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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호

앞서가는똥차 비키시오!
2023년 시각예술결산

일 년을 완전히 마치니, 비로소 ‘연말정산’ 시즌이다. 한 해의 마무리를 맞아 지난 일 년간 미술계를 움직인 핫 이슈를 모아 보면, 2023년 한국 미술사를 총정리하는 든든한 ‘목돈’을 비축할 수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아트신scene을 만들어가는 작은 발자국도 중요하지만, 그 발자국들이 찍힌 자리를 선으로 연결하면 내일로 향하는 길이 활짝 열릴 것이다. 이 글에서는 2023년 한국 미술계를 상기할 만한 하이라이트 사건 세 가지를 짚었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 전시 전경,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1 실험미술

2023년은 한국 실험미술이 전례 없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해다. 5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로 스타트 라인을 끊고, 9월 뉴욕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으로 순회전 《Only the Young : Experimental Art in Korea, 1960s-1970s》가 이어졌다.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구겐하임미술관이 무려 6년을 공들여 준비한 ‘공동 합작품’이다. 2024년 2월에는 로스앤젤레스 해머미술관Hammer Museum이 그 바통을 이어받을 예정이다.
한국 실험미술은 1960~70년대 폭발적으로 제작된 오브제·설치·해프닝·이벤트·영화·비디오 등 전위미술을 지칭한다. 단색화와 민중미술 사이에서 시대를 앞지르는 전위성을 실천했다고 평가받는다. 《한국 실험미술 1960-70년대》는 국립 기관 최초로 ‘실험미술’이라는 용어를 전면에 내걸고 당대의 예술 경향을 역사화한 전시다. 실험미술의 실체 파악과 작품 실견에 목말랐던 연구자들에게 특히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실험미술 전시를 필두로 미국에는 ‘한국 현대미술 붐’이 일어나기도 했다. 10월 스미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의 박찬경 개인전 《Park Chan-kyong : Gathering》, 필라델피아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의 《The Shape of Time : Korean After 1989》, 메리웨싱턴대 갤러리duPont Gallery and Ridderhof Martin Gallery의 박대성 개인전 《Park Dae Sung : Ink Reimagined》, 11월 메트로폴리탄미술관Metropolitan Museum of Ar t의 《Lineages : Korean Art at The Met》, 애리조나 투손 크리에이티브 사진센터Center for Creative Photography의 《기록과 경이: 한국현대사진Wonders and Witness : Contemporary Photography from Korea》 등이 잇따라 한국 미술을 조명했다.

첫 해보다 더 많은 방문객을 맞이한 프리즈 서울 2023 풍경 ⓒFrieze

#2 두 번째 열린 프리즈 서울

9월에는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이 두 번째로 동시 개최했다. 사상 최대의 미술장터는 이번에도 성공을 거두었다는 게 중론이다. 키아프에는 8만 명, 프리즈에는 7만 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어 종전의 기록을 경신했다. 세계 경기가 얼어붙고 미술시장이 움츠러드는 악조건을 딛고 거머쥔 놀라운 성과다. 서울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로 도약하는 글로벌 아트마켓의 핫플레이스임을 다시 한번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제2회 키아프&프리즈를 관통한 키워드는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차별화. 이번 키아프와 프리즈는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했다. 키아프가 젊은 감각과 다양성을 무기로 삼은 중저가 작품을 내세웠다면, 프리즈는 슈퍼 작가의 작품을 집결하는 고급화 전략을 강화했다. 둘째, 기획력. 개인전 형식으로 부스를 꾸린 화랑이 돋보였다. 또 개성 넘치는 다양한 주제전도 함께 열렸다. 셋째, 한국 작가의 약진. 프리즈에 출전한 국내 갤러리는 물론, 해외 갤러리에서도 한국 작가의 작품이 눈에 띄게 늘었다. 해외 갤러리의 서울 지사가 속속 문을 열고, 한국 작가의 영입 경쟁도 가속했다. 이는 프리즈의 현지화 전략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박서보의 첫 개인전을 열며 인연을 맺은 조현화랑에서 지난 8월 개막한 전시는 작가의 유작전이 됐다 ⓒ조현화랑

#3 박서보 별세

한국 단색화의 거장 박서보가 10월 14일 세상을 떠났다. 박서보의 삶과 예술에는 도전과 극복, 성취의 한국 현대미술사가 고스란히 겹쳐 있다. 작가는 화업 70년 동안 미술가로서뿐만 아니라 미술운동가·교육자·행정가로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그만큼 한국 미술계에 강력한 인상을 남긴 작가는 없었다.
박서보는 1970년대부터 단색화의 원조인 <묘법>에 천착하며 동양의 자연관과 세계관을 서구의 주객 이원론에 대항하는 논리로 내세웠다. 박서보의 <묘법>을 축으로 한 단색화는 한국 현대미술의 주류 양식으로 자리잡았다. 작가는 생전 칠순 기념 잔치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지난날 나는 ‘앞에 가는 똥차 비키시오’ 하고 선배들을 향해 소리쳤답니다. 이와 똑같은 말투로 ‘앞서가는 똥차 비키시오’ 하고 부메랑처럼 내게로 되돌아오는 것 같습니다. 나는 홍대 미대 교수 시절 ‘역사로부터 부채를 져서는 안 된다’고 가르쳐왔습니다. 타자와 다를 때 예술은 삶을 얻는 것 같습니다. 남과 다르기 위해 수없는 고통과 아픔의 시간을 경험하는 것이겠지요. 관 뚜껑에 못질할 때 모든 것이 끝난답니다. 그 시간이 우리에게도 서서히 다가옵니다. 그 찰나에 뒤늦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나는 내일도 모레도 수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아무리 비켜서라 소리쳐도 나는 비켜설 의향이 없습니다. 자신 있거든 추월해 가시구려.”
이로써 2023년 미술계는 한 시대를 종언하면서, 역사를 정리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해였다고 되짚어볼 수 있다. 향후에는 실험미술 이후 한국 신형상미술이 재조명받으리라는 예측이 들려온다. 또 인플레이션이 촉진되고 달러가 약세를 보이며,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우리는 이 약동하는 변화의 물결에서도 힘껏 노를 저으며 2024년의 ‘뉴 웨이브’를 거침없이 일으켜 나갈 것이다. ‘앞서가는 똥차 비키시오!’ 하고 외치며.

박서보의 첫 개인전을 열며 인연을 맺은 조현화랑에서 지난 8월 개막한 전시는 작가의 유작전이 됐다 ⓒ조현화랑

글 아트인컬처 부편집장 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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