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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토크

12월호

장해랑 EBS 사장과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의 특별 대담 방송과 문화가 만나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서울문화재단과 EBS가 서로의 전문성을 결합하여 문화예술로 시민과 시청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예술을 통한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지난 11월 6일,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장해랑 EBS 사장이 만나 두 기관의 협업 방향을 논의했다. 두 기관은 서울문화재단의 문화예술 콘텐츠와 EBS의 방송 제작 노하우를 접목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고, 이를 위한 재원과 관련하여 공동 펀딩과 기부까지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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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자 |
장해랑(EBS 사장), 주철환(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
참석자 |
최혜경(EBS 방송제작본부장), 추덕담(EBS 학교교육본부장),
이은정(EBS 콘텐츠기획센터장), 한송희(EBS 교양문화부장),
김해보(서울문화재단 경영기획본부장),
김홍남(서울문화재단 제휴협력실장),
이규승(서울문화재단 IT홍보팀장)
일시 |
2017년 11월 6일 오후 4시
장소 |
EBS 일산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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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보 오늘 대담의 최초 기획은 ‘방송과 문화재단의 교류 협력을 통해서 새로운 일을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당초에 서울문화재단의 예술후원캠페인 ‘우리 내기할까요’ 코드에 맞추려고 했으나, 오늘은 두 기관의 협업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방송과 문화가 만나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또 어떤 발걸음으로 가야 할지 고민해보고, 마지막으로 두 기관이 함께 일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에 대해 논의하고자 합니다. 단순한 기부가 아니라 서로의 에너지를 합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를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한송희 저희가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 ‘학교예술교육’ 콘텐츠입니다. EBS에서는 지금 중학교 협력종합예술과 어린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STEM & 아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서울문화재단의 예술교육 사업과 협력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문화야, 놀자!’(가제)라는 신규 기획물입니다. 문화현장과 <알쓸신잡> 콘셉트가 결합된 것으로, 문화 현장에 패널들이 함께하는 문화감상 프로젝트입니다. 예능을 넘어서 교양이 어우러진 것으로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화예술 콘텐츠입니다. 세 번째는 문화예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입니다. 새로운 시각과 소재를 다루는 정통 다큐멘터리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재단의 콘텐츠와 함께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네 번째는 축제 콘텐츠입니다. 전국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 축제를 시청자들이 실시간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인데요, 서울거리예술축제 중계와 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서울문화재단과 협력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문화예술 콘텐츠 영역을 강화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주철환 말씀을 들으니 너무 기쁘고 가슴이 뛰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을 이렇게 말씀해주시니 참 좋은 기회가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드11네요. 앞으로 저의 모든 역량과 네트워크를 활용하겠습니다. 그동안 재단 프로그램에 미디어를 활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EBS와 이번에 제대로 해보고 싶습니다. 먼저 과감한 인사 교류를 제안하고 싶어요. EBS 직원 몇 명이 재단에 와서 일정 기간 근무해보는 겁니다. 일주일도 좋고 한 달도 좋고 3개월도 좋고 1년도 좋아요. 저희도 그에 해당하는 인원을 EBS에 보내는 거죠. 저희는 사실 거의 매일이 축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거든요. 재단에 붙은 포스터만 봐도 방송으로 하면 좋을 것들이 많아요. 최근 진행한 ‘다빈치 크리에이티브’나 ‘서울거리예술축제’ 같은 행사가 방송으로 남겨지지 않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EBS에서 제안해주는 것은 단계별로 진행하고, 그에 앞서 이러한 내용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인적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어요. 서울문화재단은 미디어의 이해도를 높이고 EBS는 방송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잖아요. 이렇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훨씬 좋지 않을까요? 2018년은 EBS와 저희가 거의 하나로 움직이는 해가 되어야 해요. 서로가 협력해서 시민과 시청자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인적 자원 교류를 제안합니다.

장해랑 어떻게 협력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논의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년에 저희가 10대 실천과제를 뽑을 텐데, 그중 하나로 ‘문화’를 넣을 생각이에요. 우리가 판단하는 것은 두 가지 단계입니다. 그에 맞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을 몇 개 선보일 예정이고요. 봄 개편이 2월 말인데, 그중 하나를 1월 1일에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교육혁명을 이루겠다는 슬로건에 따라 연중 달성해야 할 목표를 내세울 겁니다. 문화 프로그램 강화가 그중 중요한 부분인데 이를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한다 생각하고요. 앞서 네 가지 유형을 던져드렸는데요. 실질적으로 가능할지, 또 MOU나 예산 등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겠지요. 1월 1일이 어렵다면 2월 말쯤 연중 목표를 잡아서 어떻게 시작하겠다는 것을 발표하는 것으로 염두에 두고, 일정과 방법 등을 고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주철환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 저희가 하고 있는 사업이 나와 있습니다. 홈페이지를 꼼꼼히 살펴보면 EBS가 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미 저희가 진행하고 있고, 축적된 경험과 관련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정을 1월 1일, 2월 말로 말씀하셨지만 저희는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그냥 가져다대면 됩니다. 저희가 ‘내 손 안에 서울문화재단’이라는 캠페인을 준비하고 있는데, 가령 금천예술공장에 가면 미디어아트를 볼 수 있고, 연희문학창작촌에 가면 성석제 작가와 대화할 수 있고,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에 가면 어머니들이 참여하는 위드맘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요. 서울예술치유허브에 가면 마음을 치유해주는 마음약방이 있고,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 가면 서커스를 하는 세계적인 젊은 예술가들이 있어요. 다큐가 될 수 있을 만한 프로그램토크들이 많죠. 재단에 ‘스팍킹’(SFAC(Seoul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speaking)이라고 해서 한 달에 한 번씩 인지도 있는 외부 인사를 모셔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런 걸 중계하는 것도 좋겠죠. 프로그램이 될 만한 요소는 무궁무진해요. 그냥 흩어지던 이런 아까운 프로그램들이 EBS라는 끈을 만난 셈이죠. 그동안 구슬이 서 말이었는데 이것을 꾈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2019년 3월에 재단을 동숭아트센터로 이전할 계획인데 그곳에 EBS 분관 같은 스튜디오를 하나 만들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요. 대학로는 젊은이들이 문화예술을 꽃피우던 장소 아닙니까. 재단이 대학로에서 땀 흘리고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게다가 2019년 3월 1일이 기미독립선언 100주년 아닙니까. 그래서 재단에서 ‘문화독립선언’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화는 자율, 창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거라는 의미를 담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EBS와 함께하게 된 것은 저희 입장에선 훌륭한 나팔이 생긴 셈이죠. EBS의 입장에서는 교육혁명이라는 지향점을 두고도 공부하는 채널, 수능 관련 채널이라는 잘못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잖아요. 협력을 통해 이제 교육, 미디어, 문화, 예술을 하나로 아우르는 이미지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시점이 굉장한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송희 양쪽에서 생각하는 프로그램을 설명하신 듯합니다. 더 추가할 말씀이 있으신가요?

주철환 우리대로의 방식으로, 새로운 포맷으로 가야 해요. EBS에서 새로운 포맷을 만들고 종편이나 지상파가 따라 할 수 있게 해야지, 다른 채널에서 했던 프로그램을 따라가는 건 반대합니다. 공간, 시간, 인간이 조금씩 바뀐 것 같은 느낌으로는 안 돼요. 교육혁명이 되려면 방송혁명이 되어야 하잖아요. 완전히 새로운 느낌의 무엇인가가 있지 않으면 ‘혁명’이라는 건 구호에 불과할 수 있지요.

김해보 저희가 내부적으로 회의했을 때는 오히려 EBS 프로그램 포맷에 재단 콘텐츠를 맞추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식채널e>가 아니라 ‘예술채널’ 같은 걸 만들면 어떨까 하는 거죠. 대표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재단에는 카메라를 갖다 대면 방송이 될 만한 콘텐츠들이 꽤 있습니다.

주철환 학교예술 콘텐츠는 재단에서 이미 230명의 예술가교사(Teaching Artist, 이하 TA)가 하고 있어요.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각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고요. 근데 TA라 하더라도 기존의 교육방송처럼 하는 게 아니라,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할 시점인 것 같아요. 어쨌든 그림이 달라야 합니다. 제가 EBS에서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 프로그램이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예요. 기존의 반려동물 프로그램과는 다르게 이 프로는 ‘개에게도 견권이 있다’는 시각으로 개를 휴머니즘에 입각해서 보고, 강형욱이라는 새로운 전문가를 발굴했잖아요. 굉장히 교육적이고 흥미진진한 프로그램이에요. 저희 재단 후원 기업 중에 조아제약이 있어요. 잠실창작스튜디오에 장애인 예술가들이 있는데, 장애인 예술가 작품이 조아제약의 약품 패키지로 활용되고 있어요. 서로 윈윈하는 사례죠. 또 지명도 있는 예술가가 장애인 아이들을 멘토링해주는 ‘프로젝트A’라는 것도 있는데, 이처럼 이야기와 감동이 있는 콘텐츠들이 재단에 차고 넘쳐요. 미디어를 잘 활용해서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알려야 하는 거죠. 이런 것들을 EBS와 협업하면 그야말로 일석이조인 셈이죠.

장해랑 재단에는 디테일한 콘텐츠가 많은데, 그런 콘텐츠가 부각되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주철환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해야 할 것 같고, 하다 보면 이도저도 안 될 수가 있어요. 뭐가 중요한지 순서를 정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합니다. 지금 재단에서 59년 왕십리 축제를 기획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왕십리’라고 하면 낡은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지금 왕십리역을 가보세요. 얼마나 새롭게 변화됐어요. 59년생들을 불러다가 ‘다시 날자, 호랑나비’라는 축제를 여는 거죠. <59년 왕십리>를 부른 김흥국을 광대로 내세우고, 유시민, 심상정 등 을 불러서 59년생 대축제로 만드는 거예요. 또 서울거리예술축제의 일환으로 ‘DOC와 춤을’이란 축제도 기획하고 있어요. <DOC와 춤을>이란 노래 아시죠? 문화의 다양성에 대한 노래인데, 내년이 DJ DOC 데뷔 25주년이거든요.

김해보 결국 의기투합해서 기존에 각 기관에서 해왔던 좋은 포맷을 살리는 것이 중요할 것 같고요. 재단의 좋은 콘텐츠를 확산하는 차원에서 방송과의 협력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철환 연합뉴스 TV나 YTN이 매 시간 뉴스를 방송하듯 EBS2는 시간대별로 교육방송을 계속 내보내면 어떨까 해요. 인기 있는 사람을 쓰지 못할 바에는 굳이 유명인을 쓸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TA 중에도 끼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죠. 아주 심플하게 시간대를 계속 바꿔가면서, 아이디어 회의를 할 필요도 없이 좋은 진행자만 하나 두고 뉴스 앵커처럼 방송을 하는 거예요. 새로운 교육 앵커들을 발굴해서 장애인, 축제 등 분야별 교육 이슈를 실시간 방송하는 거죠.

장해랑 저희는 교육문화를 강화하려고 해요. 흡입력 있는 사람을 영입해서 진행을 하도록 하고 중계차를 준비해서 나가자는 이야기도 했었는데, 아마 라디오에서 먼저 시도하게 될 것 같고요. 사실 문화예술은 EBS가 굉장히 오랫동안 다양한 형태로 노력해왔는데 지속되지 못한 이유는 시청률이 안 나오고 고리타분한 느낌이 들어서예요. 아이템은 계속 바뀌지만 실제로는 변화가 없으니까, 우선순위에서 밀려서 어느 날부터 찬밥이 됐어요. 사실 저는 재단이 하는 많은 일을 잘 몰랐어요. 주철환 대표님이 오시면서 다시 한 번 부각되고 홍보가 되어서 그런지 이제야 ‘이런 게 있었구나’ 해요. 내용을 보니 교육, 예술가 지원, TA 등 많은 사업이 있었네요. 뭔가 새로운 것이어야 한다는 부분은 굉장히 공감하고요. 핵심 문화예술 콘텐츠 하나를 중심으로 깔고 가면서 축제 등이 있을 때 저희가 녹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일단 정기적으로 가져갈 것을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철환 <슈퍼스타K>는 어찌 보면 <전국 노래자랑>의 확장판인데요. <슈퍼스타K>가 뜬 이유는 참가자의 숨은 이야기 등을 드라마틱하게 담았기 때문이죠. 서울거리예술축제도 마찬가지로 10월에 축제를 앞두고 준비한다면 넌센스죠. 축제를 준비하는 과정을 다뤄야 하는 거예요. 정규직뿐만 아니라 행정스태프, 아르바이트생도 있고, 외국인 예술가들도 있고 다양한 스토리가 많아요. 단순히 서울거리예술축제를 중계한다,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축제의 준비 과정을 1년 이상 담아야 해요. 시청자들이 과정을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감정이입할 수 있게끔 하는 게 필요한 거죠.

한송희 양 기관에서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야기를 좁혀가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사장님이 공동 기획, 공동 프로젝트까지 생각하고 계시니 구체적인 콘텐츠 작업을 하면 좋을 듯합니다. 또 하나 문제가 소요재원에 관한 공동 펀딩인데,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 좋겠습니다.

김홍남 제휴협력실이 그런 부분에 대해 총괄적으로 고민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기부나 모금, 제휴 같은 것들은 전사적인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표님에게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외부에서 누군가를 만날 때 이와 관련된 니즈가 보이면 바로 저희에게 연결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 하겠지’라고 놔두면 절대 이루어지는 일이 없습니다. 각 파트에서 자신의 네트워킹을 활용해서 연결해주면 저희가 가능한 방법으로 만들어가는 역할을 하는 거죠. ‘맡은 파트에서 알아서 하겠지’라고 생각하면 실제 진행이 안 됩니다. 대표님도 솔선수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시니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장해랑 대표님이 말씀하셨던 ‘문화독립선언’에도 예산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그림을 다시 그려가면서 그 부분을 어디에서 후원받을지를 고민해야겠죠. 저희는 재단의 대외협력 노하우, 메세나에 대한 부분을 배우고 싶어요. 메세나는 어떻게 접근하나요?

주철환 기업들이 메세나,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해야 하는 거예요.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메세나’라고 해서 재단은 메세나 코디네이터 역할, 브리지 역할을 하는 거죠. 재단에서는 지금 ‘우리 내기할까요’라는 예술후원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내부자 문화가 사회를 병들게 한다고 생각해요. 내부자 문화를 기부자 문화로 바꿔야 한다, 끼리끼리의 문화를 서로서로의 문화로 바꾸자는 취지의 캠페인이죠.

김해보 메세나가 최순실 사태 때문에 굉장히 오해받고 왜곡된 부분이 있어요. 세상을 바꾸는 일 중 하나가 메세나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 있는 청년예술가를 지원하는 일인데, 요즘에는 왜곡된 부분이 있죠. 돈의 구체적인 쓰임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게 좋겠죠.

장해랑 이 많은 프로젝트를 어떻게 프로그램으로 연결해야 할까요? 과거의 매거진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아요. 거리공연의 경우 동행 취재하면서 스토리를 찾아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방송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도록 재미있게 전달해야 하는데, 문화예술 쪽은 그 부분이 어려워요. 또 인문학 같은 경우는 지식인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이 있어요. 토크인문학을 대중적으로 어떻게 가져갈지 고민하면서 인문학 버스킹도 해보고 했지만 접점을 찾기가 어렵더라고요. EBS 프로그램의 방향성과 서울문화재단이 추구하는 방향을 맞춰가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서로의 가치와 방향이 맞는 쪽으로 추진해나가야겠죠.

주철환 하나를 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내년 10대 기획 중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하는 메세나가 됐든, ‘서울문화재단과 함께하는’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을 하나 정해야 해요. 서울시에서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도시재생’ 키워드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는 것도 좋죠. 트렌드에 맞는 프로그램이 관심과 지원을 받기가 수월하니까요.

장해랑 어떤 프로젝트를 어떤 프로세스를 통해 해나갈지, 어떻게 펀딩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실무자들이 자주 만나서 구체적으로 개발해나가야 합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소재가 많은데 어디에 힘을 줄 것인가가 중요하죠.

주철환 서울문화재단과 EBS가 함께하는 이 프로젝트를 ‘유네스코’ 같은 식으로 교육과 문화가 함께해서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를 담은, 귀에 익숙한 단어로 만들어 홍보하는 거예요. 제가 칼럼을 쓸게요. 재단은 인터뷰할 기회가 많아요. 그럴 때 교육방송과 서울문화재단 두 기관이 의기투합한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죠.

장해랑 사실 문화가 곧 삶이죠. 우리는 문화를 공론화할 새로운 방법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돈 들여가며 못했던 건데 이제는 바뀌었거든요. 삶의 현장에 녹아나는 다른 형태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요. 공영방송은 삶의 질과 직결된 것,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못했죠. 공영교육방송으로서 교육 신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담보하는 문화현장, 문화현상, 그리고 아이들이 문화를 체험하면서 인성을 넓혀가는 감성교육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우리가 가진 제작 능력, 재단이 가진 전문가의 예술성과 예술적 역량이 모이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내년 10대 과제 중 하나로 문화를 내세울 겁니다. 프로그램 한 개로 시작하더라도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주 대표님이 말씀하신 ‘문화독립선언’에 함께할 것입니다. EBS가 구현해야 할 가치 중 하나가 문화예술교육입니다. 그 부분을 두 대표가 나서서 같이해보죠. 좋은 결과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철환 일단 교육, 방송, 문화, 재단이라는 4개의 키워드를 우리가 잘 활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저는 교사 출신으로서 교육에 대한 무한 애정을 가지고 있고, 나의 처음과 끝은 교사라는 생각을 변함없이 하고 있어요. 에듀케이션(education)은 ‘에(e) 듀케(ducare)’, 즉 ‘밖으로 끄집어낸다’는 의미인데 우리나라 교육은 주로 집어넣는 교육이었어요. 그래서 주입식, 획일화 같은 이야기가 나오는 거죠. 그리고 경쟁만을 강조하죠. 하지만 협력이 경쟁력이라는 걸 알아야 15합니다. 우리가 서로 협력함으로써 문화경쟁력, 교육경쟁력, 국가경쟁력을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자료와 재료를 잘 끄집어내야 하는 거죠. 방송(broadcasting)은 넓게(broad) 뿌리는(cast) 거잖아요. 널리 퍼트려야 하죠. 재단을 알면 너무 많은 게 있는데, 알고 있는 게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이건 레퍼토리가 많은데 히트곡이 없는 것과 같아요. 히트곡을 내야만 사람들이 존재감을 알죠. 화제가 없으면 존재가 없는 거예요. 교육과 방송은 사실 저의 삶이에요. 컬처(culture)의 어원은 ‘cultivate’, 즉 배양, 재배하는 것인데 사람들은 지배하려고 해요. 누군가를 이기려고 하죠. 우리는 문화를 즐겨야 합니다. 이기는 삶에서 즐기는 삶으로 가야 해요. ‘Culture is agriculture’, 즉 문화는 농사예요.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모내기를 하고, 가뭄과 홍수를 다 견뎌낸 뒤 가을에 추수를 해서 벼의 씨앗이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이 되게 하는 것, 이게 문화의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남진의 <님과 함께>라는 노래에도 나오잖아요.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네 가을이면 풍년 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이게 바로 문화의 여정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무언가를 만들려면 돈이 없으면 안 되잖아요. 서울시의 지원을 받든 기업에게 지원을 받든 명분이 필요해요. 문화예술의 매개자 역할을 해야 하는 거죠. 꽃이 어떻게 꽃밭이 되나요? 꿀벌과 바람의 역할이 있어야 꽃밭이 될 수 있잖아요. 교육, 방송, 문화, 재단의 협력은 어마어마한 교육혁명, 문화혁신을 가져올 거라고 생각해요. 말보다는 추진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서로에 대한 신뢰, 친화적인 관계를 이어가야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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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담회에서의 뜨거움은 EBS와 서울문화재단의 만남을 통해 2018년부터 전달될 예정이다.

정리 이규승_ 서울문화재단 IT홍보팀장
사진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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