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의 어떤 고민도 예술적으로 상담해드리는 ‘예술적 상담소’.
온라인으로 별도 공간을 마련해 고민 상담을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올려주신 고민에 대한 예술적 대책을 찾아 답변을 달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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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택된 질문은 [문화+서울]에 게재되며, [문화+서울]을 1년 동안 보내드립니다.
사람을 사귀는 일이 어렵고 무섭습니다. 이 세상에 혼자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너무 힘듭니다.
저는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친구도 많이 못 사귀고 친구와의 관계도 오래가지 못해요.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요. 그냥 이 세상을 등지고 싶을 때가 많아요.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죽을 용기도 없으면서 죽고 싶다는 말 하지 말라고. 죽을 용기는 없는데 죽고 싶을 때가 많아요. 이 세상에 저 혼자 뿐이라는 생각이 들고 제 자신이 뭐가 문제인지, 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지 모르겠어요. 일할 때 행복하지만 일만 하고 살수는 없고, 취미로 요가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노래도 듣고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에요. 금방 무너지고 조금만 상처받아도 너무 힘들어요. 다들 저를 싫어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한 번 슬퍼지기 시작하면 거의 매일 눈물이 나요. 다 내려놓고 싶어요. 사람 사귀는 것도 어렵고 무서워요.
인간관계가 엉망이 되면 일상생활에서도 활력을 잃어버립니다. 밥맛도 없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죠. 저는 심리학자나 정신분석학자가 아니기에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가려고 해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방식이 필요하기에 제 견해는 해답이 아닌 하나의 의견으로 읽어주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이 코너 이름처럼 예술적 상담입니다.
질문의 방향을 돌려보세요
어떤 질문이 어느 한 지점을 벗어나지 못하고 그 자리를 맴돌며 부정적인 소용돌이를 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나를 더 깊은 슬픔의 늪으로
끌어당기며 우울을 증폭시킨다면 과감히 질문의 방향을 돌려보면
어떨까요? 모든 예술의 출발은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예술가는 문제
의식을 느끼고 끝없이 질문하는 존재이며 긴 시간 인내하면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성찰을 끌어냅니다. 그리고 고통으로 낳은 깨달음을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하고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를 원하죠. 우리의
삶도 예술의 생리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지는
삶의 문제들을 피하지 않고 인내하면서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한
다면요. 내가 겪은 경험과 성찰은 나뿐만이 아니라 위기를 만난 누군가의 삶에 도움을 주니까요. 이것이 곧 일상이 예술이 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계 상실의 고민을 끌어안고 아파하는 모습을 솔직하게 말해준 것이 외람되지만 반가웠습니다. 계속 발전하는 사회연결망 서비스는
타인과의 연결을 쉽게 해주지만 단절 또한 쉽게 만들어버렸습니다.
유일한 존재를 가볍게 여기며 꼭 네가 아니어도 된다고 생각하게 합니다. 또한 이 시대는 공동체가 아닌 홀로 살아가는 삶을 부추기는
사회입니다. 외로움을 증폭시키는 시스템이죠. 하지만 사연을 보내신 분은 삶은 결코 홀로 살아갈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온몸으로 앓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인간은 슬플 때 함께 슬퍼해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고 했죠? 나를 괴롭히는 질문을 붙잡고 고민하며 아파하는, 어쩌면
엉망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는 지금 이대로의 내 모습을 칭찬해주세요. 그것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는 딱딱하게 굳은
마음으로 ‘나는 아무 문제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잘못을
타인에게 돌리면서 말이죠.
질문하는 나 자신을 칭찬해주고 그다음에는 ‘나는 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할까? 나는 왜 매번 친구들이 떠나가고 홀로 남겨지는 걸까?’라는 생각을 멈추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나를 사랑해주고 이해해주는 친구를 원합니다. 내 욕망을 채워주는 완벽한 친구 혹은 그런 애인을 만나기를 바라죠. 그러나 그런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끝까지 나를 참아주는 존재는 흔치 않습니다.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상대가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상대도 부족한 인격을 가진 연약한 존재이기에 서로 멀어지고 끝장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생각하면서 숨을 깊게 내뱉어보세요. 편안한 마음이 들 때까지요.
나에게서 너로, 안에서 밖으로 시선을 옮겨보세요
이제 질문을 바꿔보면 어떨까요? ‘누가 내 친구일까? 나는 왜 친구가
없을까?’에서 ‘나는 누구의 친구가 되어줄까?’로요. 나에게서 너로,
안에서 밖으로 시선을 옮기는 것입니다. 계속 관계에 문제가 생기는
사람의 시선은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타인의
욕망보다는 내 욕망이 늘 우선이죠. 내 말을 더 많이 하느라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지 않기도 하고요. 하지만 질문을 바꾸고 상대방을
관찰해보세요. 그러면 상대방의 필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때를 놓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도와주려고 노력해보세요.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곁에서 상대의 말을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관계의 온도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걸 경험할 거예요.
관찰은 침묵하게 하며 귀 기울이게 합니다. 섣부른 판단을 유보하고,
상대의 마음을 더 깊게 들여다보게 하죠. 게다가 타인을 관찰하다 보면 도리어 나를 보게 됩니다. 나와 비슷한 단점을 가진 누군가의 모습에서 반복적으로 관계가 틀어진 원인을 깨달을 수도 있고요. 타인은 내가 볼 수 없는 나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을 사귀려면 사람이 어떤 존재인지 알아야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은 섬세한 감정을 가진 이라는 걸 놓치면 안 됩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과정은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추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때때로 참지 못하고 터트린 분노와 폭언이 친구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보세요. 관찰을 통해 친구의 장점을
발견하고 칭찬해주는 것에 인색하지 마시고요. 함께 있을 때 감정이
즐거워지면 상대는 떠나지 않습니다. 앞으로 사람 사귀는 게 무섭지
않고 즐거워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답변 최성문_ 소설가, 시각예술가, 문화기획자. 지은 책으로 <오늘을 부탁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