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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교류를 넘어 실험하고 도전하다,
영국 런던의 한국 현대미술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 기획전 《Hallyu! The Korean Wave》 전경 ⓒ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한국 문화의 인기를 온몸으로 체감한 2023년이다. 영국 군악대Band of the Coldstream Guards가 블랙핑크의 ‘뚜두뚜두’를 연주하고 <오징어 게임>의 음악감독 정재일이 런던 심포니London Symphony Orchestra와 협연했다. <오징어 게임: 더 챌린지>는 영국 넷플릭스 TOP 10을 차지하고, 한국 영화 신작은 빠르게 런던 시내 극장에 걸린다. 그야말로 거센 한국 문화 바람의 정중앙에 서 있다.
이 흐름의 주변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바람이 잔잔하게 옷깃을 스치듯 불고 있다. 이러한 흐름의 가장 큰 역할은 2023년 6월까지 열린 빅토리아 앤 앨버트 미술관Victoria and Albert Museum, V&A의 한류 전시 《Hallyu! The Korean Wave》가 그 물꼬를 텄다. 일단 콧대 높은 영국 대표 미술관이 한국의 문화를 주제로 기획 전시를 연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이었다. 복도 한편에 놓인 유리장이 전부였던 V&A의 한국관 컬렉션과 참으로 대조적으로, 이 전시는 2022년 가을부터 무려 9개월간 기획전시실을 차지했다. 이는 엄청난 홍보 효과를 일으켰고, 앞으로도 일으킬 것이다. 물론 전시 내용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혹자는 연구의 깊이나 질에 대해 논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상황을 감안하고도 이 전시는 흥행했고, 충분한 역할을 했다. 영국 대표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은 “눈부신 역사의 재구성Hallyu! The Korean Wave review-a dazzling historical remix”이라 평가하며 전시에 별점 5개를 주었다. 한국인의 관점에서는 전시의 내용이 가볍다고 느낄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 전시가 타깃으로 하는 외국인 관람객에게는 적절했던 것이다.

헤이워드 갤러리에서 열린 《Heecheon Kim: Double Poser》 전시 전경 Photo by Mark Blower,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the artist and the Hayward Gallery

전시실에서 살펴보는 한·영 수교의 성과

2023년은 한국과 영국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해였다. 이에 맞춰 정부 차원의 든든한 지원이 더해져 런던의 문화예술기관과의 협업으로 성사된 굵직한 전시가 이어졌다. 지난 5월 제주도 출신 영화감독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은 테이트 모던Tate Modern에서 제주도의 역사, 인간, 환경을 주제로 전통 무속신앙을 다룬 영상 작업을 상영하는 《Dislocation Blues : Jane Jin Kaisen》을 선보였다. 뉴미디어 예술을 다루는 작가 이진준은 지난 7월 주영한국문화원에서 《Audible Garden》이란 제목으로 공간과 소리를 기억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이를 인공지능 기술과 접목한 신작을 발표하는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12월 런던 사우스뱅크센터Southbank Centre에 위치한 헤이워드 갤러리Hayward Gallery는 현실과 가상 세계의 경계를 다룬 김희천의 전시 《Heecheon Kim : Double Poser》를 진행하고 있다. 문화적 독창성을 전달하면서도 미디어나 신기술을 접목하는 한국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도전적인 기획이 주를 이뤘다.

한국 작가를 주목하는 런던 갤러리의 움직임

런던 블룸즈버리의 터줏대감 옥토버 갤러리October Gallery는 이탈리아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한국 작가 권죽희를 런던의 아트신scene에 꾸준히 소개해왔다. 책을 오리고 이어 만드는 독특한 설치 작업을 고수해온 작가는 지난 3월 《JUKHEE KWON : Liberated》를 통해 신작을 선보였다. 런던 메이페어에 위치한 매드독스 갤러리Maddox Gallery는 지난 3월 정수영 작가의 개인전 《Sooyoung Chung-Self on the Shelf》를 열었다. 일상의 오브제를 일기처럼 기록하는 작가의 작업에는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작가의 삶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녹아 있다. 현대적 감각의 회화와 설치 작업을 다루는 유니온 갤러리Union Gallery는 지난 9월 유재연 작가의 개인전 《Jaeyeon Yoo : Dream Weaving》을 선보였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 초현실적인 화면으로 이야기를 엮어가는 작가의 작업은 꿈속의 한 장면과 같다. 프리즈Frieze가 운영하는 No.9 코크 스트리트No.9 Cork Street는 한국의 원앤제이·제이슨 함 갤러리와 협업해 한국의 젊은 현대미술 작가를 대거 소개하는 단체전을 선보였다. 전시 성수기라 할 수 있는 봄과 가을, 런던 미술시장의 중심에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존재감 있게 등장했다. 런던 미술시장이 한국 현대미술을 바라보는 공통 지점을 읽을 수 있던 일련의 전시였다

런던 심포니와 협연한 음악감독 정재일의 무대 ⓒKorean Cultural Centre UK

아트페어에 불어온 한류

공예·회화·사진·디자인 등 1년 내내 아트페어가 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닌 런던의 페어fair 시장에 한국 작가들의 작업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5월에 열린 공예 페어인 런던공예주간London Craft Week에는 한국 한지와 달항아리·복주머니 관련 워크숍이 열렸다. 또한 정다혜 작가가 한국 전통 직조 공예 작업을 선보였다. 7월에 열린 코리안 아트 런던Korean Art London은 한국 현대미술 작품을 소개하는 페어로, 향후 연례로 행사가 열릴 것을 예고했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로이드 최 갤러리Lloyd Choi Gallery는 9월에 열린 런던디자인페스티벌London Design Festival에 파트너 프로그램으로 참여해 한국 장인정신, 달항아리를 포함한 도자기·가구·직물·목공예품 등을 소개했다. 런던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아트페어 프리즈 마스터스Frieze Masters에는 박서보·이승조·하종현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등장했고, 10월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는 ‘Oulim’, ‘StART Fair’, ‘Focus Art Fair’ 등 소규모 갤러리와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현대미술 페어가 이어졌다. 깊은 서사를 가진 작업부터 실험적이거나 때론 상업성을 갖추기까지, 다양한 층위의 작가와 작업이 런던에서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2022년 프리즈 서울의 영향으로 한국 갤러리들은 해외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해외 시장 또한 한국 현대미술의 수요를 확인했다. 2023년에는 단순한 교류의 기회 차원을 넘어 다양한 실험과 시도가 이어졌으니 다양한 선택지가 마련된 한 해라 할 수 있다. 2024년에는 이 바람이 어떻게 이어질지 기대된다.

글 큐레이터 이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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