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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호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 윤성진 추진단장 시장은 결국 상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진다
밤이면 열렸다가 아침이면 사라지는 도깨비 같은 시장. 10월, 여의도 한강공원에 ‘서울의 밤’을 대표하는 새로운 형태의 야시장이 들어선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서울시민과 국내외 관광객을 위한 ‘환상시장’을 테마로, 핸드메이드 제품과 푸드트럭이 어우러진 ‘달밤의 서커스’ 같은 시장이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총괄하고 있는 윤성진 추진단장을 만나 시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관련 일러스트 이미지

요즘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문화계에서는 <문전성시 프로젝트>를 시작한 2008년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현재 많은 이들이 시장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 경제적 관점이 아니라 시장 상인들에게 문화적 향유 기회를 더 많이 부여하고, 시장을 하나의 문화 공간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에서 출발했다. 시장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로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문화적 방법론을 찾고 있다. 현재 중기청이나 서울시의 시장 사업은 문화관광형, 글로벌 명품시장, 골목형 시장, 서울시 신시장 등 여러 형태로 변화, 진화하고 있는데, 제도권 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이 큰 축으로 존재한다. 또 다른 한 축은 홍대 앞 예술시장처럼 아트마켓, 플리마켓 중심이 된 일종의 예술가시장인데, 기존에 있던 시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시장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뚝섬 아름다운나눔장터처럼 온전히 시민들의 힘으로 움직이는 시장도 있는데,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또 제도권과 비제도권 양쪽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며 성장하는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청년실업과 시장이 함께 언급되기도 하는데.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 스스로 찾아가는 일자리로서 시장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나 서울시에서도 청년창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시장을 보고 있는데, 상당히 유효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장이라는 채널 속에서 경쟁할 수 있는 청년들이라면, 기존의 제도권 경제 안에서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도시재생의 문제로 접근하는 건데, 상권이 침체된 지역에 청년작가들의 레지던시, 작업실, 아트숍이 들어가고 있다. 종로4가, 성 수동, 서울풍물시장 내 청춘1번가 등은 청년 창업가나 청년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기존의 침체된 시장을 활성화하려 하고 있다.

서울시는 시장에 ‘관광’을 접목했다. ‘관광형 야시장’을 목표로 올해 처음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을 시범 운영하는데, 추진단장으로서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나.

지금 추진하는 서울형 야시장은 1회성 마켓이 아니라, 지속성을 갖는 관광형 야시장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출발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공간에 대한 비전과 대안이 없을경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는데, 지속가능하지 않은 대부 분의 마켓은 이런 한계 지점을 갖고 있었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되는데, 관광객을 모으기 쉽고 또 주변 상권의 저항이나 반발을 피해 갈 수있다는 것이 장소 선택의 이유였다. 올해는 매출을 높이는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야시장이 되려면 어떤 품목과 어떤 콘텐츠로 구성되야 하는지, 가능성을 테스트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간 구성도 다른 시장과 특화시키고, 시장에서 빠져서는 안 될 먹거리 품목은 취사 불가 지역인 한강공원에 최적화된 푸드트럭으로 대체했다. 3주간 매주 20대 이상의 푸드트럭이 모이게 되는데, 국내에서 이런 규모로 푸드트럭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은 처음이다. 판매자들은 공모를 통해 선발했는데, 모든 제품은 핸드메이드로 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었다.

윤성진 추진단장

‘지속가능한 마켓’을 구축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가.

시장에서 여러 가지 문화 프로그램을 하고 있지만, 사실 대규모의 문화 공연을 유치하는 것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예산이 계속 투입되어야 하는데, 판매자들의 수수료를 모아서 공연을 유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문화 프로그 램만의 힘으로 집객을 유도하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 정말 ‘시장’을 만들려는 것이라면 상인의 힘, 상품의 힘, 상단의 조직, 상단의 홍보력이 주가 되어야 한다. 공연팀이 들어온다 해도 대규모가 아닌, 시장을 지나다 보게 되는 한 코너에서 작은 버스킹 공연을 한다든지, 다른 상점과 나란히 있는 곳에서 테이블 극장처럼 작은 공연을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서울 밤도깨비 야시장>에서도 ‘환상시장’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마술, 서커스, 마임형 거리 퍼레이드가 있지만 큰 규모가 아니다. 시골 장터에 가서 장돌뱅이 공연, 엿장수 공연을 보는 정도의 느낌일 것이다.

‘시장을 하나의 대안문화, 대안공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요즘 시장에 관심을 갖는 청년들은 이벤트로서의 시장, 일시적 마켓으로서 시장을 생각한다. 하지만 생존의 공간, 치열한 삶이 부딪치는 현장으로서 시장을 진지하게 보지 않으면 이곳에서 성공할 수 없다. 시장에 들어간다는 것은 유통 구조 안으로 들어가는 거다. 내가 아무리 문화적 외피를 뒤집어쓰고 있다 하더라도 시장의 생존 논리를 체득하고 들어가야 한다. 재미 삼아, 취미로, 한번 해봐야지 하는 것으로는 ‘우리들의 시장’을 만들어낼 수 없다. 그리고 시장은 결국 상인들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상품 매출과 연계된 판매자 수수료, 시장을 유지하는 관리비 등을 상인스스로 충당해 이곳을 꾸려나갈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시장이 지속가능할 수 있다. 그런 시장을 만들려면 진지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시장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나 혼자만 잘 먹고 잘사는 게 아니라 시장 전체를 아우르는 상인 공동체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 현실에 대한 이해와 이를 극복 하기 위한 방법을 같이 찾아가야 한다. 문화+서울

글 이정연
서울문화재단 홍보팀 차장
사진 김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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