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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0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리니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sfac.or.kr) - 열린광장 혹은 페이스북 탭에서 예술적 상담소를 찾아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소정의 상품을 발송해드립니다.

예술적 상담소 관련 이미지

문화·예술적 취향이 맞는 애인을 만난다면, 조금 더 행복한 연애가 될 수 있을까요?

남자친구와 1년째 연애 중입니다. 감정 기복이 심한 제 성격을 잘 받아주는 남자친구 덕분에 지금까지 큰 싸움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 취향이 너무 달라서 대화를 나누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한 예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면 남자친구는 옆에서 졸음을 견디려 애쓰고,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영화를 볼 때면 저는 어서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랍니다. 그러다 보니 극장을 나온 후에는 1시간 정도 의미 없는 이야기만 주고받을 뿐입니다. 저는 소설과 영화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어서 이것들을 공유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싶습니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취향을 이해하며 대화를 풀어나가려 해도, “난 다 괜찮아”라는 대답만 돌아옵니다. 그래서 어느샌가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게 되고,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지금 남자친구를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원재

좋아하는 사람과 취향이 딱 맞아 전생에 나라를 구했구나

안녕하세요, 질문에 대답부터 해볼게요. 네, 그런 새 애인을 만난다면 ‘당분간’은 ‘조금 더’ 행복한 ‘연애’가 될 순 있을 거예요. 몇 가지 말해주고 싶은 에피소드가 있어요. 제 수많은 절친 여동생 중 한 친구 커플은 영화관에 가면 따로따로 볼 영화를 골라 각각 다른 상영관으로 입장해요. 그 후엔 먼저 영화가 끝나는 사람이 아직 영화를 보고 있는 사람을 기다리죠. 밥을 같이 먹으며 각자의 영화가 어땠는지 대화한 대요. 그래도 꽤 오래 잘 만나고 있어요. 다른 여동생 커플은 이제 갓 만나기 시작했는데, 여자의 경우 영화를 직업적으로 하고 싶은 친구로 취향은 쉽게 말해 ‘예술영화’ 쪽이에요. 남자의 경우 가장 감명 깊은 영화로 <국제시장>을 꼽는다고 하고요. 저도 <국제시장> 참 좋아하지만서도, 여동생의 경우 그 대답에 적잖이 실망해 다시는 영화 이슈를 대화 주제로 삼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언니, 서로 아껴주는 사람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라고 말하더군요.
취향과 비전을 나눌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햄볶는’ 연애 생활이 될 거라는 말은 이미 많이 들으셨겠죠? 저 또한 사랑을 찾고 싶으면 사랑하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된다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오늘 제가 해드리고픈 얘기는, 좀 다른 방향이랍니다. 연애라는 건 어쨌든 처음의 끌림이 있어야 시작되는 것이니, 같은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그 끌림에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그 취향남과 유머 코드나 스킨십 선호가 맞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그 취향남의 말투가 세상 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뉘앙스를 가졌다면요? 사실 이 모든 요소는 제 절친 여동생들이 남자친구를 구할 때 가장 심각하게 고려하는 것들이랍니다. 하지만 그들 중 누구도 이 요소를 근거로 ‘사랑’을 하진 않았어요.

연애는 원래 사랑을 향하는 재미없기도 한 놀이

연애라는 것은 사랑이라는 목적을 향하는 일종의 놀이나 재미 활동이라는 데 동의하시나요? 그러니까 아직 사랑인 것은 아니고, 좋아하는 마음을 토대로 관심과 보살핌, 헌신과 책임, 신뢰를 연습해보는 과정이라고 저는 배웠고, 경험했답니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이 나의 취향을 저격하고 심장을 강타하는 결정적인 대화의 순간들이 샘솟는다면 좋겠지만, 재미없음의 순간들도 필연적이라는 것, 그럴 때마다 ‘넌 정말 핵노잼이야’가 아니라 ‘이런, 꿀노잼’ 하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연애의 본질이라는 걸 우린 이미 잘 알고 있죠. 그러니까 사랑한다는 것은 ‘난 너고 넌 나야, 우리는 폴 토마스 앤더슨과 코엔 형제를 좋아하고 <본투비블루>를 보고 같은 시점에 울기 시작하는 것’보다는, 어쩌면 저 깊은 곳 이유 있는 나의 감정기복을 전인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보살펴주는 것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질문을 해볼게요. 지금도 좋아하는 그 남자친구, 처음에 어떤 이유로 좋아하게 됐나요? 그리고 지금까지 좋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나에겐 시간 낭비인, 남자친구가 좋아하는 영화를 꾹 참고 보는 이유가 뭐예요? 분명 취향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만약 저라면 홍보 문구조차 이해하기 어렵고, 감독 이름은 생전 처음 들어 본 그 영화를 보며, ‘졸음을 견디려 애쓰는’ 그 모습을 예뻐할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관람 이후의 의미 없는 이야기 시간을, 비록 나 혼자 떠들게 될지라도 본격적인 너만을 위한 영화 교육의 시간으로 활용해볼 거예요. 이렇게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되면 ‘난 다 괜찮은’ 남자친구 분은 스펀지밥처럼 그 취향을 흡수하거나 ‘난 다 괜찮지는 않아’와 같은 한결 적극적인 표현으로 관계에 희망적인 새로운 대화를 시작할 수도 있겠고요.

취향 같은 남자는 많아도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아주 적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질문에서 매우 흥미로우면서 위험한 문장을 발견했는데요, ‘어느샌가 다른 이성에게 눈을 돌리게 되고,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요거요. 신뢰를 배반하지 않는 선에서 눈을 돌리고 궁금증을 풀어보세요. 저는 한때 영화 리뷰를 쓰는 직업을 가졌고, 지금은 영화를 만드는 사람인데요, 과거 좋아했던 사람들은 ‘영알못’이었어요. 또 한때는 함께 영화를 하는 사람을 좋아했는데 같이 영화 만들고 강의 듣고 하는 것도 좋긴 했지만, 그 시간보다 더 좋았던 건 내밀한 개인의 역사를 나누고 공명할 때였어요. 그러니까 취향은 생각보다 별거 아닐 수도 있어요. 제가 아는 수많은 커플들 중에는 아주 여러 가지 겉보기 측면에서 ‘잘 안 맞는’ 사람이 훨씬 많아요. 의외죠? 취향이 아니라 다른 ‘별거’, 이 사람을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 것과 같은 본질적인 문제나 ‘성격 차이’와 같은 미묘한 문제가 있다면 그때는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나셔야겠지만, 아직 좋아한다고 확언하셨잖아요. 사랑은 생각보다 쉽게 오지 않아요. 한번 지키려 노력해보세요. 같이 재미있을 수 있는 놀이는 뭔가요? 저도 인생에서 취향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인데요, 일부러 힘주어 가볍게 마지막 문장을 던져볼게요. “영화는 각자 취향이 맞는 다른 친구들과 봐도 되잖아요?!” 그게 사랑을 위해서라면요.문화+서울

답변 육진아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주간지 <대학내일> 에디터로 9년 동안 잡지를 만들었다. 지금은 여기저기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영화를 집중적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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