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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상담소

11월호

별자리 운세도 신통치 않을 때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립니다
“똑똑똑… 여기가 ‘예술적 상담소’ 맞나요?”
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페이스북 탭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리니 페이스북 탭에 자주 방문해주세요!
다른 사람의 고민에 댓글을 달 수도 있답니다.
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소정의 상품을 발송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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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로서의 삶과 나 자신을 위한 삶, 둘 다 지키고 싶어요

10년을 디자이너로 살다, 30대 중반에 뒤늦게 결혼을 하고 지금은 아기를 키우며 하루하루 아기와 소박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엄마로서 아기를 돌보는 일은 매일매일이 힘들기도 하지만 디자이너로 일할 때와는 또 다른 새로운 행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문득 내가 해오던 일이 떠오르고 불안한 감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대로 디자이너로서의 나 자신을 잃는 것은 아닌지….그동안 자신 있게 해오던 감각과 경험을 모두 잃어버리는것은 아닌지, 걱정되기도하고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기를 낳기 전에는 반복되는 마감과 야근을 열정으로 이겨내며 즐겁게 일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하지만 육아를 책임져야 하는 엄마에겐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임신 후 일을 쉬게 된 지 이제 10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제는 일과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일과 육아를 현명하게 병행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예술적 상담소

디자이너는 경력 유지의 가능성이 비교적 열린 직업

먼저 축하합니다. 결혼하고 남편과 아기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소박한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뭘 더 바랄 게 있을까 싶지만,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갈망이 있는 듯합니다.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이는 디자이너만의 문제는 아니고 모든 일하는 여성들의 고민인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만큼 여성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요? 세계 최저 수준 출산율의 오명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니까요. 저도 사회 초년생 때부터 많이 봐왔습니다. 아이봐줄 사람이 없어서 전전긍긍, 결국 회사를 그만두는 주변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요.
그러나 다행인 것은 디자이너라는 직업이 다른 직종에 비해 프리랜서로 경력을 계속 쌓아 갈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은 편이라는 점입니다. 더구나 편집 디자이너라면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집에서 혼자 일할 수도 있으니까요. 프리랜서로 일하기에 기본 비용이 적게 들고 꼭 외부에서 해야 하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다른 직업에 비해서는 가능성이 많이 열려있다고 봅니다. 회사를 다니지 않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창업을 준비하는 친구들이나,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하면서 비정기적으로 일하는 프리랜서를 주변에서 많이 보았을 것입니다.

일을 지속하는 방법

문제는 그렇게 혼자 집에서 일한다면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기 힘들다는 점이지요. 디자이너들 대부분이 다른 디자인 회사의 일을 받아서 하는 2차 외주자로 작업합니다. 일이 바쁠 때 비정기적으로 일을 돕는 구조로 일하기 때문에 쉽게 지치고 지속적으로 자기 프로젝트로 만들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많은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이 결혼과 출산 이후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디자인 업계를 떠나는 것을 보았지요. 그러나 생각하기에 따라 경력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사실 디자인 분야의 경우 구인하는 회사와 구직하는 디자이너의 접점이 생각보다 잘 마련돼 있지 않아서 회사들은 늘 디자이너를 찾는데 디자이너들은 늘 일을 못 구하는 이상한 구조이기도 합니다. 냉정하게 얘기하자면, 정말 절실하다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서 디자인 스튜디오나 출판사 등을 찾아다니며 일을 구해야 합니다. 디자이너들이 일반적으로 어려워하는 부분이 이 지점인데, 이렇게 실천한다면 경력 단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 키우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웬만한 결심으로는 안 될 일이지요.

예술적 상담소

자기계발의 기회로 삼기

긴 인생 전체로 보면 현재의 경력 단절은 큰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일을 계속하는 것이 경력을 쌓기도 하면서 디자이너로서 감각도 놓지 않는 제일 좋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저 일을 계속한다고 해서 디자이너로서 성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들은 보통 엄청난 일더미에 파묻혀 밥 먹듯 야근하며 일합니다. 그러나 일을 많이 지속적으로 하는 것만이 디자이너로서 감각을 성장시키는 건 아닙니다. 그런 와중에도 스스로 감각을 훈련하며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정보나 작업을 찾아보지 않는다면 그저 소진해서 도태돼버릴 수도 있습니다. 육아 틈틈이 꾸준히 자기 작업을 하거나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 공부하는 등의 자기계발 노력을 계속 기울인다면 오히려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디자이너의 고민이 자기만의 스타일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 겁니다. 자기 직업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누구누구의’ 디자인이라는 독창성을 가지고 싶어 합니다. 독창적인 자기만의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고 온전히 자기만의 스타일을 만드는 시간으로 삼아보세요. 그러기에는 쉼없이 일할 때 보다 더 나은 환경일 수 있으니까요.

경력 단절에 겁먹지 말고 스스로를 믿기

언젠가는 디자이너로서 뭔가 이루고 싶다면 지금 몇 년간의 중단은 그리 큰 단절은 아닙니다. 다만 그 기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의 문제지요. 생각보다 세월은 빨리 갑니다. 그러나 생각보다 인생은 길기 때문에 그 끝에 무엇으로 남을지는 오늘 하루의 성실함이 결정한다고 봅니다. 몇 년간의 경력단절이 전체 인생을 좌우하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조급하게 생각하지말고 오늘 하루 성실하게 자기계발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기회는 올 것이고, 그 끝에는 뭔가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문화+서울

답변 신지희
편집 디자이너, 오니트(주) 대표이사, 전 <씨네21> 아트디렉터, 서울대학교 시각디자인학부 박사과정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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