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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0월호

서울문화재단, 온라인 방송국 ‘스팍TV’ 개국
공유와 참여를 위한 플랫폼

지난 9월 18일, 서울문화재단은 온라인 방송국 ‘스팍TV’를 개국했다. 15명의 시민PD들이 서울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비스한다. 공공기관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과 전통적인 홍보 방식에서 벗어난 뉴미디어 플랫폼, 스팍TV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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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92년 어느 날

퇴근 후 집에 돌아온 김서울 씨. 거실에 모여 TV를 보고 있던 가족들이 그를 반긴다. TV에서는 얼마 전 개국한 SBS 방송이 나오고 있다.
“뉴스 틀어봐. 이제 8시부터 뉴스 한다더라.”
“아빠, 드라마 보면 안 돼요?”
“뉴스를 봐야 사회 돌아가는 걸 알지.”
리모컨을 쥔 김서울 씨 옆에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아이들. ‘당장은 재미없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정보를 얻으려면 뉴스를 봐야 할 텐데…. 아이들이 신문은 챙겨 보고 있나?’

#2. 2018년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퇴근 후 귀가한 김문화 씨. 거실에는 새로 산 대형 TV가 걸려 있지만 켜져 있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리모컨으로 TV를 켜고 원하는 뉴스를 시청하기 시작한다. 언제부터인가 가족들과 리모컨을 두고 다툴 일도, 같이 TV를 보는 일도 없어졌다. 아이들은 각자 방에서 휴대폰이나 태블릿PC의 조그만 화면을 들여다보며 노는 중이다. ‘거실에서 다 같이 큰 화면으로 보면 좋을 텐데.’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모르는 내용이 많다. 항상 뉴스를 챙겨 보니 사회 현안에 밝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은 어디서 저런 정보를 들은 걸까. ‘스팍TV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내가 모르는 방송국이 있었나?’
리모컨 독점은 끝났다. 위의 두 장면에서 누구에게 감정이입을 할지는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뭔가 달라졌다’는 분위기는 모두가 느낄 것이다. 그 변화란 크게 두 가지로, 정보가 생성되고 유통되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과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동영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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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것(문자)에서 보는 것(영상)으로

사실 인류는 언제나 읽는 것보다 보는 것을 더 선호했다. 인지적으로 인간의 정보 습득은 그 매체가 실제와 가까울수록 쉽고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정보 전달자가 글보다는 그림, 그림보다는 영상을 이용하는 예는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독교는 신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경과 스테인드글라스에 삽화를 그려 넣었고, 냉전시대에 영화는 프로파간다의 대표적인 매체로 사용되었다. 심지어 중세는 연극이 금지된 시대였지만 교회는 문맹들을 위해 종교극을 허용했다. 현대 신문광고보다 방송광고가 훨씬 비싸다는 점도 영상에 대한 선호도를 증명한다.
반면 문자는 문자 자체를 익히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하고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어려운 매체다. 그런데 문자는 어떻게 정보 전달의 주 매체가 됐을까? 바로 데이터의 크기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문자 한 자의 데이터 크기는 2B(바이트), 책 한 권(50만 자)의 용량은 1MB(메가바이트) 정도이다. 이에 비해 HD 화질의 영상은 수십 GB(기가바이트)를 넘기도 한다. 인간 게놈의 데이터가 1GB 정도인 걸 비추어보면 영상은 엄청난 용량을 필요로 한다. 데이터의 크기는 정보의 공유, 확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동안 영상이 정보 매체로 활성화되지 못한 데에는 이를 공유하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못한 탓이 크다. 물론 우리는 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으로 초당 몇 십 MB를 전송할 수 있고 SNS는 공유를 위한 쉽고 효율적인 인터페이스와 플랫폼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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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보는 것보다 같이 보는 게 좋다

영상콘텐츠의 유행을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다는 이유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 크기의 장벽이 사라지자 정보의 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로써 과거 특권층과 전문가들에게 갇혀 있던 정보에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정보의 소유가 곧 권력이던 시대는 끝났다. 대신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중요해졌다. 특정 정보가 최신 정보인지, 거짓 정보는 아닌지 그리고 나에게 유용한 정보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이러한 선택 행위에는 개인의 취향과 의지가 적극적으로 반영된다. 정보민주주의에서의 선거판이 열린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정보는 수집의 대상에서 유희의 대상으로 변한다. 수집은 보존과 관리를 필요로 하지만 유희는 경험을 통한 증폭을 유도한다. 동영상 조회 수로 타인의 취향을 확인하고, 조회 수 높은 콘텐츠에 취향을 맞추는 과정을 통해 경험이 공유된다. 유튜브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내 취향의 동영상을 추천한다. 따라서 ‘경험 공유’는 레거시 미디어와 구분되는 중요한 차이점이다. 과거에는 일방적으로 송출되는 광고와 콘텐츠를 각자 봐야 했지만 이제는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보고 싶을 때 보고, 취향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일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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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팍TV 개국 포스터.

2 한자리에 모인 ‘스팍TV’시민PD들.

3 회의 중인 시민PD들.

보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든다

판이 깨지고 있다. 기술이 보편화되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자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갖춘 세대가 나타났다. 동영상에서 재미를 얻고 그것을 공유하는 경험을 해본 세대의 다음 과정은 직접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공중파나 케이블 채널 등 기존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는 이미 선택 가능한 경우의 수로 전락했다.
영상제작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의 영역이었다. 고가의 장비와 복잡한 제작 과정, 많은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와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고, 기기에 최적화된 동영상 플랫폼이 구축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1999년 508만 대였던 디지털 카메라 생산량은 2010년 1억 2,140만대를 기록했다. 여기에 휴대폰을 합치면 그 수는 더욱 어마어마할 것이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세대는 전문가들이 쌓아온 영상제작의 정형성과 엄숙함이라는 장벽을 가볍게 뛰어넘었다. 그들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듯 일상적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주고받는다. 그리고 기존 미디어의 뻔하고 지루한 형식에서 벗어나, 동영상을 만들고 공유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기 시작했다. 인과관계가 없어도, 길이가 짧아도, 정해진 화면 비율이 아니어도 좋다. 즐거워 보이는 현장이, 공유할 만한 장면이 즉각적으로 보이고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지금 크리에이터는 일상을 누비며 종군기자처럼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있다.
크리에이터의 위력을 더욱 배가시키는 것은 속도다. 그들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퍼트리는 속도는 기존 미디어 환경에서는 불가능하다. 제작과 소비 방식에서 소위 전문가들은 크리에이터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이런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거기에 적응해야 하는 건 새롭게 나타날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기성 전문가, 기성 미디어임이 분명하다.

이런 방송국 봤어? 스팍TV

이런 흐름 속에서 지난 9월 18일, 서울문화재단은 ‘스팍TV’라는 방송국의 문을 열었다. 스팍TV는 서울의 문화, 예술 콘텐츠를 동영상으로 제작해 재단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서비스한다. ‘방송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영상을 제작하는 15명의 시민PD들을 지난 5월 선발했다. 1인 미디어 형식을 기반으로 자유롭게 생산되는 시민PD들의 콘텐츠는 정보, 예능, 다큐, 토크쇼, 교양 등 5가지 장르로 나뉘어 편성된다. 이제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방문하면 첫 화면에서 요일마다 다른 장르의 스팍TV 프로그램이 재생되며, 이 영상을 통해 유튜브 채널로 바로 이동할 수 있다. 그 외에도 라이브, 특별기획 등 비정규 프로그램도 때에 맞춰 서비스한다.
그런데 왜 굳이 방송국이란 이름을 내건 걸까? 이런 방송국의 형식은 여느 단체들의 영상 채널과 달리 종합편성 채널의 정체성을 말해준다. 문화와 예술이라는 광범위한 분야를 지원하는 재단의 특성상 장르 또는 사업을 위한 콘텐츠는 한시적일 수밖에 없다. 특정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나 콘텐츠 정체성이 뚜렷한 단일 채널에 적합한 방식도 재단의 성격과는 맞지 않는다. 이런 홍보 방식에서 탈피해 시민에게 익숙한 포맷으로 풍부한 내용을 전달하겠다는 것이 방송국의 첫 번째 의도다.
두 번째로는 재단 사업만을 다루는 종속적 홍보 채널이 아닌 서울의 문화, 예술을 알리는 대표적인 미디어를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다각화는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화, 예술계를 담는 데 유효한 전략이다. 이에 재단은 이를 홍보의 수단이 아닌 브랜드 구축으로 이어나갈 전망이다. 시민PD가 서울 전역에서 일어나는 문화, 예술 정보들을 영상콘텐츠로 제작하고 재단이 유통과 브랜딩을 맡는 형태다. 이 모델은 전문 제작사나 대행사를 통해 콘텐츠를 만드는 타 기관, 기업과의 가장 큰 차별점일 뿐만 아니라 시민 참여로 이루어지는 지속 가능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재단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부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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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명의 시민PD가 만드는 스팍TV 프로그램은 요일별로 장르와 주제가 다르다.

스팍TV의 로고와 각 프로그램별 영상 갈무리.

재단을 넘어 문화로, 공공을 넘어 시민으로

서울문화재단은 9월 스팍TV 개국에 앞서 3개월간의 과감한 실험을 거쳤다. 실험의 핵심은 ‘재단과 공공을 넘어서는 것’이었다. 관리와 성과가 중요한 공공기관으로는 매우 난해한 미션이지만 경직성과 보수성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 그동안 재단은 재단 내의 사업을 홍보해왔고 그에 따른 성과도 거뒀다. 하지만 공유와 참여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세대로부터는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는 ‘관심 가질 만한 것’을 내놓는 수밖에 없다.
서울문화재단에서 재단을 빼면 문화가 남는다. 재단을 넘어서자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콘텐츠가 보이기 시작했다. 시민PD들은 자신이 가장 잘하고 관심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고 과거 의무적으로 만들던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이후에는 공공까지 넘어서기 시작했다. 바람직하고 공평하며 밝게 표현되던 공공기관의 콘텐츠는 우리의 일상과 괴리되어 있으며 공감을 얻기 어렵다. 재단이 바라는 콘텐츠가 아닌 시민의 취향과 다양성을 인정하면서부터 현실의 문화, 현실의 예술이 드러났다. 시민PD가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자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시민의 일상, 실험적인 시도, 개인의 취향들이 문화, 예술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시민PD와의 협업

스팍TV의 콘텐츠는 대부분 시민PD라고 불리는 크리에이터들이 채운다. 올해 공고를 통해 선발된 15명의 시민PD는 대학 신입생부터 중견 댄서까지 그 이력은 매우 다양하지만 영상콘텐츠 기획과 제작이 가능한 크리에이터라는 공통점이 있다.
시민에게 재단의 콘텐츠를 맡기는 것은 스팍TV의 가장 큰 특징이자 모험이었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1인 크리에이터의 수준이 높아진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재단이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방식 덕분이다. 보통 시민과 함께하는 사업에서 시민은 기관에게 관리와 통제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시민PD는 지원 대상이나 용역이 아닌 콘텐츠 생산 주체이다. 말 그대로 ‘PD’이며, 그들이 만드는 콘텐츠는 동시대를 가장 잘 반영한 작품들이다. 때문에 재단은 시민PD를 창작자로 바라본다. 콘텐츠의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귀속되며 창작물에 개입하지도, 결과물을 검열하지도 않는다. 활동비가 지급되지만 영수증 제출을 요구하거나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평소대로 자신들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이다. 이 시대의 크리에이터가 자신의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곧 서울시민의 문화, 예술 향유를 위한 일이라는 게 재단의 생각이다.

글 이정훈 서울문화재단 미디어팀 영상감독, 피그리프스튜디오 대표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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