신 경제성장 이면에 쌓인 부정부패와 부실의 결과로 여러 차례 사회적 참사를 겪었다. 안타깝게도 참사와 관련한 장소는 보존돼 있지 않다. 무너진 다리는 이어졌고, 붕괴된 건물 터에는 새 건물이 들어섰으며, 사람과 장소를 모두 집어삼킨 화재 현장은 곧 잊혔다. 대신 서울 곳곳에는 사고와 희생자를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공간들이 있다. 찾아가기 쉽지 않지만 관심 가져야 할 곳들이다.

1 강변북로 북단 서울숲 인근에 자리한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

다리는 말이 없고 추모비는 멀리 있고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 ‘성수대교 사고 희생자 위령비’를 검색했다. 대중교통 경로 안내를 따라 지하철 분당선 서울숲역에서 내려 서울숲 산책로를 20분쯤 걸었다. 그러나 강변북로에 인접한 수도박물관까지 안내된 후 경로는 없었다. 내친김에 조금 더 걸어 서울숲 한강 전망대에 오르니 멀리 성수대교가, 그리고 인근 강변북로 오른쪽에 파란 안내판이 보인다. ‘성수대교 사고희생자 위령비(주차장)’. 위령비가 있는 곳까지 도보로 접근은 거의 불가능하며 자동차를 이용해야 안전하게 진입할 수 있다. 1994년 10월 21일 오전, 인근 학교 학생 8명을 비롯해 3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은 성수대교 붕괴 사고는 개발 광풍 속에 예견된 재난이 대도시 일상의 한가운데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큰 충격을 남겼다. 성수대교 희생자 위령비에는 무학여고 교사로 재직한 변세화 시인의 추모 시가 적혀 있다. “…이 증언의 강 언덕에 오늘 부끄러이 조촐한 돌 하나 세워 비오니 님들의 크신 희생 오랜 날 깨우침 되오리니…” 가까이서 깨우치고 추모하기엔 진입장벽이 높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참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추모 환경의 변화가 진행될지까지 함께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주소 성동구 성수동1가 694-82 (도보 진입로 없음)

2 양재시민의숲 남쪽 끝자락에 마련된 삼풍참사 위령탑

최악의 참사, 가장 조용한 위치의 위령탑 삼풍참사 위령탑

양재시민의숲은 추모 공간을 여럿 둔 공원이다.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과 동상, 유격백마부대충혼탑, KAL 858기 실종 사고의 희생자 추모를 위해 마련된 KAL 위령탑이 공원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공원의 남쪽 맨끝에 삼풍참사 위령탑이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는 한국에서 ‘6·25전쟁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된 참사다. 소유주의 부정부패와 건설사의 부실 시공으로 500여 명의 희생자와 93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25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를 겪은 많은 이들은 여전히 트라우마에서 멀지 않다. 삼풍백화점 사고 현장(서초구 서초4동 1675-3번지)에는 2004년 고급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섰다. 삼풍참사의 상징성에 비해 그 흔적이 말끔히 사라진 점은 비극을 외면한 채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나아가길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와도 관련 있다. 위령비 뒤편으로 작은 비석에 적힌 ‘위령탑 세움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뜻하지 않은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 땅 위에 그런 가슴 아푼 탈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짐하고자…” 추모의 시간과 공간이 너그러이 주어지지 않는 땅에서 “그런 가슴 아푼 탈”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주소 서초구 양재2동 양재시민의숲 제1지구 내

3 마천동 송파안전체험교육관 내 추모의광장에 있는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추모비

기억할 공간을 가까이, 오지 않은 불행은 멀리 화성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추모비

씨랜드 화재 사건은 청소년 수련시설로 운영되던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의 집’에서 1999년 6월 30일 대형 화재로 유치원생 19명을 포함, 23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참사다. 수련원의 불법 건축과 운영이 원인이었고, 다수 어린이가 목숨을 잃은 사건으로 사회적인 파장이 컸다. 사고 현장은 화성시이지만 화재로 목숨을 잃은 어린이 19명 중 18명이 서울 송파구에 거주했기에 이를 고려해 추모비는 서울 송파구에 세워졌다. 다만 앞서 소개한 위령비들이 공원 등 개방형 공간에 위치한 것과 달리, 씨랜드 화재 희생 어린이 추모비는 마천동 송파안전체험교육관 내에 있어 관리인의 허가를 받아야 들어갈 수 있다. 그나마 추모비가 마련돼 해마다 유족들은 이곳에서 추모식을 열지만, 정작 화성의 씨랜드 참사 현장은 사유지라는 이유로 방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씨랜드 추모비에도 반성의 문구는 적혀 있다. “…우리 사회에 만연된 안전불감증을 치유하여 다시는 이러한 불행한 일이 없이 밝고 건강하게 우리 새싹들이 자라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불행한 일이 없게 하는 방법 중 하나는 ‘불행을 돌아볼 공간’을 제대로 마련하는 것이 아닐까.

주소 송파구 성내천로 35길 53 추모의광장
문의 송파안전체험교육관 02-406-5868 | isafeschool.com
글 이아림_객원 기자
사진 제공 연합뉴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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