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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임위원 선임 논란 문화예술계 얼굴 찾기, 다시 원점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 신임위원 선임 절차가 우여곡절 끝에 중단됐다. 후보 선정 과정에서 여성 후보 ‘0명’에 평균 연령 56.1세인 점이 알려지면서 문화예술계가 거세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와 미투 운동으로 드러난 남성 중심의 권위주의적인 문화예술계의 구태가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줬다.

16명 후보 공개, 50대 이상 남성 대다수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지난 11월 13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예술위 신임위원 후보자를 공개했다. 11월 임기가 끝나는 위원 8명의 공석을 채우기 위해 지난 9월부터 2개월간 공모와 추천,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 2배수로 선발한 16명의 명단을 발표한 것이다.
문화예술계는 즉각 반발했다. 16명 후보 모두 남성인 데다 50대 이상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블랙리스트와 미투를 겪은 문화예술계는 문체부 산하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지원기관인 예술위 위원 구성에 있어 성별과 세대 균형을 갖춰야 한다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온 상황이었다. ‘문화예술진흥법’ 시행령 제30조 제2항에서도 예술위 위원 구성은 “남·여 및 각 연령층이 균형 있게 포함되도록 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성명을 낸 것은 지난해 미투 운동을 계기로 결성된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이다. 이들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은 문화예술계의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위치를 소수의 남성들이 독점하는 구조 때문이라는 사실을 미투 운동이 가르쳐줬다”며 이번 위원 선임 절차의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공모 과정에서 여성 후보자가 적었다면 자격의 적격성, 추천의 방법론에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를 살펴야 했다”며 “문체부와 예술위는 장년-남성의 얼굴만이 아닌 문화예술계 전체를 대표하기에 보다 적합한 후보자군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예술인소셜유니온 등도 잇따라 성명을 내고 문체부에 위원 선임 절차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예술위 내에 꾸려진 성평등 예술지원 소위원회 위원들도 “문체부와 예술위의 깊은 성찰과 후보 선정 제도의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나주 본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공)

협·단체만 의견 제시, 추천위원회 구성부터 문제

예술위는 위원장을 포함해 총 12명의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된다. 위원장의 임기는 3년, 위원의 임기는 2년이다. 이번에 공모를 진행한 신임위원은 11월에 임기가 끝난 문학·미술·연극·전통예술(이상 각 1명)·문화일반(4명) 등 총 5개 부문 8명에 해당한다. 2020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3명의 위원은 모두 여성이다.
문체부는 ‘문화예술진흥법’ 제23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28조에 근거해 20명의 추천위원회를 별도로 꾸려 위원 선임 절차를 진행해왔다. 문제는 현행법상 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단체 등 법인 등록을 한 협·단체만 추천위원을 추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추천위원 후보의 개방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함’이 그 이유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은 문화예술계가 여전히 고령의 남성들을 중심으로 권력이 집중돼 있는 폐쇄적인 구조에서 탈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문화예술계 관계자는 “문화예술계의 많은 협·단체의 대표 역할을 50대 이상 남성들이 맡고 있는 만큼 지금과 같은 예술위 위원 선임 절차를 유지한다면 문화예술계의 구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 예술계 의견 즉각 반영, 소통 의지 보여

문체부도 이번 사태에 있어 억울한 점이 없지 않았다. 블랙리스트를 겪은 만큼 문화예술계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자 예술위 위원 선임 절차를 예술계에 최대한 맡겼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추천위원회 구성은 20명 중 40%에 해당하는 8명이 여성이었으며 연령 구성도 40대 35%, 50대 50%, 60대 15%로 균형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 관계자는 “예술위 위원 구성에 있어 성별 및 세대 균형을 맞춰달라는 문화예술계 요구가 있다는 점을 추천위원회에도 전달했으나 최종 선정은 추천위원회의 고유 권한이었기에 개입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문체부가 이번 사태에 대한 예술계의 주장을 즉각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논란이 불거진 뒤 2주일 만에 예술위 신임위원 선임 절차를 중단하고 공청회와 토론회 등을 통해 현장 의견을 반영할 대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이번 사태로 추천위원회 구성 자체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만큼 협·단체 외에 개인도 위원을 추천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문체부가 문화예술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은 이번 사태가 남긴 긍정적 측면이라 할 만하다.

글 장병호_이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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