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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호

양주시립예술단 해고 논란거리로 내몰린 예술가들
경기도 양주시가 10년 넘게 운영해온 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을 지난해 연말 전격 해체했다. 시립합창단 25명과 교향악단 35명 등 60명의 예술단원이 일터를 잃고 새해 벽두에 거리로 내몰렸다.

예술단 해체와 예술단원 집단 해고는 칼로 두부를 자르듯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뤄졌다. 양주시의회가 지난해 12월 18일 합창단과 교향악단의 2019년 운영 예산 7억 5,000만 원을 전액 삭감하자, 양주시는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달 26일 해촉 통보 공문을 연습실에 붙이며 예술단원의 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2019년 1월 1일부터 양주시립예술단 60명 단원이 해고된다는 내용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시장과 시의원, 공무원 등이 협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집단 해고된 예술단원들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

관련사진

1 경기도 양주시가 지난해 12월 26일 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의 연습실 게시판에 부착한 ‘사업종료에 따른 해촉 통보’ 공문.

2 지난해 12월 말 집단 해고된 경기도 양주시 시립예술단원과 시민공동대책위 회원들이 양주시청 앞에서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노조 설립이 예술단 해체 사유?

양주시립예술단이 어쩌다 해체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예술단 내부 분란, 노동조합 결성, 예산 낭비 등 표면상 드러난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로는 노조 결성이 꼽힌다. 양주시립예술단 노조는 “양주시가 예술단을 해체한 것은 노조를 결성했기 때문”이라고 단정했다. 시장과 의회가 노조 결성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포문은 전체 의원 8명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6명인 양주시의회가 열었다. 더불어민주당 황영희 시의원은 지난해 11월 본회의에서 “교향악단과 합창단이 노조를 설립했는데, 시가 왜 그런 곳에 예산을 세워줘야 하느냐”며 공세를 퍼부었다. 자유한국당 김종길 시의원 등도 “노조를 만든 곳에 예산을 줘야 하느냐”며 거들었다. 일부 시의원은 “단원은 60명이 넘는데 (송년음악회의) 관객은 100명도 안 됐다”며 예산 낭비를 이유로 지적했다.
양주시는 노조 때문에 예술단을 해체한 것이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해체 책임을 시의회에 돌렸다. 시의회에서 시 재정과 사업 효과, 중요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불필요한 예산으로 보고 운영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에 사업이 종료됐다는 설명이다.
시민들의 비판 여론에 부담을 느낀 몇몇 시의원들이 “우리는 예산을 삭감했을 뿐이고 해고는 시에서 한 것”이라며 “예산이 다시 오면 검토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지만, 양주시는 “예술단 운영은 지난해 말에 이미 종료된 사업”이라며 “재운영할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와 의회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상화 요구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시·의회, 해체 책임 회피에만 급급

해고된 60명의 예술단원들은 정상화 촉구 결의대회와 작은 음악회를 열며 거리투쟁에 나서고 있다. 악기를 연주하던 손에는 ‘해체를 취소하라’는 글귀가 적힌 푯말이 들렸고, 노래 대신 구호가 울려 퍼졌다. 양주 지역 노동계와 진보정당도 시민공동대책위를 꾸렸다.
예술단원들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월 50만~60만 원씩 연습수당을 받으며 10년 넘게 활동해왔다. 공연장과 연습실도 없어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양질의 공연을 위해 애써왔다고 한다.
양주시립예술단이 민주노총 소속의 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지난해 9월 18일이다. 지휘자의 독단적인 예술단 운영과 막말 등 ‘갑질’이 노조 결성의 원인이 됐다. 김민정 예술단노조 지회장은 “지휘자의 부당한 외부행사 동원, 폭언 등을 시정해줄 것을 시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개선되지 않았고 오히려 문제를 제기한 단원들이 강등, 연습 배제 등 불이익을 받아 노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 노조원은 “노동조합에 대한 공공연한 혐오가 음악인들에 대한 해고로 이어졌다. 헌법이 보장한 노동조합을 만들 권리는 양주시의회에서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고 말했다.

양주시민들 “일방적인 예술단 해체는 폭거”

양주시민들은 시와 의회가 시민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시립예술단을 일방적으로 해체한 데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시민 ㄱ씨는 “10년의 역사를 가진 예술단을 시의원과 공무원들이 하루아침에 독단적으로 해체하다니 황당하고 이해할 수 없다. 하물며 그 이유가 노조 탄압 때문이라면 현 정권의 기조에도 분명히 역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 ㄴ씨는 “서울에 살지 않아도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자랑스러웠는데 해체 소식을 듣고 실망했다. 시민에게 평안과 행복감을 전해주는 예술단을 해체한 것이 누구의 결정이며 그 이유는 뭐냐”고 물었다. ㄷ씨는 “양주시 의원이 예술단의 노조 결성을 이유로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시민 호응이 적은 것은 시 공무원의 무능과 소통 부재를 탓해야지 10년간 유지돼온 예술단의 실력을 탓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양주시립합창단과 교향악단은 “양주시의 문화예술 발전과 시민들의 질 높은 문화생활 보장을 위해” 2003년과 2010년에 각각 설립됐다. 시립예술단은 그동안 공연을 요청하는 곳이면 학교와 군부대, 병원, 경로당 등 장소나 관객 수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어 사랑을 받아왔다.

글 박경만_한겨레 기자
사진 제공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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